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국보, 경매로 팝니다”…‘재정난’ 간송미술관 불상·불감 내놓은 사연
라이프| 2022-01-14 14:13
'금동삼존불감' 내부. [케이옥션]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구조조정을 위한 소장품의 매각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다시 할 수밖에 없어 송구한 마음이 크다".

누적된 재정난에 시달리던 간송미술관이 국가지정문화재 국보 2점을 경매에 부친다. 국보가 경매에 출품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케이옥션은 오는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열리는 올해 첫 메이저 경매에 국보 '금동삼존불감과 국보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이 출품된다고 14일 밝혔다.

'금동삼존불감' 외부. [케이옥션]

국보 '금동삼존불감'은 11~12세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높이는 18㎝ 불감으로, 사찰 내부에 조성된 불전을 그대로 축소한 듯한 형태다. 추정가는 28억~40억원이다.

불감은 불상을 모시기 위해 나무나 돌, 쇠 등을 깎아 일반적인 건축물보다 작은 규모로 만든 것을 뜻한다. 그 안에 모신 불상과 당시의 건축 양식까지 함께 살필 수 있는 문화재다.

국보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 [케이옥션]

국보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563년)은 6세기 초반 동아시아에서 호신불로 유행한 금동삼존불상이다. 한 광배 안에 주불상과 양쪽으로 협시보살이 모두 새겨진 일광삼존(一光三尊) 양식이며, 광배 뒷면에 정확한 조성 연대를 알 수 있는 명문이 새겨졌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간송의 미래를 위해 어렵게 내린 결정이오니 너그러이 혜량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간송미술관은 2020년 5월 소장 보물인 금동여래입상과 금동보살입상을 케이옥션 경매에 출품했다.당시 간송미술관 소장 문화재가 처음으로 공개 경매에 나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두 점 모두 '유찰'(입찰 결과 낙찰이 결정되지 않아 무효로 돌아가는 일)됐다.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이 두 점 모두 사들였다.

간송미술관은 사업가 간송 전형필(1906∼1962)이 1938년 보화각(1966년 간송미술관으로 개칭)이라는 이름으로 세운 한국 최초 사립 미술관이다. 일제강점기 때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전통 서화와 도자기 등을 사들여 세웠고, 훈민정음과 신윤복의 미인도 등 문화재로 이름을 날렸다.

다만 ‘지원을 받으면 간섭이 따른다’는 간송가(家)의 원칙은 필연적 재정난을 불러왔다는 평을 받는다. 재단이 설립된 2013년까지 75년간 미술관은 외부 지원을 받지 않았다. 미술관 소장품은 모두 후손들 개인 소유다. 재단 설립 이전 간송미술관은 1년에 단 2번만 소장품을 무료로 전시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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