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북미회담 D-1, 여기는 하노이 ②] 하노이 北식당 종업원, ‘북미회담’ 질문에 말없이 웃기만…
뉴스종합| 2019-02-26 09:29
-북한식당으로 이름 난 ‘평양관’ 가보니
-2차북미회담 국내 기사에 관심 보이기도
-거듭 거듭 질문해도 미소지으며 침묵만
-베트남 외교인력에도 함구령 “北 요청한 듯”

하노이 북한식당 평양관 홍보명함 [사진=윤현종 기자/factism@]

[헤럴드경제(하노이)=윤현종 기자] “맛있게 드셨습네까?”

카운터에서 음식값을 계산하며 영수증을 건넨 여성 종업원은 미소지으며 말을 건넸다. 그러나 조심스러워 했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2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질문엔 일체 입을 닫았다.

25일 낮 베트남 하노이 시내에 자리한 북한 식당 ‘평양관’을 찾았다. 전체 4층 규모인 이 식당은 ‘고려식당’과 함께 하노이 시내 두 곳 뿐인 북한 식당 가운데 하나다. 2차 북미정상회담 ‘주요스팟’과 다소 떨어져 있다. 회담 장소로 유력한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숙소로 거론되는 멜리아 하노이 호텔에선 차로 약 16분 거리다.

이날 일부러 점심 시간인 낮 12시께 맞춰 도착한 평양관 내부는 의외로 한산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반소매에 짧은 치마를 입은 북한 여성 종업원이 북한 억양 말투로 “안녕하십니까”라며 취재진을 맞았다. 다른 손님은 눈에 띄지 않았다. 기자와 함께 평양관을 방문한 베트남인 소식통은 “평소엔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며 “평양관은 한국인에게 고려식당보다 인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평양관 외부모습. [사진=윤현종 기자/factism@]

“잠시만 기다리세요”라며 종업원은 우리를 1층 ‘커피집’으로 안내했다. 점심 시간엔 일종의 대기석으로 쓰이는 모양이었다. 인테리어는 한국의 옛날 다방과 비슷했다. 테이블 위 메뉴판엔 술안주가 될법한 음식과 주류ㆍ커피 등의 이름이 보였다. 한국서 흔한 ‘골뱅이소면무침’도 있었다. 종업원은 다른 일을 하며 가끔씩 취재진을 쳐다봤다. 다소 경계섞인 눈초리였다. 대기시간 10여분 동안 평양관을 찾는 사람은 점심 예약을 한 듯한 베트남 단체손님 외엔 볼 수 없었다.

10분 뒤 다른 종업원을 따라 2층 ‘조선료리’로 올라갔다. 역시 짧은소매와 치마 차림의 젊은 북한 종업원 2명이 우리를 맞았다. 40평(132㎡) 정도 돼 보이는 식당 내 구조는 평범했다. 안쪽엔 밴드 장비가 놓인 무대가 보였다. 기둥 곳곳엔 “사진 및 록화촬영은 할 수 없습니다. NO CAMERA”라고 쓰인 흰 종이가 붙어있었다. 그러나 구글 등 인터넷 사이트엔 식당 내부를 찍은듯한 손님들이 업로드한 사진 여러장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평양냉면과 해물파전, 돌솥비빔밤 등을 시키며 종업원에게 슬쩍 말을 건넸다. “내일 모레 하노이에서 북미정상회담 하는거 아시죠?”. 이에 말없이 웃기만 했다. 이윽고 다른 손님들이 들어섰다. 현지 한인으로 보였다. 그들과도 거의 말을 섞지 않았다. 그러나 굳은 표정은 아니었다. 기자가 음식을 기다리며 스마트폰으로 2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기사를 검색하자 흥미로운듯 옆에 서서 말없이 지켜보기도 했다.

취재진이 식사 후 계산한 평양관 ‘령수증’ [사진=윤현종 기자/factism@]

식사하는 동안 여성 종업원 2~3명은 식당 홀을 지키며 서서 대기했다. 자기들끼리는 친한듯 웃으며 떠들었다. TV화면에는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으로 보이는 가수들 공연장면이 계속 나왔다.

식사 뒤 계산을 하며 다시 말을 붙여봤다. “이틀 있으면 여기서 큰 행사 있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종업원 리 모씨는 역시 아무말 하지 않고 “음식 맛있으셨습네까”라고 했다. 기자는 “김치가 참 맛있었다”고 답하며 재차 물어봤다. “김정은 위원장도 오시는데, 기대되시나요?”

리 씨가 “혹시 기자십니까?”라고 되묻는다. 그렇다고 하자 빙긋 웃으며 “안녕히 가십시오”라고만 했다.

한편 이번주 들어 하노이에선 베트남 외교부나 주재공관서 일하는 베트남인에게도 언론과 접촉하지 말라는 함구령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들렸다. 소식통은 “지난주까진 기자들과 만남이 통제되지 않았었다”며 “2차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정부 쪽 요청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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