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美軍 지원”광고에 러시아 전투기 쓴 트럼프
뉴스종합| 2020-09-16 08:5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소액 기부금을 모아 선거캠프 측에 제공하고 있는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한다 위원회’가 최근 내보낸 디지털 광고의 모습. 러시아의 미그-29기 윤곽 사진을 쓴 걸로 드러나 입길에 오르고 있다. 군복을 입고 있는 병사도 러시아인 모델이고, 맨 오른쪽 사람이 든 총도 러시아가 만든 AK-74소총이라고 한다.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소액 정치자금을 모아 대주는 단체가 미군을 지원해달라는 내용의 디지털 광고에 러시아 전투기 사진을 사용한 걸로 확인돼 빈축을 사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한다 위원회’가 이달 8~12일 선보인 미군 지원 요청 광고에 러시아제 미그-29 전투기 윤곽 사진이 쓰였다. 군인 복장을 한 3명도 러시아 모델인 걸로 파악됐다.

미군을 응원하자면서 냉전 시기 적국이었고, 현재도 껄끄러운 관계인 러시아의 무기를 광고에 활용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한 셈이다. 광고 게재 시기도 트럼프 대통령이 참전용사를 ‘패배자’, ‘호구’로 불러 군을 비하했다는 시사잡지의 보도가 나와 미 전역이 시끄러웠던 때다.

이 위원회는 공화당전국위원회(RNC)와 트럼프 선거캠프가 운영한다. 인터넷에서 거둔 소액 기부금을 선거캠프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루슬란 푸크호프 모스크바전략기술연구센터 국장은 폴리티코에 “(사진에 나온)비행기는 러시아의 미그-29기이고, 맨 오른쪽에 있는 군인은 러시아의 AK-74소총을 들고 있다”고 확인했다. 미 공군의 F-16 전투기 디자인 작업에 참여한 피에르 스프레이도 비행기의 꼬리 부분 각도 등을 지목, “틀림없이 미그-29기”라고 했다.

폴리티코는 이 사진이 셔터스톡이라는 사이트에서 구할 수 있는 거라고 했다. 사진을 만든 아서 자키로프는 이런 보도가 나간 뒤 페이스북에 “미그-29기의 3차원 모형이고 군인도 러시아 모델”이라며 “5년전 만든 합성사진인데 배경도 러시아 하늘, 그리스의 산, 프랑스의 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진이 트럼프 대통령 대선 자금모금에 쓰인 데 대해 “무척 재미있다”면서도 “부주의로 모든 일이 발생하지만, 트럼프 캠프는 사실 확인이 형편없다”고 했다.

미그-29기는 러시아가 소련 시절이던 1977년 개발한 기종이다. 냉전 때 미국의 F-15·16 전투기에 대응하려고 낸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시리아·인도 등에 이 기종을 팔기도 했다.

트럼프 캠프와 RNC는 이 광고 관련한 해명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고 폴리티코는 썼다.

hongi@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