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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용의 화식열전] 다소 과장된 인플레 공포… 너무 ‘쫄지는’ 말자
뉴스종합| 2022-01-10 11:15

연초부터 미국의 긴축 우려로 금융시장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물가지표가 급등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도 모자라 양적긴축까지 한다는 소식에 한때 시장이 파랗게 질리기도 했다. 지난 주말 열린 전미경제학회에서는 공급망 혼란과 이에따른 인플레가 금리를 끌어올려 자산시장에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석학들의 경고가 쏟아졌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이 펼친 ‘무제한 달러 살포 작전’이 작금의 사태를 초래했다는 질책도 나왔다. 하지만 거시경제에 대한 걱정은 늘 있어왔다.

코로나 발발 전인 2019년, 장단기 금리역전, 마이너스 금리 도래 등으로 경기침체가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유럽에서는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사상 초유의 현상이 속출했다.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미국의 금리인상이었다. 연준은 2015년말부터 0%~0.25%이던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 2019년 2.25%~2.5%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기준금리 영향이 큰 단기금리 상승폭 만큼 장기금리가 오르지 않으면서 장단기 역전현상이 빚어졌다. 장기 국채는 경기를 반영한다. 경기가 충분히 살아나지 않으면서 기준금리 상승이 경제에 부담이 된 셈이다.

꼭 1년 전에도 인플레 공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10년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yield)이 1.7%까지 치솟았다. 기준금리와 비슷한 범위에서 움직이던 2년만기 미국 국채는 0.1%대에서 잠잠했다. 장단기 금리차가 오히려 확대(curve steepening)되면서 지난해 미국 증시는 크게 오를 수 있었다.

이르면 3월 이뤄질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선반영 해 최근 단기금리가 급등하고 있지만 장기금리도 함께 뛰고 있다. 상당 부분 기준금리 인상을 감당할 정도의 장단기 금리차는 유지하고 있다.

인플레 대처를 잘 해야한다는 게 석학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하지만 인플레 잡자고 경기를 훼손시킨다면 쥐 잡겠다고 장독대를 깨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판단으로 보인다. 인플레로 금리가 오르면 자산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는 걱정은 다소 지나쳐 보인다. 자산시장이 소비의 기반인 미국 경제 구조를 감안할 때 연준이 그 정도까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인플레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실업률은 사상 최저이고, 가파른 임금상승도 나타나고 있다. 임금만 오른다면 문제이지만, 효율이 같이 오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모바일, 빅테크, 친환경 등 미국 경제의 혁신이 계속되고 있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물론 국채 수익률이 높아지면 그 동안 미래 기대로만 많이 올랐던 기술주의 가격부담이 높아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는 달리 얘기하면 펀더멘탈에 대한 재평가 기회이기도 하다. 연준의 긴축과 함께 바이든 정부의 경기부양이 본격화되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자극이 인플레 부작용을 낳았지만,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이 금리상승을 감당할 만한 체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폄하하지 말아야 한다.

여전히 S&P500 기업들의 이익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주가가 10% 쯤 조정을 받는다면 저가에 매수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실제 연준 기준금리 조정이 이뤄지면 시장이 더 출렁임이겠지만 이후 펀더멘털이 확인되면서 다시 안정을 찾아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조수석에서 보면 자칫 위태로워 보이지만, 운전자가 옆자리 승객보다 더 높은 집중력을 가지는 게 보통이다.연준이 시장을 망치려 들리는 없다. 비관론자들은 명성을 얻을 수 있지만, 큰 수익은 낙관론자가 낼 수 있는 법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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