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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벅부터 올린 커피값…“우려했던 커피 위기 시작됐나?” [식탐]
라이프| 2022-01-1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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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400원 더 비싸졌다구요?”

13일부터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는 400원을 더 내야 마실 수 있고, 인스턴트커피인 ‘맥심’과 ‘카누’ 역시 가격이 오른다. 이 같은 소식에 소비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단순한 가격인상에만 초점을 맞출 일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미 예견된 일이 시작된 것이며, 앞으로는 이보다 더 최악의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바로 기후위기에 따른 ‘커피 위기’의 시작이다. 즉 기후위기에 따라 지금보다 ‘비싼’ 돈을 내면서 ‘더 맛없는’ 커피를 마셔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사실 이러한 경고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이어졌으나 ‘미래에 벌어진다’는 전제조건이 있어 크게 실감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우려했던 그 미래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스타벅스가 말하는 ‘커피 원두 가격’, 기후위기가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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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을 인상한 스타벅스와 동서식품은 주요 원재료 가격 상승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괜한 말이 아니다. 실제로 국제 원두 가격은 심상치 않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뉴욕ICE선물거래소에서 아라비카 원두 선물은 파운드(약 454g)당 2.5달러(약 3000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1년 사이 2배가량 오른 수치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는 “10년 전인 2011년 11월 이후 최고치”라고 말했다.

우선, 전 세계 커피 3분의 1가량을 생산하는 브라질에서 생산량이 감소된 것이 주된 이유이다. 브라질 커피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 커피 생산량은 4880만7000포대(아라비카와 코니론 품종 합산, 1포대=60㎏)로, 전년 대비 22.6%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전 세계적인 물류대란으로 공급망 확보의 어려움도 영향을 미쳤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위기에 따른 이상 기후이다. 브라질은 지난해 7~8월 심각한 한파를 겪으면서 커피재배지에 서리와 폭설이 쏟아졌다. 앞서 지난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는 100여년 만의 최악의 가뭄도 겪었다. 이러한 이상 기후는 대규모 삼림 파괴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아마존 열대우림의 삼림 벌채는 22%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상 기후로 커피나무가 손상됐으나 커피나무를 다시 심어 열매를 맺기까지는 3~5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 커피 생산국’으로 불리는 베트남도 피해갈 수 없다. 베트남의 주요 생산 커피인 로부스타종은 아라비카종에 비해 기후에 강한 편이지만 이마저도 점차 백기를 드는 모습이다. 베트남 커피카카오협회(VICOFA)측은 때아닌 비와 가뭄, 서리 등 비정상적 날씨가 커피 생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베트남의 기후변화 피해가 이미 진행 중이라고 보고 있다.

커피, 기후위기에 특히 취약

물론 기후위기는 커피 재배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커피나무는 온도변화에 민감해 기후위기에 취약한 대표 식품으로 꼽힌다.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인플랜트사이언스(Frontiers in Plant Science)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날씨 패턴이나 온도, 일조량, 대기 중 이산화탄소 양이 변하면 커피나무가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수확물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미국 터프츠대학과 몬태나주립대학 연구에 따르면 기후위기는 생산량뿐 아니라 맛과 향 등 커피 품질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아라비카 품종은 더 그렇다. 온도변화에 가장 민감하기 때문에 섭씨 1도만 변해도 지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호주기후연구소(Climate Institute of Australia)는 이미 지난 2016년에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2080년에는 사실상 아라비카 원두 등 야생 커피가 멸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커피 수요는 ↑ 공급은 ↓… 심상치 않은 ‘커피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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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기후연구소가 경고한 ‘커피 위기’에는 중요한 사실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커피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구소는 “오는 2050년이면 전 세계 커피 수요가 지금보다 2배 늘어나지만 커피 재배면적은 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커피 공급이 감소되는 동시에 커피 수요가 많아진다면 가격인상은 불가피하다.

더욱이 한국처럼 커피를 ‘밥’ 먹듯이 마시는 수입국가라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우리나라 커피 수입량은 17만6648t, 수입액은 7억3780만달러(약 8883억원)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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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용 엔터하츠 스페셜티 커피전문점 대표는 “불과 1년 전보다 생두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값비싼 스페셜티 등급보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원두가 더 큰 피해를 받았다”며 “품종 개량 등을 통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커피업계의 노력과 더불어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는 각국의 협동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김규동 한국커피학회 사무국장은 “스타벅스의 가격인상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며, 스타벅스가 가격을 올리면 다른 커피전문점도 인상될 가능성이 커진다. 원두 가격은 기후위기에 따라 앞으로도 상승할 것이며, 최악의 경우 우리가 알고 있던 커피 맛을 현재 가격으로 더는 마시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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