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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안 깎습니다’…둔촌주공 사태에 달라진 재개발·재건축 [부동산360]
부동산| 2022-06-23 13:55

한남 2구역 내 상가와 주택들. 서영상 기자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서울 도심부의 핵심 정비사업으로 꼽히는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의 시공비가 3.3㎡당 770만원으로 잠정 책정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이는 2년 전 바로 옆 한남3구역이 시공사 선정 입찰을 냈을 때 제시된 3.3㎡당 598만원보다 200여만원 높은 가격이다. 특히 이례적으로 가격 결정 과정에서 이른바 ‘가견적’으로 불리는 적산가격을 조합이 이견 없이 받아들여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최근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급격히 오르자 조합들의 협상력이 떨어지고, 둔촌주공 사태 등을 목격하며 학습 효과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공사비 입찰 예정 가격을 3.3㎡당 770만원으로 책정했다. 향후 조합은 해당 공사비를 토대로 대의원회의를 거쳐 다음달 중에 입찰 공고, 8월에는 현장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공사비만 총 7700억여원에 이른다.

공사비가 이 가격 그대로 책정될 경우 입찰에 참여를 원하는 시공사들은 3.3㎡당 770만원 이하로 가격을 제안해야 한다. 한남2구역 조합장이 지난 4월 새로 선출된 만큼 새 조합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대의원회의에서는 공사비를 무난히 통과시켜줄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공사비를 놓고 정비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적산가 그대로 조합이 공사비를 책정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이유에서다. 단순 액수로 따진 770만원도 고액이지만 그간 관례적으로 대부분의 조합은 적산가격을 받은 뒤 다른 조합들의 공사비 등을 따져 가격을 낮춰 제시했기 때문이다.

적산가란 도면을 토대로 공사에 소요되는 재료, 노무의 수량, 단가 등을 단순 계산해 산정한 값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오르는 공사비를 보며 조합들이 더 오르기 전에 계약을 빨리 마치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며 “더군다나 1군 시공사들이 사업 리스크를 줄이는 데 중점을 두는 만큼 공사비가 낮을 경우 유명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명화 한남2구역 조합장은 “적산가가 나온 뒤 많은 회의를 거쳤지만 최근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그대로 예정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이사들이 결정하셨다”며 “한남2구역에 맞는 높은 퀄리티와 톱티어 시공사들이 (입찰에) 들어올 수 있게 해 명품 아파트를 건설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건설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사업을 진행시키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반응을 내놓는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수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적산가를 받아들고도 임의적으로 조합 집행부가 공사비를 낮췄던 것이 그간 관례”라며 “산술적 계산을 통해 나온 적산가를 예정가격으로 산정함으로 써 입찰에 참여할 건설회사들로서도 더 넓은 재량이 만들어진 셈”이라고 했다. 이어 “혹여 좋은 입지를 고려해 설사 낮은 가격에 시공사 선정을 마쳐도 나중에 시공사들이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면 결국 사업이 중단되는 둔촌주공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조합은 입찰지침서에 대안설계에 대해서 ‘경미한 변경’이라는 제한 문구를 삭제할 방침이라고 알려졌다. 즉 시공사들이 입찰을 들어올 때 중대한 변경(혁신설계안)의 제안도 가능하게끔 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이 조합장은 “한남뉴타운이 최근 공청회 등을 계획해 용적률 상향을 추진 중”이라며 “혹시 모를 용적률이 상향됐을 때의 설계안도 받아보기 위함”이라고 귀띔했다.

용산구는 지난해 11월 한남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사업시행계획인가를 결정했다. 건축면적은 2만6622㎡, 연면적은 33만8290㎡ 규모로 지상 14층, 지하 6층 규모의 아파트와 복리시설 30개동 등이 들어선다. 총 1537가구가 단지에 입주할 계획이다. 한남2구역은 한남동 재정비구역 4곳 가운데 이태원역과 가장 가까운 입지적 장점이 있다.

구는 자연스러운 스카이라인이 형성될 수 있도록 건축물 높이를 계획했다. 근린생활시설과 보광초등학교 연접 부분은 녹지로 지정해 보행공간을 확보할 예정이다. 사업비는 약 9486억원으로 측정됐다.

조만간 진행되 수주전에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이 적극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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