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져
천년을 이어온 생거진천 농다리...선조의 지혜가 발아래 흐른다
라이프| 2022-11-22 11:27

100m 지네 다리를 아시나요?

경기 남부에서 골프라운딩할 때 ‘오잘공(오늘 잘 맞은 공)이 진천 까지 살아 간다’던 생거진천(生居鎭川),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청청생태의 시골, 양반동네가 아주 매력적인 여행지를 슬며시 보여준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곳, 용(龍) 보다 큰 지네 다리, 진천 문백면 구곡리-초평면 화산리 사이를 잇는 미호천의 농다리이다.

진천 문백면 구곡리-초평면 화산리 사이를 잇는 미호천의 농다리

▶생거진천 농다리=물이 많아 가뭄 재해가 없고, 숲이 많아 홍수 걱정이 없어, 살아서는 진천에 거하라는 팩트는 설화로 제조돼 저승사자의 업무상 과실(망자 살려 진천에 돌려보냄) 스토리를 낳았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와 진천군의 소개에 따르면, 진천의 농다리는 돌다리 중 가장 오래된, 1000년의 신비-과학-지혜가 응축돼 있다. 씨줄날줄로 촘촘하게 엮은 대바구니, 혹은 잘 짜여진 궤짝을 뜻하는 농(籠)자를 쓴다. 궤짝을 쌓듯, 계단식으로 붉은 빛이 살짝 감도는 돌을 올려 교각 28개를 만들고 보행용 상판석을 얹었다. 이 다리에서 연인여행자들의 자세는 촘촘하게 꽉 껴안는 것이다. 한강에 놓인 숱한 현대식 다리와는 반대로, 교각은 매우 넓고 상판은 매우 좁다.

교각을 위에서 보면 타원형으로, 옆에서 보면 계단식으로 쌓은 것은 저항을 완충하기 위함이고, 물이 빠져나간 지점에 물을 가두는 어살 모양으로 얕은 턱 구조물을 둔 것 역시 유속을 둔화시키기 위함이다. 전체 구조를 완만한 S라인으로 구불구불 모양을 만든 것도 같은 이유이다. 장마 때면 물을 거스르지 않고 다리 위로 넘쳐흐르게 만든 수월교(水越橋) 형태로 해서 큰물도 자연인 양 여긴다.

지방 문화재의 위상으로 두기엔 너무 저평가됐다는 느낌이다. 이미 세계 각국의 다리 전문가들은 이 농다리를 1000년전 과학의 개가로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견고하게 축조한 농다리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선정됐다. 휴양차 진천-증평-초정행궁 일대를 방문하던 세종대왕이 건너기도 했다.

초평호 한반도 지도

▶초평호 한반도 지형=신비하고 흥미롭다고 해서 100m 육박하는 돌다리를 건널 때 집중력을 잃으면 안된다. 인생샷 건지겠다고 외다리, 학다리 자세를 취하면 위험하다. 그저 선조들의 지혜를 차분히 음미하며 조신하게 찍어도 인생샷 나온다.

농다리 옆엔 또 하나의 돌다리가 있고, 그 옆엔 인공폭포를 놓는 센스를 진천군민들이 발휘한다. 농다리(진천농교)를 건너면 나오는 소양호급 초평호 속에는 아랫도리 뚱뚱하며, 부산과 목포가 크고 돌출된 모습의 한반도가 놓여있다. 진천은 제2 호반의 도시이다.

초평호와 2㎞가량 떨어진 백곡호 모두 강태공들의 천국이다. 강태공들을 위한 수상 목조 가옥(집좌대)들이 호수 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예술적으로 떠있다. 살진 붕어,잉어의 입질은 느낌이 센, 푸짐한 손끝 맛을 제공한다.

초평 붕어마을의 붕어요리는 붕어찜과 붕어조림이 있다.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최고의 미질로 인정받은 생거진천쌀로 지은 진천쌀밥은 윤기가 흐르고 찰기와 식감이 매우 좋다. 전국 최고의 쌀이라는 자부심으로 ‘생거진천 화랑밥상’ 브랜드도 탄생했다.

