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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웃다가도 사람 보면 정지” 밥집 누비는 ‘로봇의 민족’
뉴스종합| 2021-09-03 21:33
배달의민족의 서빙 로봇 ‘딜리 플레이트’ [촬영=박지영 기자]
배달의민족의 서빙 로봇 ‘딜리 플레이트’ [촬영=박지영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 손님으로 붐비는 목동의 한 음식점. ‘헤롱이’가 물과 김치 등 밑반찬을 싣고 테이블 사이를 다닌다. 목적지 앞에 도착하면 손님이 음식을 내려놓는다. 확인 버튼을 누르자 임무를 마친 ‘헤롱이’가 제자리로 돌아간다. 거침없이 식당 안을 누비다가도 사람 앞에서는 일단정지다. 헤롱이의 정체는 ‘서빙 로봇’이다. 5개월 동안 같이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이름도 생겼다.

‘배달 로봇’의 시대도 성큼 다가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럭스리서치가 전망하는 2030년 배달로봇 시장 규모는 50조원. 전체 배송 물량 중 20%를 배달 로봇이 처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푸드 테크’ 기업을 목표로 하는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가 적극적이다. 지난 2017년 로봇 사업에 착수, 2019년부터 서빙로봇 ‘딜리 플레이트’를 자영업자들에게 보급 중이다. 올해 실내·외를 누비는 배달로봇 테스트를 거친 후, 내년 본격적으로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배민 서빙로봇, 벌써 ‘400대’ 쓰인다
배달의민족의 서빙 로봇 '딜리 플레이트'가 전방의 사람을 감지하고 멈췄다 주행을 재개하는 모습. [촬영=박지영 기자]

가장 활발하게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서빙 로봇’이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서빙 로봇 ‘딜리 플레이트’는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300여개 매장에서 400대가 운영되고 있다. 서울에서만 57대의 딜리 플레이트가 활용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 로봇 상용화를 위해 LG전자 등 여러 제조사와 협업 중이다. 로봇 본체 제작과 기본 소프트웨어 설계는 제조사가 맡는다. 우아한형제들은 로봇이 실제 건물이나 외부 등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커스텀하고, 렌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사업화를 맡는다.

기자가 만난 서빙 로봇의 정식 모델은 ‘딜리플레이트 L02’다. 우아한형제들과 LG전자가 공동 개발한 모델이다. 미리 입력된 음식점 내부 동선을 바탕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레이저, 라이더, 카메라, 초음파 센서가 탑재돼 사람과 부딪치지 않고 움직인다. 우아한형제들은 매장 형태와 특성에 따라 5가지 모델을 제공한다.

딜리 플레이트 [배달의민족 제공]
딜리 플레이트가 실제 배치된 매장에서 아이가 딜리 플레이트를 만지는 모습. [배달의민족 제공]

점주 A씨는 “다른 식당에서 우연히 사용하는 것을 보고 알아보니 비용이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며 “손님이 로봇에 익숙하지 않아 사용 방법을 설명하는 등 약간의 불편함도 있지만,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고 손님들도 재미있어해 앞으로도 ‘헤롱이’를 계속 쓸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의민족이 제공하는 서빙 로봇 렌털 프로그램의 가격은 로봇의 종류, 계약 기간 등에 따라 월 50만~150만원 수준으로 다양하다.

딜리플레이트를 사용하는 강원도 물회집 사장 B씨는 “고객과 함께 즐기는 새로운 ‘경험’의 요소가 크다”며 “서빙 로봇 사용에 익숙해지니 메뉴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설명하는 시간이 생기는 등 고객과의 소통이 원활해졌다. 서빙 로봇 도입 후 1회 이상 방문 고객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엘리베이터 타고 물건 전달…‘배달 로봇’도 속속
딜리드라이브 [배달의민족 제공]
딜리타워 [배달의민족 제공]

진짜 ‘배달 로봇’이라고 할 수 있는 실내·외 자율주행 로봇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자율주행형 실내 배달 로봇 ‘딜리타워’ 서비스가 시작됐다. 딜리타워가 빌딩, 아파트 등 건물 내부를 누비며 음식과 물품을 각 세대로 배송한다. 사전 입력된 경로에 따라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움직인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 주상복합 아파트 ‘포레나 영등포’와 광화문구 빌딩 ‘D타워’에 도입됐다.

지난해 8월부터 시범 서비스 중인 실외 자율주행 로봇 ‘딜리 드라이브’는 ‘횡단보도’도 건넌다. 딜리드라이브는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 승인을 받은 후 수원 광교의 주상복합 아파트 ‘광교 앨리웨이’에서 1년째 배달 중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며 고온, 우천 등 다양한 ‘비상 상황’ 데이터도 학습했다.

로봇 개발은 배달 라이더를 도와 배달 인프라를 효율화, 더 나은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배달의민족을 통해 월 1억건의 주문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수행할 라이더의 숫자는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영등포 포레나에서 ‘딜리타워’가 도입된 이후, 평균 배달 시간이 5분 가량 줄었다.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LG 클로이 서브봇’이 고객에게 편의점 주문 물건을 전달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KT가 현대로보틱스와 함께 개발한 서빙 로봇. [KT 제공]

LG전자, KT도 로봇 배달 서비스를 확대 중이다. LG전자는 지난 5월부터 서울 강남구 GS타워의 GS25 편의점에서 ‘클로이 서브봇’을 시범 중이다. GS타워 근무 고객이 모바일앱으로 상품을 주문하면, 로봇이 상품을 싣고 도시락, 샌드위치, 음료 등을 배달한다.

KT는 서빙 로봇에 집중한다. 현대 로보틱스와 베어로보틱스이 손을 잡았다. 광화문 D타워 등에서 시범 사업 형태로 운영하던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올해 1000대 이상 판매가 목표다. 전국을 아우르는 네트워크망을 기반으로 24시간 로봇 관제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전국 50여개 지사에 로봇 전담 기술 인력도 배치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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