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IT과학칼럼] 창의연구 과정 정립할 때
뉴스종합| 2021-04-22 11:22

필자와 연구진은 지난 45년간 정부가 주도하는 대형 국책사업으로 국가 전략기술 개발을 주도해왔다. 그간의 노력과 땀이 전전자교환기, 메모리반도체, CDMA·LTE, 초고속인터넷·5G 등으로 꽃을 피웠다. 이후 지속적으로 4차산업혁명을 꽃피우기 위한 혁신기술 개발에 노력 중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각 분야에서 세계에 일등 제품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으며 중소기업들도 많은 분야에서 세계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정부 출연연구원은 이러한 연구 환경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도전을 찾아 나서 창의적 미래 기술을 발굴하고 개발해야 한다는 것 또한 인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도전·창의·미래와 같은 연구는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나름 기대되는 혁신기술 개발 성과들을 거두고 있으나 과거의 영광을 떠올리는 뚜렷한 성공적 연구결과를 내지 못함에 반성도 하고 있다. 물론 출연연 내부를 들여다보면 고령화, 소형 과제, 사회 변화에 따른 다양성 등은 이러한 혁신을 이루기 위한 외부 변수로 작용, 고민을 더욱 더 깊게 한다.

서두에 언급했던 대표적인 과거 연구성과들은 선진국이 이뤘던 기술을 빠르게 배우고 그들의 기술 개발 체계를 도입해 열심히 연구함으로써 우리가 해낼 수 있는 분야들로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남들이 해결 못하는 기술,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기술을 발굴해야 하는 ‘선도자(first mover)’의 위치에 이미 와 있다. 그런데 우리의 연구 방법이 위치에 맞지 않게 기존 방법을 고수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때다.

이런 취지로 기술 발전 방향을 조사·분석하고 현재 수행 중인 연구 주제가 올바른 방향인지, 또 적절한 가치를 가진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몇 가지 창의적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으며 개략적으로 다음과 같이 소개해본다.

먼저 국내·외 주요 정책기관들이나 컨설팅회사에서 발간하는 미래 기술 트렌드 보고서나 연구 분야의 과거 및 현재 개발기술 간 연계성을 분석하는 방법이 있다. 이로써 세부 분야별 기술로드맵을 작성하면서 연구 방향이 적절한지 파악하는 시도다. 유망 제품·서비스의 성능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한 일련의 세부 기술들을 도출하고 기술을 나눠 체계를 이끌어내는 셈이다.

트리즈(Triz)는 해결책을 찾는 데 큰 도움을 주는 도구다. 수만건의 기존 특허를 분석해 발명 유형을 40개로 정리해 솔루션을 찾는 데에 천군만마가 돼준다. 보통 3~4가지의 발명 유형을 해당 문제에 적용해 원하는 해결책을 찾게 해준다. 이러한 기술로드맵과 트리즈를 통한 접근 방법은 미래에 우리가 어떤 사회에서 살게 될지, 정치·사회·경제·기술·환경·문화 등 다양한 미래 변화에 따른 이슈를 파악하고 시나리오를 개발해 미래의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며 요구되는 미래 기술을 파악하기에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잠재 가치가 높은 미래 신기술을 발굴하기 위해선 연구기획 방법도 선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체계적인 연구방법론의 정립과 함께 창의연구 프로세스 구축의 필요성 또한 중요하다. 이러한 연구방법론의 시도는 껍질을 깨고 나오는 고통스러운 변화가 필요하다. 바로 조직 구성원의 소통과 화합, 그리고 연구조직의 동기부여 등이 성공적인 혁신의 핵심 요인이라 생각한다. 이로써 바람직한 연구·개발을 위한 제대로 된 옷을 몸에 맞춰 입게 될 것이다. 이게 바로 연구 혁신의 길이다.

강성원 ETRI ICT창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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