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개인기부자수 전년 대비 30% 감소…“불황·양극화 심화 탓”
뉴스종합| 2019-12-30 10:25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사랑의 온도탑 앞으로 한 노인이 폐지를 리어카에 싣고 이동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모금단체를 통한 개인 기부자의 수가 전년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불황, 양극화 심화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26일 기준) 개인기부자 수는 52만1540명으로 전년도 78만6510명에 비해 33.6%가 줄어들었다. 숫자로만 따지면 무려 26만여 명이나 감소한 것으로, 최근 5년 동안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수치다. 2016년, 2017년 80만명 수준으로 유지되던 개인기부자 수는 지난해 78만여 명으로 줄었다가 올해에는 지난 26일 현재 50만여 명으로 떨어졌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법률에 따라 설치된 유일한 법정 모금 단체다.

모금액 전체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개인기부자 수가 줄어든 대신 초고액 기부자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개인모금액 수는 2018년 2046억원, 2019년 1987억원(26일 기준)이다. ‘사랑의 온도’로 표시되는 나눔온도(개인기부, 기업기부 포함)는 지난 27일 기준으로 50도(2128억원)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42.9도(1762억원)보다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기업 기부 시점이 예년보다 당겨진데 따른 일시적인 상승이라는 것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설명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올해 기부자맞춤기금 등 10억원 이상 초고액기부가 활성화됐지만, 경제 불황 및 양극화 여파로 소액다수의 기부자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개인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또다른 모금단체인 구세군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8년 집중모금기간(11월1일~12월 31일) 동안의 후원액은 2017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4%줄어든데 이어. 2019년도 모금액도 전년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구세군은 올해 집중모금기간동안 지난해 보다 90곳 줄어든 333곳에 자선 냄비를 설치했다.

대한결핵협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씰 모금액수도 해가 갈수록 줄고 있다. 씰 모금은 주로 개인 대상이다. 씰 모금액은 2014년 34억원에서 2018년 24억원으로 크게 떨어졌고 모금 달성률도 2014년 81%에서 2018년 58%로 급감했다. 올해 씰 모금목표액은 30억원으로 낮아졌다.

개인기부액이 줄어든데는 경기불황에 따라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진 것외에도,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도 어느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6년 통계청이 내놓은 사회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66.9%는 한 번도 기부를 하지 않았는데,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가 64.6%로 가장 많았고, ‘관심부족’ 14.8%, ‘기부단체 불신’ 11.7%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2017년 결손아동 기부금 127억원을 횡령한 ‘새희망씨앗 사태’와 딸 치료비 명목으로 받은 기부금을 유용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이 지난해 잇따라 발생하면서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기부단체 ‘새희망씨앗’은 4년간 128억원을 모았는데 이 중 어려운 이웃에게 제대로 전달한 건 고작 2억원뿐인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영학 사건의 경우도 12억원을 후원금을 받아 이중 일부를 딸의 치료비에 쓰지 않고 일부를 차량 튜닝, 문신 등에 유용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cook@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