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전자.통신
“버튼 한번만 누르면 암 진단 물질이 대량으로 뚝딱”…국내 최초 자동화
뉴스종합| 2021-08-03 11:45
한국원자력연구원 가속기동위원소개발실 연구진. 주진식(왼쪽부터)선임연구원, 최평석 연구원, 이준영 선임연구원, 박정훈 실장 등이 자동화장치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암 진단 핵심 물질을 대량 자동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최초로 개발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르코늄-89 옥살레이트와 클로라이드형태의 의약품 원료물질 2종을 동시에 대량 생산하는 자동화 장치를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의료용 동위원소 지르코늄-89(Zr-89)는 반감기가 3.3일로 몇 시간에 불과한 다른 동위원소들과 비교해 체내에 오래 머무를 수 있다. 이에 질병에 대한 더욱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지르코늄-89는 암 진단, 면역치료 그리고 나노물질의 체내 거동 확인 등 다양한 의학 분야에 쓰이면서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지르코늄-89는 체내 분포한 암조직을 영상화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연구목적에 따라 옥살레이트 제형은 단백질과 항체 기반 의약품 합성에, 클로라이드 제형은 유기저분자와 나노물질 기반 의약품 합성에 쓰인다.

지르코늄-89 옥살레이트 및 클로라이드 생산 자동화장치.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박정훈 박사 연구실은 생산장치에 필요한 제어시스템, 핵종 분리 프로그램에 GUI(그래픽 사용자 환경)까지 자체 개발해 지르코늄-89의 생산분리공정을 자동화했다. 한 번의 버튼 조작으로 지르코늄-89를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탑재해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장비를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개발한 원격제어 프로그램은 지난달 저작권 등록을 마쳤다. 생산 자동화장치는 방사성의약품 신약개발 전문회사 퓨쳐켐에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다.

이 장치를 통해 생산한 지르코늄-89 옥살레이트, 클로라이드 두 가지 제형 모두 99.9% 고순도라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하루 생산하는 양은 100 mCi(밀리퀴리) 이상으로, 20여 곳의 국내 대형병원 및 연구기관에서 원하는 용량을 언제든지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연구원은 생산한 지르코늄-89의 중국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아르헨티나, 태국, 마케도니아, 남아공에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지르코늄-89 생산시스템 자체의 도입을 요청하고 있어 지르코늄-89 이용 저변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정준 대한핵의학회 회장은 “지르코늄-89는 차세대 의약품으로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방사성 핵종”이라며, “이번 성과로 항체·면역 영상과 실시간 약물 동태 영상 등 핵의학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국내 인프라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이남호 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소장은 “지르코늄-89는 세계 시장 잠재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지르코늄-89 생산장치의 국산화로 우리나라 방사선 산업의 주요 수출 품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정태일 기자

killpass@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