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文, 귀향 100일…퇴임 전 언급한 ‘잊혀진 삶’은 아직
뉴스종합| 2022-08-13 13:35
문재인 전 대통령 [문 전 대통령 인스타그램]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반소매 셔츠에 반바지, 그을린 얼굴에 염색하지 않아 하얀 머리색과 덥수룩한 수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귀향 후 SNS나 뉴스 속에 비친 문재인 전 대통령 평소 모습이다.

오는 17일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과 동시에 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평산마을 귀향 100일을 맞는다. 평산마을 비서실은 귀향 100일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13일 전했다.

평산마을 비서실 관계자는 "특별한 이벤트도 없고, 평소와 다름없이 퇴임과 귀향 100일을 맞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을 앞두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문 전 대통령 인스타그램]

국정 최고 책임자에서 퇴임과 동시에 농촌 마을로 내려와 자연인이 된 문 전 대통령.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한 일상은 영락없는 은퇴자 모습이다.

사저 텃밭에서 처음 수확한 상추를 보여주며 뿌듯한 듯 웃는 모습, 사저 뒤 '영남 알프스'(경남 밀양시·양산시, 울산시에 걸친 높이 1천m 이상 고산지대) 영축산 산행 때 컵라면을 먹는 모습, 애완견 '토리'를 데리고 김정숙 여사와 산행하는 모습 등을 SNS에서 볼 수 있다.

퇴임 후 갈옷(제주 전통 의상)을 자주 입어 '갈옷 전도사'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이 평산마을 귀향 후 정장을 한 적은 손에 꼽힐 정도다.

문재인 전 대통령 [문 전 대통령 인스타그램]

사저와 가까운 천주교 부산교구 하늘공원을 찾아 부모님 묘소에 귀향 인사를 하고 통도사에서 조계종 종정 성파스님을 예방했을 때(귀향 3일째인 5월 12일),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 참석(5월 23일), 하북면주민자치센터에서 지방선거 사전 투표(5월 27일)를 했을 때 정도만 양복 차림이었다.

사저 밖 비교적 먼 곳으로 나간 때 역시, 지난 6월 말 밀양시 삼랑진읍 성모동굴성당 열린 부산·경남 재야운동 대부이자, 멘토로 알려진 송기인 신부 '서품 50주년 금경축일' 봉헌미사 참석, 8월 초 제주도 휴가 정도다.

문재인 전 대통령 [문 전 대통령 인스타그램]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이 퇴임 전 언급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은 아직 멀어 보인다. 문 전 대통령 귀향과 동시에 평산마을은 번잡해졌다.

45가구, 100여 명 정도가 농사를 짓거나 은퇴 후 전원생활을 하는 한적한 동네가 지난 5월 10일부터 사저 관광객, 문 전 대통령 반대단체의 집회·시위가 뒤섞여 석 달 가까이 어수선했다. 그랬던 평산마을이 최근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사저를 보러 오는 관광객은 여전하지만, 사저 앞 집회에 대응하는 경찰 노하우가 늘고, 일부 과격 단체에 대한 경찰의 집회 금지 통고가 정당하다는 법원 결정 등이 나오면서 집회·시위 횟수, 소란행위가 상대적으로 줄었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오른쪽 건물 뒤쪽 일부분만 보이는 건물) 앞에 '우리들의 평화와 일상을 돌려주세요' '욕설은 자제해주세요. 평화적인 집회를 원합니다' 등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는 가운데 경호처 직원이 사저 경비를 서고 있다. [연합]

대신, 1인 시위자, 스마트폰으로 사저를 찍어 중계하거나 인터넷에 올리는 극우 성향 유튜버들을 평산마을에서 거의 매일 볼 수 있다.

1인 시위자, 유튜버는 소란을 피우거나 다른 사람과 시비가 붙어도 여러 사람이 참여한 것이 아니어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로 제지할 근거가 딱히 없다.

민주당 경남도당, 부산·울산시당, 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퇴임 100일을 앞두고 오는 14일 평산마을 방문 행사를 준비했다.

이들은 평산마을에 모여 문 전 대통령 퇴임 100일 발자취 영상을 시청하고 욕설·고성 집회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 발언대 행사, 평산마을 평온 기원 행진 등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지금은 수해복구에 다 함께 힘을 모을 때"라며 퇴임 기념행사 자제를 요청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행사를 취소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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