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두통·오한·관절염·만성피로…‘다발성 캐슬만병’의심하세요
라이프| 2017-12-21 11:36
희귀성 질환 탓…진단 늦고 진행 매우 빨라
치료시기 놓치면 발병 후 6개월만에 사망도


회사원 신모(38) 씨는 20대부터 만성적인 빈혈에 시달려 왔다. 그러다 지난 3월께 갑자기 마른 기침, 콧물, 오한 증세가 이어졌다. 처음에는 환절기마다 찾아오는 감기로 생각해 감기약을 사 먹었다. 그러나 증세가 더 심해지고, 두통, 설사가 반복돼 입원 치료까지 받았다. 증상이 계속되자 여러 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받았으나 정확한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신 씨는 그렇게 세 달 이상의 시간을 소요한 뒤에 가까스로 다발성 캐슬만병을 진단받았다.

최근 의학이 발달하고 다양한 진단 기술이 나오면서 국내의 진료 수준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생소한 이름을 가진 희귀 질환의 경우는 증상을 특정지을 수 없을 뿐더러 관련 정보도 적어 환자 스스로가 증상을 인지하고 병원을 가는 것이 매우 어렵다.

특히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캐슬만병(Multicentric Castleman DiseaseㆍMCD)의 더욱 그렇다. 감기 같은 잦은 질병이나 관절염, 만성 피로가 지속되다 심해지면 손가락까지 휘어지는 증세가 나타나 자칫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오인할 수 있다. 그러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심하면 반년도 못 돼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 바로 MCD다. 해당 질환은 진단은 물론 치료마저 쉽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MCD를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고 전문의들은 권한다.

MCD는 림프구의 과잉 증식이 여러 림프절에서 발생하는 희귀 혈액암으로, 발병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이 최대 19개월에 불과한 진행성 질환이다. 이에 대해 조석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캐슬만병은 전신의 림프구세포의 과잉 증식이 발생하는 혈액암”이라며 “그 중에서도 MCD는 이 같은 과잉 증식이 여러 림프절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MCD는 진단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발병 후 진단까지 평균 27.5개월에서 최대 10년까지 걸리기도 한다. 때문에 보통 50~60대에 진단을 받는다. 진단 이후에도 치료가 어려워 고통 속에서 살다 감염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MCD는 진행이 매우 빠른 질환이기도 하다. 조 교수는 “MCD 환자 중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 평균 약 5.5개월밖에 생존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외의 한 연구 결과도 있다”며 “때에 따라 확진을 받기도 전에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질환이 진행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MCD는 미국 기준 10만명 당 1명이 안 되는 수준으로 발병하는 희귀 질환이다. 그러나 희귀한 탓에 연구가 부족한 것이 문제다. 질환에 대한 표준 치료법이 없어 림프종에 준한 치료법만 시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국내에서 MCD에 사용 가능한 치료제는 실툭시맙 성분의 ‘실반트’가 유일하다

MCD 환자가 겪는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두통, 오한, 만성적인 피로감, 관절 통증 등이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처음에는 단순 감기나 류마티스 질환 등 자가면역질환으로 오인할 가능성도 높다. 해당 증세 관련 치료를 받았음에도 효과가 없다면 MCD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수년 동안 만성 피로와 무기력증을 느꼈던 직장인 최모(56) 씨의 사례가 그렇다. 최 씨는 올해 초 어느 날 손가락이 휘고 통증이 느껴져 정형외과를 방문했었다. 그러나 결국 원인을 밝히지 못해 류마티스내과까지 다녀왔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그러다 최근 건강검진 과정에서 우연히 골수 검사를 제안 받았다. 결국 그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로와 통증에 시달려 온 지 3년만에 MCD를 진단받고 치료 중이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