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서울시, ‘현금 없는 버스’ 418대로 확대…소외계층은?[촉!]
뉴스종합| 2022-01-02 07:34
서울의 한 버스 정류장에 부착된 ‘현금 없는 버스’ 안내문. 김희량 기자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서울시가 일부 시내버스를 대상으로 해 오던 ‘현금 없는 버스’ 사업을 이달 1일부터 추가 확대, 6월까지 시범 운영한다. 이로써 현금 승차 폐지 대상인 서울 시내버스는 총 18개 노선·418대가 됐다. 서울시에 이어 인천시도 이달 10일부터 6월 30일까지 62번과 535번 버스 노선 35대에 대해 현금 요금함을 없애고, 현금 없는 버스 시범 운영에 돌입한다.

서울시 등은 낮은 현금 이용 승객 비율과 운행 전후의 안전 문제 등을 고려했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교통 약자들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일 헤럴드경제가 만난 서울 시내 버스기사 A씨는 “현금통을 매번 교체해야 하는 부담이 주는 건 기사들로서는 좋겠지만 장단점이 있다. 교통카드 개념이 어렵거나 물어볼 자식이 없는 노인, 현금을 쓰는 경증 장애인 등이 소외될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금을 내는 승객이 하루 10명 정도는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버스 승객이 현금을 쓰는 비중은 높지 않다. 서울시가 제공한 지난 3년간(2019~2021년) 버스 승객 건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현금 사용 비율은 954만6183건으로 약 0.8%다. 하루 평균 2614명의 승객이 현금 승차를 하는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의 경우 1605건1887건으로 현금 사용 비율은 약 1%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현금 사용 승객이 줄어든 셈이다.

지난해 현금 사용 건수 중 일반이 58.7%(560만79건)로 가장 많았고,청소년 33.9%(323만6986건)·어린이 7.9%(70만9118건) 순이었다. 연령이 적을수록 현금을 쓰는 비율이 낮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금 없는 버스 확대 취지에 대해 코로나19 상황과 안전 운행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금 승차 승객이 많지 않아 수익금 대비 유지 관리 비용, 감염병 확산 방지 측면, 현금 승차 시 기사들이 운행하다 거스름돈을 거슬러주거나 운행 후 현금통을 옮기다가 발생하는 안전사고 등의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시내버스의 현금 수입은 109억원이었던 반면 현금 승차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20억원에 달했다. 현금 수입의 18.3%나 됐다.

시민들은 사회의 비대면·디지털화 등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면서도 소외계층에 대한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여행객 등 외국인도 현금 없이 버스를 타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여전하다. 이에 대해 고려대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샘 와위나(23) 씨는 “교통카드를 팔고 충전할 수 있는 편의점을 찾는 게 어렵지 않고 여행객들도 카드를 쓰는 걸 봐서 자연스러운 흐름 같다”며 “제 주변도 대부분 동전 들고 다니는 걸 싫어해서 현금을 거의 안 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면 직장인 서혜림(28) 씨는 “카드 위주가 되면 편하겠지만 현금을 아예 못 쓰면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며 “소외계층을 고려해 일부러 (버스에 대해)디지털화를 안 하는 나라들도 있는 걸로 아는데, 부득이한 경우 현금을 받아주는 것도 대안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버스 정류장에 부착된 ‘현금 없는 버스’ 외국어 안내문. 김희량 기자

노인 등 현금 승차가 익숙하지 않은 시민을 위한 보완책을 묻는 질문에 서울시 관계자는 “노인들이 발급 받을 수 있는 우대용 교통카드를 홍보 중이다. 지자체나 신한은행에서 체크카드나 신용카드 방식으로 발급받으면 그 카드를 활용해 버스를 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디지털화 논쟁을 넘어서 저소득층 등 교통 약자들의 이동권을 좀 더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카드냐 현금이냐 하는 결제 방식의 문제를 넘어서 교통 약자들의 이동권 보장을 돌봄의 맥락에서 바라보는 게 필요할 시점이다. 학생증을 보여주면 버스비가 무료인 일부 국가들처럼 성장기 아동들의 교통비 부담을 줄여준다든지 등 보다 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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