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IT과학칼럼] 데이터 통한 가치창출, 인간 지성 전제되어야
뉴스종합| 2021-04-29 11:45

코로나19로 인해 4차 산업혁명 관련기술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많은 영역에 걸쳐 디지털 대전환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데이터·비대면 경제로의 이동에 대한 시장의 요구와 무관하지 않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술은 항상 혁신을 촉진해왔다. 한 가지 다른 점은 혁신 주기가 점점 빨라진다는 것이다. 라디오가 개발되고 사용자가 5000만명이 되는데 걸린 시간이 38년인 반면, 인터넷은 3년, 트위터는 9개월, 포켓몬고는 19일에 불과하다. 디지털기술과 데이터는 기업 경쟁구도의 변화를 초래하면서 데이터 경제로의 변화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반 기업들의 약진은 모든 주요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국가에서 동일한 방식이나 규모로 혁신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가치창출을 위한 도구가 데이터라면 주체는 기업이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경제의 중추’라 할 수 있는 중소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의 99% 이상, 고용에서는 약 88%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은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AI와 빅데이터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화되고 데이터 획득과 활용에 우위인 거대 플랫폼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정작 중소기업들의 디지털기술과 데이터 활용을 통한 혁신 성장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왜, 무엇을, 어떻게 데이터화하고 분석할 것인가에 명확한 해답을 내놓을 수 있는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될까? 구축된 데이터를 적시에, 적절하게 구축하고 활용하는 기업은 얼마나 될까? 실제 우리나라의 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율은 수년간 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창업활동은 9위, R&D 투자 대비 기술수출액도 30위 수준에 그친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제품도 5204개 품목 가운데 77개에 불과해, 독일(693개)이나 미국(550개)에 비해 적은 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데이터와 신기술을 적극 활용해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하거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왜, 무엇을, 어떻게’라는 궁극의 질문이 가치창출을 위한 도구로써 데이터를 수집하고 심층 분석하는 데 인사이트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데이터 분석 과정에 필요한 것은 통섭적 사고로 요즘과 같이 대변환이 일어나는 시기에는 인간이 가진 맥락과 결합해 사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디지털기술 활용과 더불어 심층적 데이터 분석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첨단 IT로 중무장한 글로벌 거대 기업들의 성장 이면에도 통섭적 사고에 기반을 둔 데이터의 심층 분석이 전제돼 있다.

데이터를 특정 짓는 행위는 객관적 지식, 주관적 지식, 공유적 지식, 감각적 지식을 기반으로 분석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기업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경쟁 시장을 이해하며 비전을 세우는 행위는 데이터의 정량적 값만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즉 기업이 속한 사회적 상황, 업종과 업력, 조직원의 역량, 기술역량, 혁신 과정에서의 특이한 경험 등을 고려해 데이터를 심층 분석할 때만이 의미가 있다. 지금처럼 인간 지성과 신기술과의 결합이 요구된 적도 없었다. 총체적 사고에서 나오는 지속 가능한 인사이트의 포착과 가치창출을 위해서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행위가 인간 지성을 전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은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분석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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