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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덩어리 ‘방사성폐기물’ 재활용한다…처분비용 3천억 절감 가능
뉴스종합| 2021-04-13 09:25
박환서(왼쪽) 박사와 연구진이 탄화붕소 중성자흡수체 시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방사성폐기물은 일반폐기물과 달리 200리터 드럼 안에 안전하게 포장해 경주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으로 이송돼 처리된다. 하지만 한 드럼 당 1500만 원 정도로 처분 비용이 높기때문에 폐기물 부피를 줄여 처분 비용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국내 연구진이 원전운영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하지 않고 물질의 특성을 활용해 재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박환서 박사 연구팀이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물리화학적으로 안정적인 탄화붕소(B4C)로 전환해 중성자흡수체로 업사이클링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방사성폐기물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여 처분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고가의 중성자흡수체 구입비까지 절감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원자력발전소 내 보관중인 폐활성탄과 붕산을 함유한 건조분말을 이용한다. 폐활성탄의 구성성분인 탄소(C)와 붕산건조분말 중 붕소(B)를 탄화붕소(B4C)로 합성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 시 핵분열을 방지하는 중성자흡수체로 활용한다. 탄화붕소는 중성자 흡수능력이 뛰어난 대표적 물질이다.

연구팀은 운영, 해체과정에서 상당량 발생하는 금속류 폐기물 중 극저준위 금속폐기물을 이용해 중성자흡수체를 담는 지지체까지 제조함으로써 폐기물 양을 더욱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극저준위 이하 방사성폐기물 재활용은 단순히 물리적 형태의 전환을 통해 방사성폐기물 처분동굴의 채움재, 관리시설 내 차폐재, 보조 인공구조물 등으로 활용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서로 다른 세 가지 방사성폐기물을 합성하고 재구성해 활용하도록 가치를 부여했다.

단순히 탄화붕소로 전환만 해 처분할 경우에도 현재 폐활성탄과 붕산폐액 건조분말보다 물리화학적 안정성이 뛰어나 특수용기를 활용하지 않고 경주처분장의 처분인수기준을 만족할 수 있다. 또한 처분부피를 약 30% 이하로 경감할 수 있어 3000억원 이상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에서는 매년 공기정화계통에서 폐활성탄 약 100드럼, 원자로 감속재로 쓰이는 붕산도 약 수백 드럼이 폐기물로 발생한다. 또한 고리1호기 등 원자력발전소 해체과정에서는 배관, 부품 등 금속류 폐기물이 호기 당 수천 드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활용할 경우, 폐활성탄과 붕산은 전량 새롭게 활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원자력시설 해체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속류 폐기물의 경우, 처분부담이 크기 때문에 같이 활용하면 비용 경감효과는 더욱 크다.

박환서 박사는 “일반 산업폐기물을 재활용하듯 방사성폐기물도 또 하나의 유용한 자원으로 발상을 전환하면 국내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커다란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며 “향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실용화에 더욱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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