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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가 ‘살인 폭염’ 유발?…현대차보다 2배 넘게 ○○방출
뉴스종합| 2021-07-20 15:41
[123rf]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멧돼지도 ‘살인 폭염’에 책임 있다?… 대기업 공장 1년치 이산화탄소(CO2) 방출한다!”

전 세계 멧돼지가 해마다 500만t에 육박하는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자동차 110만대가 내뿜는 것과 맞먹는 양. 뿐만 아니라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의 1년, 현대자동차 생산공장의 2년치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유사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멧돼지 개체 수 증가가 기후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산화탄소는 살인적인 폭염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온실가스의 90%가량을 차지한다.

20일 호주 퀸즐랜드대와 뉴질랜드 캔터베리대 공동 연구진은 멧돼지가 토양을 파헤치며 배출해내는 탄소의 양이 연간 490만t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전 세계에 분포한 동물 수와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5개 대륙에 걸친 멧돼지 정밀 지도 1만개를 시뮬레이션했다. 이후 멧돼지가 다양한 기후 조건에서 먹이를 찾아다니며 발생시키는 피해에 대한 이전 연구를 기반으로 멧돼지가 얼마나 많은 토양을 뒤집어엎는지를 모델링했다. 그 결과, 전 세계 멧돼지가 땅을 파헤치며 490만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크리스토퍼 오브라이언 퀸즐랜드대 생태학 박사 제공]

490만t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국내 사업장에서 배출한 온실가스량(463만2000t)보다 많으며, 현대자동차(239만6000t)가 지난해 배출한 양보다 2배가량 많은 수치다. 온실가스는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메탄 등 지구를 따뜻하게 감싸는 기체로, 이산화탄소가 가장 큰 비중(88.6%)을 차지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멧돼지는 들판을 쟁기질하고 흙을 뒤엎는 트랙터와 같은 역할을 한다. 문제는 토양에 대기보다 3배 많은 탄소가 함유돼 있다는 점이다. 멧돼지가 흙을 뒤집으며 노출된 탄소가 기후변화를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오브라이언 퀸즐랜드대 생태학 박사는 “모델링을 통해 멧돼지가 3만6000~12만4000㎢의 영역을 파헤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토양의 건강 및 탄소 배출 문제는 물론, 나아가 생물 다양성과 식량 안보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진은 특히 멧돼지가 토양 탄소가 풍부한 지역으로 이동할 때 온실가스 배출 위험이 훨씬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 여러 관할구역에 걸친 멧돼지 관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번식력이 왕성한 멧돼지는 한 번에 10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한국처럼 상위 포식자가 없는 지역에선 먹을거리가 부족해 민가로 내려와 농작물·가축 등에 피해를 주는 일이 다반사다. 이산화탄소 배출만이 문제가 아닌 셈이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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