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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시대 끝나가나” 욕 먹는 ‘엔씨’의 고민
뉴스종합| 2021-09-02 19:41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리니지 형제’로 부동의 게임 ‘1위’를 지켜오던 엔씨소프트(이하 엔씨)가 휘청거리고 있다.

최근 출시한 ‘블레이드&소울2(이하 블소2)’는 출시하자마자 지나친 과금 유도 등으로 연일 이용자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모바일 게임의 역사를 새로 쓴 ‘리니지 형제’의 이용자는 최근 역대 최저치 기록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리니지 형식의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피로감과 반감이 커지면서, 엔씨의 높은 매출 의존도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니지2M 대표 이미지 [엔씨소프트]
모바일게임 ‘리니지M’의 약 1년간의 주간활성사용자수(WAU) 추이 [출처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민심 달래기 나선 엔씨…이용자 반응은 ‘싸늘’

2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주(8월23일~29일) ‘리니지M’의 주간활성사용자수(WAU)는 13만8281명으로 집계됐다. 안드로이드와 iOS 사용자를 종합해 집계하기 시작한 2020년 5월 이래 역대 최저치다. 지난해 7월 첫째주 27만명을 넘던 WAU가 약 1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리니지2M도 마찬가지다. 지난주(8월23일~29일) 리니지2M의 주간활성사용자수(WAU)는 4만8639명으로, 역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씨는 ‘블소2’ 보상 시스템 개선 등 만회에 나섰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미 떠난 유저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너무 늦었다는 반응이다. 오래 전부터 지적돼온 과금 문제가 신작에서도 똑같이 재현됐기 때문이다.

블레이드&소울2 [엔씨소프트 제공]

8월 26일 출시된 블소2는 출시 직후부터 혹평을 받았다. 게임 난이도를 높게 설정해 이용자로 하여금 지나친 과금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과금 문제로 비판을 받은 ‘리니지’ 시리즈와 다를 것이 없어 결국 ‘이름만 다른 리니지’라는 비난이 솟구쳤다.

블소2의 흥행 실패로 주가까지 폭락했다. 블소2 출시 첫날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전일보다 12만8000원 떨어진 70만9000원을 기록했다. 이틀 만에 시가총액 4조원이 증발한 것이다. 2일 종가 기준으로는 63만3000원까지 떨어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엔씨는 게임 출시 이틀 만에 과금 요소를 개편했다. 1일에는 전반적인 난이도를 낮추는 동시에 보상 획득 확률은 높였다. 게임 수익성과 직결된 부분을 출시 직후 두 번이나 수정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리니지2M [엔씨소프트 제공]
저물어가는 ‘리니지 천하’, 그 다음은?

소수의 고액 과금 유저들에게 의존하는 ‘리니지식’ 비즈니스 모델(이하 BM)은 엔씨를 ‘돈방석’에 올려놓은 주역이다. ‘리니지 형제’로 불리는 모바일게임 ‘리니지M’, ‘리니지2M’으로만 약 5조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1998년과 2003년 출시된 PC 온라인 게임 ‘리니지’, ‘리니지2’까지 더하면 단일 리니지 IP(지적재산) 누적 매출만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엔씨 게임 매출의 약 90%가 리니지 시리즈 매출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비슷한 내용의 게임 전개와 무리한 과금 유도, 확률형 아이템 등에 피로함을 느끼는 유저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엔씨는 이러한 변화를 알아채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 2019년 원조 PC게임 리니지도 21년간 유지하던 정액제 폐지하고 부분유료화로 전환했다. 이 또한 현재 당면한 상황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엔씨소프트 제공]

전문가들은 엔씨의 높은 리니지 매출 의존도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왔다고 분석한다. 리니지로 성공한 만큼 리니지 때문에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학회장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리니지의 수익 모델에 옷만 갈아입힌 ‘블소2’ 사례만 봐도 엔씨가 리니지에 붙잡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며 “이건 기업으로서 상당히 위험한 시그널이자 리니지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최근 심화되고 있는 리니지류 게임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감이 ‘리니지 시대’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이란 견해도 있다. 또한, 그 계기로 국내에 더욱 다양한 게임이 출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위 학회장은 “만약 리니지 시대가 끝난다면, 2조원 가량의 리니지 매출이 다른 게임으로 분산될 수 있다”며 “개발사들도 유저들도 원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결국, 게임 시장의 다양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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