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해운 담합 과징금 논란, 공정위-해수부 혼선 조율이 먼저
뉴스종합| 2022-01-19 11:20

한국과 동남아 항로를 오가는 국내외 23개 해운사 앞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18일 모두 9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03년 12월부터 15년 동안 한국~동남아 노선에서 모두 120차례 운임을 담합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5월 조사를 마친 공정위 심사관이 제시한 최대 과징금 8000억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공정위는 담합 성공률이 높지 않은 수입 항로를 제재 대상에서 빼 과징금 규모가 줄었다고 했다.

정기 선사들의 공동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이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운협회는 해운법 취지를 무력화하는 결정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바로잡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글로벌 대형 선사들이 가격경쟁으로 중소 선사를 도산시킨 뒤 운임을 대폭 올리는 방식으로 화주와 소비자들에게 해를 입히는 일이 늘어나자 1974년 유엔 정기선 헌장을 통해 해운업계의 담합은 국제적으로 관행으로 인정받아왔다. 한국도 1978년 해운법을 개정해 지금까지 40여년간 이 방식대로 운항해왔다는 게 해운업계의 입장이다. 반면 공정위는 해운법상 요금 합의가 가능은 하지만 일정한 요건 아래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고 반박한다. ‘30일 이내 해양수산부 신고’를 지키지 않았고 화주와의 협의도 누락했다고 봤다. 18차례 운임 인상을 신고했지만 실제 공동 행위는 120회가량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해수부는 “기본적으로 정한 범위 내에서 하는 수시 가격 조정은 신고할 필요가 없다”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선사들로서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할 수밖에 없다.

해운업계가 제재에 민감한 것은 동남아 노선뿐 아니라 한국~일본, 한국~중국 노선에 대한 공정위 조사가 남아서다. 공정위는 다른 조사에서도 지금의 기준을 계속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사소한 절차상의 흠결을 빌미로 과징금 폭탄을 안기는 것은 꼬리(절차)가 몸통(공동행위 허용 취지)을 흔드는 격이다.

이번 해운 담합 과징금 논란은 근본적으로 담합·카르텔 방지에 중점을 둔 공정거래법과 수출주도형 국가인 한국의 특수성에 무게를 둔 해운법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한 것이다. 우리 선사들은 두 개의 잣대가 마찰하는 중간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판이다. 운임 공동 행위를 막으면 치킨게임이 가능한 글로벌 1~3위 선사를 가진 유럽연합(EU) 등에 휘말려 우리 선사의 경쟁력을 깎아먹을 수 있다. 해수부 입장을 반영한 법안이 농해수위 법안소위를 통과했는데 공정위 유관 상임위인 정무위 일각의 반발 속에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가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지는 못할망정 부추겨서는 안 될 일이다. 해운업법의 조속한 개정으로 불필요한 공방을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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