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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무기지원 검토" vs. 러 "선넘지 말라"…우크라이나서 충돌 조짐[김수한의 리썰웨펀]
뉴스종합| 2021-04-22 14:49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A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무기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같은 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외세가 도를 넘는 수준으로 개입하면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문제를 놓고 정면 충돌할지 주목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군사적으로 러시아를 도발하는 것을 꺼렸다. 지난주에는 긴장이 고조되는 흑해 지역에 두 척의 해군 군함을 보내는 방안을 취소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서 군사적 갈등이 첨예해지자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무기를 지원해달라는 우크라이나 요청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자국과의 국경, 크림반도 지역에 병력과 전투기를 집결시키는 것이 단순히 서방에 메시지를 보내려는 무력 시위 차원을 넘어선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실제 벌어질 수 있는 러시아의 침공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 더 많은 무기를 지원해줄 것을 미국에 공개적, 비공개적 라인을 통해서 타진했다.

여기에는 패트리엇 대공미사일 시스템이 포함됐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행정실장(비서실장) 안드레이 예르막은 최근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미사일을 배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자신만을 위해서뿐 아니라 서방을 위해서도 러시아에 맞서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에) 가장 가까운 폴란드에 미사일이 배치됐지만 이곳(우크라이나)에도 배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러시아가 실제로 침공하려 한다면, 미국이 신속하게 우크라이나에 추가 무기를 지원해줄 것이라고 당국자의 말을 전했다. 또한 여기에는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과 군수품, 폭탄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바이든 정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검토=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우크라이나 방위를 돕기 위해 2척의 무장 순시선과 대포병 레이더 등 1억2500만 달러(약 1400억원) 규모의 무기를 이미 지원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는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 간 교전이 격화하고 있다.

돈바스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루간스크와 도네츠크 일대를 가리키는 곳으로, 주민은 친러시아 성향이 대부분이다.

돈바스의 친러 성향 주민은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전격 병합하자, 분리·독립을 선포하고 중앙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분리주의자들은 현재까지 정부군과 산발적인 교전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약 1만4000명이 사망했다.

이런 와중에 반군을 지원하는 러시아군이 최근 우크라이나 국경지대로 육상과 해상에서 동시에 속속 몰려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크림반도 지역에 지난 3월 말에는 보이지 않던 러시아의 수호이(Su)-30 전투기 등이 배치됐다고 전했다.

영국 BBC 방송 러시아어판도 크림반도 해역으로 러시아 여러 함대 소속 군함들이 대거 배치됐으며, 반도 동부에는 이전에 없던 군사 진지들이 생겨났다고 보도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1주일 안에 러시아군은 12만 명에 달할 것"이라며 "그들이 이 수준에서 병력 증강을 멈추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돈바스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동영상 연설을 통해 "나는 매달 그곳(돈바스 지역)을 방문한다"면서 푸틴 대통령을 향해 "전쟁이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돈바스의 어느 지점에서든 만날 것을 당신에게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오히려 외부 세력의 개입을 원천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교전이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서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 소속 군인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로이터]

▶푸틴 "서방국가 스포츠하듯 러시아 건드려"=그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담 제안 뒤인 21일 모스크바 시내 '마네슈 전시홀'에서 행한 연례 의회 국정연설에서 최근 러시아와 서방 간의 '신냉전' 상황에 대해 언급하며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비우호적 도발에 비대칭적으로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러시아에 대한 비우호적 행동이 멈추지 않고 있다"면서 "일부 국가들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러시아를 건드린다. 누가 더 크게 떠드는지를 겨루는 새로운 종류의 스포츠처럼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러 제재를 강화하는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을 영국 소설가 러디어드 키플링의 소설 '정글북'에 나오는 정글의 왕 '시어칸'(호랑이)과 아첨꾼 '타바키'(승냥이)에 비유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은) 시어칸 주변에 온갖 잡스러운 타바키들이 몰리는 것과 비슷하다"며 "모두가 키플링의 소설에서처럼 주인(미국)을 만족시키려고 짖어댄다"고 비난했다.

최근 미국의 러시아 외교관 추방에 뒤이어 유사한 조치를 취한 체코, 폴란드 등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또한 그는 "누구도 러시아를 상대로 소위 '레드라인'을 넘으려는 생각을 갖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어디가 (레드라인의) 경계인지는 구체적 상황마다 우리가 직접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자국의 이익을 수호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군사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