보탑사의 글자 없는 백비, 양산-경주에 있는 줄만 알았던 김유신 장군의 생가, 만뢰-태령-두타산 청정생태 트레킹도 빼놓을 수 없는 생거진천의 매력이다.

좌구산 명상구름다리

▶작은 곳에 다 있는 좌구산=두타산을 넘으면 증평이다. 좌구산,삼보산,이성산이 청정 공기를 만들고, 초정고개 아래 삼기저수지와 보강천 맑은 물이 모인 증평은 중부지방의 대표적인 웰니스 여행지이다. 증평은 내륙 군 단위 중에서 가장 작고, 어린(2003년 승격) 군이다. 작은 땅을 건강으로 꽉 채웠다.

정부-관광공사 웰니스관광지인 좌구산(657m)은 건강과 장수를 상징하는 동물인 거북이(龜)가 앉아(坐) 있는 형상을 닮았다는 뜻의 건강 트레킹 숲이다. 11월 중순 찾은 이곳의 단풍은 유난히도 붉다. 삼기저수지를 비롯한 적절한 토양의 습도와 한낮 강한 일조량, 높낮이가 심한 내륙산골의 기온차가 추월의 원색 물감을 잘 빚어냈기 때문이다. 11월말까지 좌구산의 단풍은 건재하다.

자연의 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깊은 협곡에 놓인 230m 길이, 명상구름다리 출렁다리에서 5부능선 아래의 풍경을 감상하면서 건너면 하트모양 포토존을 지나 어린이 거북이 자연놀이공원, 공수부대가 만든 병영하우스가 나온다. 데크길이며, 목재 놀이기구며, 어린이들을 위해 예쁘게 만든 병영하우스 조형물이 숲-단풍과 제법 잘 어울린다.

삼림욕과 트레킹외에 산악자전거(MTB)까지 즐긴다. 특히 대회도 열리는 산악자전거는 4~16㎞에 이르는 5개 코스가 마련돼 있다. 좌구산 자연휴양림은 황토방과 숲속의집 등 가족형이고, 체육시설, 꽃밭, 원두막, 세미나실 등을 두루 갖춘 율리 휴양촌, 별무리하우스는 50~60명이 한꺼번에 숙박할 수 있어 자연 속 국제회의,수학여행(체험학습)에도 좋다.

옛 벼루생산지로 가는 벼루길, 북동쪽 바람소리길, 남서쪽 거북이 별보러 가는 길과 사람이 별보러가는 좌구산 천문대 까지, 다채로움과 즐거움, 콘텐츠 면에선 유명 국립공원 뺨 친다.

초평 붕어마을 표석

▶보강천 미류나무와 증평 홍삼=증평 시내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보강천은 증평주민들의 애환과 추억이 어린 증평의 젖줄이자 자랑거리다. 보강천 주변 시원하게 뻗은 미루나무숲과 하천을 따라 펼쳐진 물억새밭은 계절마다 장관을 연출한다. 다양한 민물 어종과 철새도 만나 볼 수 있다.

파란만장한 지질과 기후를 가진 증평에선 약초가 유명할 수밖에 없다. 초정의 맑은 물로 빛은 현지 건강식, 인삼, 홍삼먹은 돈육 홍삼포크 등을 맛있게 복용하는 고을이다.

밤하늘 1500개의 별을 볼수 있는 증평 북쪽엔 바람과 별, 목장과 썰매-골프-루지 등 레저가 공존하는 벨포레(아름다운 숲)가 생겼다. 골프, 튜브썰매, 루지, 양치기 개의 양몰이 등 체험거리가 많다. 증평군과 농어촌공사가 증평에듀팜특구로 지정할 정도로 교육적이다. UFO 회전그네 등 이색레포츠가 있고 마리나클럽에서 요트,제트보트를 탄다.

증평읍 사곡리에 있는 말세우물은 우물이 세 번 넘치면 세상이 망한다는 전설을 품는데, 지금까지 임진왜란, 한국전쟁때 물이 넘쳤다. 도안면의 울어바위 마을에는 나라에 큰일이 생기면 바위가 황소울음소리를 냈는데, 경술국치때 황소울음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생거진천 힐링여행과 증평 건강먹방 후엔, 말세우물과 울어바위가 순찰도 돌아야겠다.

함영훈 기자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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