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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용의 화식열전] 메리츠화재·증권 상폐…최대수혜는 메리츠금융 주주
뉴스종합| 2022-11-22 11:32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이 상장 폐지된다. 메리츠금융지주가 신주를 발행해 이들 회사 일반 주주 지분을 거둬들이는 방식이다. 22일 시장에서 지주·화재·증권 등 3사 주가가 모두 급등하며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지주의 자회사 완전지배는 교과서적으로 지배구조의 정석이다. 메리츠금융의 이번 결정도 자본효율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상장 3사간 주가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의 타이밍은 역시 그룹 총수인 조정호 회장에 가장 유리해 보인다. 반대로 일반 주주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뜻이다.

▶충분한 명분…메리츠화재 약점 자본 보완할 수 =메리츠금융이 밝힌 이번 주식교환의 기대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금융지주는 경영지표(ROE, 이중레버리지비율, 부채비율 등) 개선과 지배주주 당기순이익 증가다. 자회사 자본 배분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자회사의 영업현금흐름을 내재화하여 지주의 재무유연성을 증가시키는 효과도 기대했다. 이는 결과에 대한 설명이다. 왜 이런 선택을 했는 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자본에 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메리츠화재의 지배주주 순이익은 7068억원으로 전년동기의 4663억원보다 51.5% 늘었다. 자산은 29조원이다. 손익계산서로만 보면 자산이 53조원이 넘는 현대해상(5023억원)을 앞질러 자산이 66조원대인 DB손보(7369억원)에 버금간다.

대차대조표를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메리츠화재의 자본총계는 6181억원으로 DB손보(5조2364억원)는 물론 현대해상(4조1749)에도 한참 못미친다. 채권 등에서 발생한 평가손익을 반영한 기타포괄순손실이 전년말 3571억원에서 9월말 2조8051억원으로 폭증했다.

기타포괄손익은 실제 현금유출이 발생한 결과는 아니다. 하지만 DB손보와 현대해상의 이 수치는 1조4000억원대와 6500억원대로 한참 적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4월과 6월 18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차입자본을 제외한 자본은 4400억원도 되지 않는다.

물론 위험기준지급여력(RBC)비율은 185.4%로 DB손보(184.4%)나 현대해상(186.4%)과 비슷하지만 확실히 자본항목에서 메리츠화재의 약점이 드러난다. 지주의 완전자회사가 되면 배당을 통해 외부로 나가는 현금흐름이 줄어든다. 반대로 지주의 화재에 대한 출자여력은 높아진다.

▶상장 유지 이유 사라진 메리츠증권=메리츠증권의 자본은 화재 보다는 훨씬 더 튼튼하다. 자산 62조원에 자기자본이 무려 5조8000억원이나 된다. 이익규모가 화재 보다 크다. 지주가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면 배당수익을 높여 화재에 대한 출자여력을 더 늘릴 수 있다.

메리츠증권은 보통주 전환가가 1주당 8556원인 5~8차 전환상환우선주 3400억원 어치는 이번 주식교환 전까지 모두 상환하기로 했다. 현재 주가가 전환가를 한참 밑돌아 어차피 돈으로 갚아야 한다. 메리츠증권은 2019년 2000억원을 시작으로, 2020년 500억원, 2021년 4450억원, 올해 1500억원 등 845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전환상환전환우선주 상환에 따른 자본축소를 막아왔다. 주가에 연계된 우선주가 모두 상환되면 굳이 상장을 유지할 이유가 적어진다.

▶10년 전에 쪼갰다 이번엔 붙인다…조정호, 지배력 높이고 실리 챙기고= 현재의 메리츠금융 지배구조는 2011년 만들어진다. 당시 메리츠화재를 인적분할해서 지주회사인 메리츠금융과 사업회사인 메리츠화재로 나뉜다. 메리츠증권 지배주주도 화재에서 지주사로 바뀐다.

분할 전 메리츠화재에 대한 조정호 회장의 지분율은 21.4%에 불과했다. 인적분할 후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조 회장의 메리츠금융 지분율은 단숨에 75%까지 오른다.

이번 주식교환은 메리츠금융 주가가 높을 수록 교환비율은 낮아지고 신주 발행이 줄어 조 회장의 지배력 하락 폭이 제한되는 구조다. 현재 79% 수준인 조 회장의 메리츠금융 지분율은 47%로 낮아질 전망이다. 지배력은 낮아지지만 조 회장은 오히려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절묘한 타이밍 덕분이다.

메리츠 상장 3사 시가총액에서 메리츠금융 비율은 현재 35%다. 최근 10년 평균 29.8% 대비 높다. 지난해 주가가 350%나 폭등하며 화재(130%)와 증권(40%)을 압도했다. 조 회장에게는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인 셈이다. 지주사 주식을 덜 받게 된 자회사 주주에게는 그리 썩 좋은 때가 아닐 수 있다.

이쯤되면 지난 해 5월 14일 느닷없이 메리츠금융그룹이 배당축소 방침을 밝힌 미스터리가 조금 이해된다. 그날 이후 이달 21일까지 주가 상승률은 지주가 24.5%, 화재·증권이 19.4%다.

▶더 얻는 조정호, 덜 얻는 화재·증권 주주=화재·증권 완전 자회사 편입 후 메리츠금융 시가총액은 8조원까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개편 발표 전 3사 합계 10조원 보다는 적지만, 유통물량이 줄어들고 투자경로가 단일화 된다는 점에서 메리츠금융 주가는 크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 조 회장은 물론 자회사 일반 주주들도 모두 주가 상승의 수혜를 누린다는 뜻이다. 다만 더 얻는 쪽은 메리츠금융 기존 주주, 즉 조회장 쪽이다.

개편 후 메리츠금융 시총이 8조원이 된다면 조 회장 지분가치는 현재 2조7000억원에서 3조7000억원으로 37% 가량 늘어나게 된다.

일반주주들의 교환 전 가치는 화재 1조6000억원, 증권 1조3000억원 등 약 2조9000억원 수준이다. 이들은 교환 후 메리츠금융 지분 45%가량을 가지게 된다. 지주 시총이 8조원이면 3조6000억원 정도로 24% 늘어날 수 있다.

배당도 마찬가지다. 메리츠금융은 내년부터 배당 및 자사주 매입 소각을 포함한 총 주주환원율을 연결 당기순이익의 50%를 원칙으로 하기로 했다. 각 사의 최근 3개년 주주환원율 평균(지주 27.6%, 화재 39.7%, 증권 39.3%)을 웃돈다.

지난해 기준 이익으로 연결 순이익의 50%를 배당했다고 치자. 일반주주 몫은 화재 1340억원, 증권 1825억원 등 3165억원이다. 이 조건이면 조 회장은 지주에서 3000억원을 받게 된다. 화재와 증권이 완전자회사로 편입돼(지분법 이익 2배 증가) 지주사 이익이 약 100% 늘어난다고 하면 지분 45%를 갖게 되는 화재·증권의 일반주주 몫은 3500억원으로 400억원 가량 늘어나는 데 그친다. 대신 조 회장 몫은 37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주주환원 중 배당 보다 자사주 매입 소각을 더 적극적으로 한다면 조 회장의 지분율은 다시 높아질 수 있다. 자회사를 통한 현금 외부 유출이 최소화되는만큼 자사주 소각에 따른 최대주주 지분율 상승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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