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추억여행 가지 않을래요?”…‘코로나 시대’ 슬픈 단면[촉!]
뉴스종합| 2022-01-30 09:02
2000년대 초중반 20대의 일상을 재현한 유튜브 콘텐츠 ‘05학번이즈백’. [유튜브 ‘피식대학’ 캡처]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직장인 김모(37) 씨의 요즘 여가 생활 콘셉트는 ‘추억 여행’이다. 친구들과 과거 사진을 돌려 보거나, 예전에 살던 동네를 방문하기도 한다. 20대 초반 시절의 풍경을 재현한 유튜브 방송 등을 보며 그때의 감정에 푹 빠져들 때도 있다. 김씨는 “코로나로 사람들을 만나기도 힘들고, 세상에 재미가 모두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며 “과거의 즐거웠던 추억을 되새기면서 그런 우울함을 조금이나마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새로운 경험을 쌓기 힘든 요즘, 집 안에 갇힌 사람들은 과거의 추억을 곱씹으며 힘든 시기를 버티고 있다.

이들은 어릴 적 살던 지역이나 대학가를 직접 찾아가기도 하지만,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제한된 지금은 온라인과 TV 등을 이용해 추억을 되새기고 있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05학번이즈백’은 2000년 중반 대학생이던 현재 30대 중후반의 감성을 자극하는 콘텐츠다. 몸에 딱 맞는 점퍼, 통이 넓은 바지에 페도라 또는 비니를 쓴 채 그때 유행했던 문화를 재현한 콘텐츠에 당시 대학 시절을 보낸 이들은 열광하고 있다. 이 콘텐츠는 편당 조회수가 많게는 500만건 이상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에서는 각자 자사의 지도 플랫폼에서 2008년부터 일정 연도별 거리 모습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원하는 연도의 거리를 선택해 그때 그 거리를 돌아다니는 듯한 과거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싸이월드, 버디버디 등 과거 인기를 끌었던 온라인 콘텐츠들이 재오픈을 예고하면서, 코로나19 시대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추억 여행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시민들의 반응 역시 환영하는 분위기다. 직장인 김찬샘(36) 씨는 “온라인이지만 대학을 다니던 20대의 추억을 다시 되새길 수 있다”며 “힘든 시기에 퇴근 후에 술 한잔 하면서 이런 추억 여행을 하는 게 스트레스 탈출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새로운 경험을 찾지 못하는 코로나19 시대의 슬픈 단상으로도 평가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현실이 힘드니 즐거웠던 과거를 회상하며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라며 “코로나 블루의 단면으로 보여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처럼 사람들이 추억에 빠지는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123@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