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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포럼-장석인 산업연구원] 애써 가꾼 미래 성장 동력, 이제 와서 내다 버려서는 안돼
뉴스종합| 2016-12-13 11:10
세상이 어지럽고, 모든 게 비정상이라고 한다. 할 수만 있다면 다 갈아엎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나라 일은 쉽게 그럴 수 없다는 점이다.

같은 맥락에서 비록 문제는 있지만 쉽게 버릴 수 없는 일이 또 있다. 바로 다음 세대의 일자리와 삶의 터전이 될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이다. 비록 매 정권마다 그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방식이 다소 서툴기도 했지만모두가 참고 기다려 줬다.

과거 산업화시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웠다. 해외 성공사례를 따라가며, 철강, 화학, 가전, 조선, 자동차, 기계 등 지금 우리의 주력산업이 된 당시의 신성장 동력을 하나씩 발전시켜 일자리도 만들고 중산층도 키워낼 수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그 동안 부쩍 성장한 한국기업들에게 첨단기술을 내어 줄 선진국 기업들이 점차 줄어들게 됐다.

모두가 경계하고 높은 기술사용료를 요구했다. 그래서 이구동성으로 원천기술 확보만이 우리의 살길이다라고 여기고, 연구ㆍ개발(R&D)에 기꺼이 자원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부나 민간기업의 R&D투자가 기대한 만큼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문제의 핵심은 R&D투자를 통한 신산업의 창출과정에 있었다. 아무리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R&D투자와 관리를 잘한다 해도 초기시장이 형성되지 않으면 R&D는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실제로 신기술 개발과 #시험 인증에 대해 지원한다 해도 새로운 제품의 시장진입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가 버티고 있으면 기업의 양산 투자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다행히 최근 정부부처가 그간의 지원방식과 정책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우선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원천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정부 R&D투자에 추가해서 신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시험, 인증, 시범사업도 정부 R&D투자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또한 구매조건부 R&D와 혁신공공조달과 같은 초기 시장형성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트랙 레코드(Track record)를 쌓을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마련 중이다.

또한 지역별 전략산업을 선정하고, 해당 지역에서 만큼은 아무런 규제 없이 신제품 개발이 가능한 규제 프리존을 설정하여 국회 관련법의 통과만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최근의 이러한 정책 지원방식의 변화와 새로운 법제도 마련만으로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정부의 R&D투자가 바로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그간의 투자 대비 성과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리고 작금의 국정혼란을 이유로 다음 세대의 일자리와 미래를 뒷받침할 국책 연구사업과 규제 프리존과 같은 신설제도 논의를 뒷전으로 마냥 미루거나 없던 일로 여겨서는 결코 안 될 일이라고 여겨진다.

서양에서도 ‘아기를 목욕물과 함께 버리지 말라(Don’t throw the baby out with the bathwater)’고 했다.

아무리 현재의 상황이 어렵고, 어수선해도 다음 세대를 위해 애써 가꾸어 온 정부의 미래 성장 동력과 그 성과를 가시화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 마련의 기회를 한꺼번에 무용지물로 만드는 잘못을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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