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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에 웃고 운다… ‘환율 날벼락’ 맞은 식품 기업은? [언박싱]
뉴스종합| 2022-09-23 09:33
지난 1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라면 매대에서 소비자가 라면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고환율에 식품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해외사업 비중이 큰 CJ제일제당, 오리온, 삼양 등은 ‘킹달러’로 인한 타격이 덜하지만 내수에 집중한 식품 기업들의 충격은 더욱 커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13년 6개월 만에 장중 1410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이 1171원임을 감안하면 약 20% 가량 뛴 수준이다. 밀가루, 사료 및 곡물을 수입하는 식품 기업 입장에서는 환율만큼 원자재 가격이 증가한 셈이다.

원자재 수입 비용은 늘었지만 국내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해외에 판매할 때 환차익이 발생해 매출이 커진다는 이점도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고환율에 따른 수익이 커진다.

식품 기업 중에서는 삼양식품이 킹달러 수혜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비롯한 라면을 해외 법인에서 라면을 생산하는 대신 국내에서 전량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최근 불닭볶음면의 인기로 해외 매출 비중이 내수 매출보다 큰 기업으로 성장했다. 삼양식품 지난 상반기 내수 매출은 1413억원, 수출액은 3162억원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68%가 해외 매출에서 발생했다.

이에 더해 전년 동기 대비 해외 매출은 89.8%나 증가하면서 해외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쌓고 있다.

삼양식품처럼 수출은 하지 않지만 미국, 중국 등 해외 법인 매출이 큰 CJ제일제당, 오리온도 국내에서의 고환율 리스크를 부담(헤징)할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상반기 전체 매출은 5조2158억원으로 이중 해외 매출은 약 45%(2조3932억원)을 차지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국내에서 환율로 인한 원가 상승 압박이 있지만 해외 사업으로 리스크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오리온 역시 지난 상반기 전체 매출 1조2805억원 중 해외 매출 비중은 8429억원을 차지했다. 전체 매출의 65%가 러시아, 중국, 베트남 법인에서 발생했다.

반면 농심과 오뚜기 등 내수 시장 비중이 큰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한 차례 가격을 올렸음에도 원자재 가격 인상 요인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심은 지난 상반기 매출 1조 4925억원을 기록했는데 해외 매출 비중은 29%(4371억원) 수준이다. 이 때문에 농심도 해외 사업 전략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해외사업 부문 출신 박윤희 상무를 임원으로 영입하며 해외 사업 부문을 강화했다. 현재 30% 수준인 라면 해외 매출 비중을 오는 2025년까지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오뚜기는 해외 사업 비중이 매우 낮은 편이다. 해외 매출은 지난 상반기 전체 매출 1조 5317억원 중 11%인 1724억원에 불과했다. 여기에 해외에서 소스류 등을 수입 유통하는 사업으로 인해 고환율 타격이 큰 편이다.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 압박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가격 인상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식품기업들의 가격 줄인상에 으름장을 놓으며 담합 조사까지 예고하면서다.

업계 관계자 “정부가 나서서 칼을 빼든 만큼 기업들은 집중 타깃 될 수 있어 당분간 올리지 못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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