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해외입국자 PCR 검사 폐지…이태원·명동이 다시 들썩인다 [언박싱]
뉴스종합| 2022-09-30 10:45
30일 이태원 해밀턴호텔 뒤쪽 거리, 리뉴얼 공사 중인 음식점들 [이정아 기자]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29일 오후 3시. 18년간 이태원 일대에서 요식업계의 ‘전설’로 불린 홍석천도 코로나19를 피해 가지 못하고 가게를 폐업해야만 했던 이태원 해밀턴호텔 뒤쪽 거리가 달라졌다. 고요한 적막만이 감돌던 빈 점포에서 망치와 드릴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원목 자재를 실은 트럭이 공사 중인 매장 앞에 섰고, 그곳에선 여러 번 덧칠한 페인트 냄새가 났다. 300m 가량 이어진 거리에는 ‘곧 만나요(Coming Soon)’, ‘10월에 찾아뵙겠습니다’ 등 현수막을 내건 리뉴얼 점포가 4곳에 달했다.

해밀턴호텔 로비에는 캐리어 하나에 짐을 챙긴 영국인 투숙객 2명과 젤라또를 먹고 있는 프랑스인 투숙객 3명이 체크인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쟁기념관에 가는 길”이라며 버스를 기다리는 60대 미국인 부부, 빈티지 숍을 구경하는 30대 호주인, ‘K-팝’ 성지를 여행하기 위해 입국했다는 20대 요르단인 등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날 밤 6시 서울 명동 한복판 80m가량 이어진 노점 거리에는 유럽과 북미지역 등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저마다 닭꼬치, 철판 불고기, 한입 쌈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먹고 있었다. 호주에서 온 섀넌(32)은 “한국 드라마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보고 한국을 검색해보면서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드라마에 나오는 달고나 뽑기, 딱지치기, 배우들이 입었던 운동복 등이 숍 곳곳에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걸었다”라고 말했다. 이날 명동 거리에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외국인들이 부쩍 늘었다. 이탈리아에서 왔다는 그레타(26)는 K-팝 댄스를 배우는 원데이 클래스 스튜디오 일정이 있다고 했다.

[영상=시너지 영상팀]
서울 명동에서 열린 맥주 페스티벌에 참여한 외국인 관광객들 [연합]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과 함께 강(强)달러로 인한 원화가치 하락까지 겹치면서 외국인 수요가 많은 서울 강북의 전통 관광지인 이태원, 명동 상권이 한껏 들뜬 분위기다. 정부가 당장 1일부터 해외 입국자에 대해 유전자증폭(PCR) 검사 조치를 폐지하면서, 음식점과 의류 판매 매장 상인들도 반색했다. 입국 절차가 간소화되면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태원의 한 환전소 주인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고가 행진을 벌이면서 원화가치가 하락했고, 확실히 외국인 입장에서 관광비용 부담도 줄어들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2020년 2분기 이태원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9.55%에 달했지만, 올 2분기 1.33%까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 기간 해외 여행객 입국자는 늘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해외 여행객 입국자는 26만3986명으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전인 지난 3월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이태원에서 8년간 술집을 운영하며 치킨 등을 판매 중인 김 모 씨는 “최근 1~2주 사이에 외국인 관광객이 확실히 늘었다는 것을 체감한다”라며 “지난해만 해도 폐업을 고려할 정도로 매출이 심각했는데, 이제는 한국을 소개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에 게재할 가게 홍보 영상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는 내달 15~16일,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리는 이태원 지구촌 축제 개최를 기획 중이다.

올해 2~7월 월별 해외 여행객 입국자 증가 추이 [문화체육관광부]

다만 코로나19 전과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면 과거 대다수를 차지했던 중국인 관광객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태원 거리에만 하더라도 북미, 유럽, 중동 등 한층 다양한 국가의 외국인이 눈에 띄었지만 중국인은 유독 찾기 어려웠다.

중국 정부는 아직 해외 입국자에 대해 PCR 검사를 하고 있다. 7일 간의 호텔 격리와 3일 간의 자가 격리를 실시하도록 하는 ‘7+3’ 격리 지침도 적용하고 있다. 김재영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최근 이태원을 찾는 관광객은 대부분 유럽과 북미 사람들”이라며 “해외 외국인 여행객이 늘기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중국인 관광객을 비롯한 아시아인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면세업계는 정부의 PCR 검사 의무 조치 폐지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다만 이 조치가 면세점 매출 증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중국 관광객이 면세점 매출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 면세점 매출의 90% 이상을 중국인 관광객들이 차지해왔을 정도로 그 비중이 압도적”이라며 “엄격한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관리가 풀려야 매출 정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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