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TAPAS] ‘워마드 낙태’ 오보가 포털 메인에 떴다
뉴스종합| 2018-07-17 16:43
[헤럴드경제 TAPAS=구민정 기자]

■ 낙태인증샷이 올라왔다고 한다


모자이크 된 부분 뒤로 보이는 붉고도 검은 형체. 그리고 의료용 가위.


워마드 커뮤니티의 낙태 인증 게시글에 관한 기사가 16일 오후 포털을 장악했다. [사진=네이버 화면 캡쳐]





16일 오후 [이번엔 태아에 가위질, 천인공노할 워마드 만행]이란 제목의 기사와 모자이크된 이미지가 포털을 장악했다. 워마드 커뮤니티 회원들의 ‘반사회적 행위가 금도를 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사에 따르면, 워마드 커뮤니티의 한 회원이 지난 13일 낙태당한 태아를 가위질해 사진을 찍어 올렸다. 이에 한 익명의 변호사는 ‘현행 낙태죄로 처벌이 가능하며, 태아 훼손으로 가중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어 다른 언론들도

- ‘막가는 워마드’ 낙태인증, 남자 태아 난도질

- 워마드 ‘낙태아 훼손’ 사진 충격…비난 빗발, 수사 불가피

등의 제목으로 모자이크 된 원본 게시글 사진과 함께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워마드 낙태, 워마드는 금세 실시간 인기검색어에 오르며 월요일 저녁 포털여론을 뜨겁게 달궜다.



 ■ 진위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기사들은 입을 모아 워마드를 악마라고 꾸짖으면서도 ‘사진의 진위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사 이미지.




 ■ 구글링과 합리적 의심

결국 진위는 다음과 같다. 해당 이미지가 구글에서 ‘real abortion’으로 검색해서 나오는 이미지 중 하나인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한 해외 사이트에선 올해 초 두 차례에 걸쳐 임신중절수술을 의학적으로 설명하며 첨부되기도 했다.



사실 상식적으로 임신한 여성이 스스로 가위를 이용해 온전한 모습의 태아를 적출해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과다 출혈과 감염이라는 의학적 위험까지 무릅쓰고 직접 낙태 현장 사진을 찍어 과시용 게시물을 올리는 것이 가능한지 의심해볼 만 하다. 하지만 다수의 언론은 ‘합리적 의심’의 과정을 생략했거나, 시도하지 않았다.



낙태인증 게시글의 이미지가 구글링의 결과인 것으로 밝혀지자 언론들은 뒤늦게 제목을 바꾸기 시작했다. 하루가 지난 17일 오전, 첫 워마드 낙태인증 사진 기사를 작성한 매체 역시

- 워마드 낙태인증 사진 삭제, 사진출처는 구글

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게시글에 첨부된 태아의 사진이 글쓴이의 아이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N포털 17일 오후 1시를 기준으로 낙태인증을 했다는 첫 기사의 댓글은 3000개가 넘어갔지만 사실은 구글링이었다는 내용의 두 번째 기사 댓글은 30개 수준이었다.



‘real abortion’이란 검색어로 구글링한 이미지 결과에 논란의 사진이 검색됐다.




 ■ 무엇을 드러내고 무엇을 가려야하는가

결국 다수의 언론을 통해 시민들이 접하는 ‘워마드’란 커뮤니티는 어떤 모양일까? 최근 워마드 관련 이슈가 뜨거워진 건 가톨릭 성체 훼손, 문재인 대통령 합성 사진, 남아 살해 위협 게시글 등이 기사화됐을 때다.

반면 커뮤니티에서 성범죄 사건의 2차 가해에 대해 공론화하거나 경제적으로 남성에게 종속되지 않는 방법,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등 생산적인 논의를 담은 게시글을 소개하는 기사는 거의 없었다. ‘워마드=악마’란 공식이 성립될 수밖에 없던 운동장이었다. 이에 대다수 언론이 자극적이고 불쾌감을 주는 게시글만 기사화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김지영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낙태인증 게시글은 무언의 마지노선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분명 사회적으로 불쾌감을 조성하고 경악할 수 있는 부분을 건드린 것은 맞다”면서도 “많은 언론이 구글링 이미지를 가져와서 조작한 게시글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확인하지 않고 뉴스를 확대 재생산해 워마드를 악마화하는 데 일조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윤김 교수는 “유의깊게 게시글을 봤다면 사실이기 힘들다”며 “언론에서 워마드의 자극적인 일부 게시글만 실시간으로 보도하는 것이 오히려 워마드에게 과잉대표성을 부여하고 지나친 이슈의 중심이 되게 한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커뮤니티 게시글을 단순히 퍼나르는 언론의 행태는 논쟁을 오히려 증폭시킨다고 조언한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관계자는 “일베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을 때도 비슷했는데, 커뮤니티의 글들을 일일이 받아서 공적 매체들이 쓰는 것은 단순 이슈를 확대재생산하는 것뿐이고 커뮤니티 사용자들에게 자극적인 먹잇감을 계속 주는 것”이라며 “자극적인 내용은 사람을 말초적으로 흥분시킬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미리 섣부르게 보도해서 그걸로 뉴스거리를 만드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며 “양성평등 주제는 현재 우리 사회에 가장 뜨거운 감자 중 하나인데 언론이 이러한 내용을 알려나가는 데 있어서 제대로 된 공론장을 만들자는 목표에서 멀어져선 안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자극적인 게시글만 기사화하는 탓에 "워마드 커뮤니티의 과잉대표성을 언론이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orean.gu@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