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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위조 등 학교비리 폭로” 협박…퇴직위로금 받아낸 교사들 집유
뉴스종합| 2020-01-16 08:40
서울남부지법 전경. [서울남부지법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수십년간 근무한 학교에서 사직을 권고받자 “졸업생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위조 등 각종 비리를 언론, 감사원 등에 폭로하겠다”고 협박, 7억원가량의 ‘퇴직 위로금’을 받아낸 해직 교사들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이상훈 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 혐의로 기소된 홍모(55) 씨 등 50대 해직 교사 7명에게 징역 4∼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홍 씨 등은 서울 강서구의 한 대안학교에서 20년 넘게 교사로 재직하던 2014년 3월께 이사장 김모 씨에게 사직을 권고받았다. 당시 이 학교는 구청 지원금이 끊기고 학생이 계속 줄어드는 등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들은 애초 사직을 거부하고 정년 보장과 학교 법인화를 요구하며 맞섰다. 그러던 중 이들은 이 학교 졸업생들의 학생부에 일부 위조된 부분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전략을 세웠다. 권고사직 자체는 받아들이되, 비리를 언론이나 수사기관에 폭로할 것처럼 협박해 법적 근거가 없는 ‘퇴직 위로금’을 받아내기로 한 것이었다.

이들은 그해 9~11월 교감 등 학교 관계자들을 만나 “자료가 많은데 터뜨리면 학교가 폐교될 것이다”, “언론에 다 터뜨리고 감사원 등에 자료를 보내서 학교가 조사받게 만들겠다” 등의 말로 협박해 겁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측은 결국 2015년 3월 이들 7명에게 각각 1억원 안팎의 위로금을 지급했다.

재판부는 “학적 위조 등 비리가 실제인지와는 관계없이 이를 폭로할 것처럼 말한 것은 협박”이라며 “피고인들의 권리 실현을 위한 수단과 방법이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를 넘어 정당행위나 자구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러나 피고인들 모두 열악한 시설과 환경에서도 청춘을 바쳐 근무했던 직장에서 원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사직하게 돼 경위에 참작할 부분이 있다”면서 “결국 학교 측 의사에 따라 권고사직을 하게 된 점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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