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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이것’ 무시하면 망한다”…‘350억 매출’ 창업자 비결은?
뉴스종합| 2022-11-27 11:01
나성영 멋쟁이사자처럼 공동창업자(COO)가 임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멋쟁이사자처럼 제공]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나성영 멋쟁이사자처럼 공동창업자(COO)는 험한 스타트업 바다에서 10년째 순항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프로그래밍 교육 스타트업 '멋쟁이사자처럼'을 임직원 116명, 연 매출 350억원(2022년 예상·연결재무제표 기준)의 회사로 일궈냈다. 정부·대기업과의 협업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얼핏 보면 나 COO는 젊은 '금수저' 창업가 내지 운 좋은 청년 사업가 같다. 하지만 그도 처음부터 순풍을 탄 건 아니었다. 대학생 때 패기 하나만으로 만든 첫 스타트업은 말 그대로 쫄딱 망했다. 야심 차게 만든 상품을 단 하나도 팔지 못하는 수모도 겪었다. 전혀 예상 못한 결과였다. 실수와 시행착오가 끈질기게 따라붙던 시기였다. 여기까지 온 건 온갖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후였다. 성공과 실패, 성취와 낭패 경험을 생생하게 가진 나 COO를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정글 같은 스타트업 업계에서 생존할 수 있는 비결을 들어봤다.

나성영 멋쟁이사자처럼 공동창업자(COO) [멋쟁이사자처럼]

-10학번인 것 치곤 창업 경험이 적지 않은데요. 그간의 여정이 어땠는지요.

임산부용 물품 큐레이션 서비스를 내건 스타트업으로 첫 창업을 했어요. 그 일을 그만두고 한 카드사에서 잠깐 일한 경험이 있어요. 얼마 못 있고 사표를 냈어요. 다시 정글에 뛰어들어 학원 찾기·평가 서비스를 앞세운 '강남엄마'라는 스타트업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멋쟁이사자처럼'을 공동 창업하고 지금 이 자리에 있습니다.

-누적 기간으로 보면 근 10년을 스타트업 업계에 몸담고 있는 건데요. '롱런'의 비결이 있을까요.

▶스타트업 업계에 있으면서 느낀 건요. 여기에선 좋은 동료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거예요. 조금 더 강하게 말하면, 스타트업은 사람이 전부인 것 같아요. 그만큼 개인의 영향력이 큰 곳이에요.

-창업을 계획하는 분 중 상당수가 그 부분을 고민해요. 그분들은 더 나아가 '좋은 동료를 찾을 방법이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함께 할 수 있을까'를 고심하고 있는데요.

▶사실 저희는 직접 발로 뛰는 스타일이에요. 저희가 모셔서 오는 것이지요. 기성회사 면접관인 양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지 않아요. 주변 사람·업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추천을 받아요. 단 한 명의 프로필도 허투루 보지 않으려고 해요. 저희와 뜻이 맞겠다는 분이 있다면, 이두희 대표 혹은 제가 직접 그분이 있는 곳이 어디든 찾아가요. 직접 만나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식이에요. 최근에도 이런 일이 있었어요. 투자사를 통해 추천받은 분이었는데요. 연락을 받자마자 그분을 만나려고 바로 여의도로 뛰었어요. 하고 있던 일을 전부 밀어내고서요.

-인재도 모아서 창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을 때, 그때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지점은 무엇일까요. 가령 '이렇게 하면 망한다'는 식의 조언이 있을지요.

▶무슨 일을 하든, 고객의 피드백부터 받아야 한다는 거예요. 제가 대학생 때 처음 창업했던 임산부용 큐레이션 서비스는 잘되지 않았어요. 솔직히 말하면 굉장한 실패였어요. 돌아보면 그때는 저희 팀원들끼리만 생각한 게 너무 많았어요. 인터넷으로 본 정보만 종합하곤 '괜찮은데?'라며 의기투합했어요. 잠재 고객의 반응은 받지 않은 채 닻을 올렸지요. 저희가 만든 임산부용 제품을 갖고 한 육아 박람회를 찾았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말 열심히 홍보했는데, 단 하나도 팔지 못했어요.

-당시로는 전혀 예상 못한 결과였겠군요.

▶네. 무엇이 문제일까 싶었어요. 그래서 그다음 날부터 저희 제품을 무료로 나누면서 인터뷰를 했어요. '공짜로 드릴 테니 커피 한잔만 해달라'는 식이었어요. 이 과정에서 '이런 상품은 필요 없다', '제품을 줄줄이 묶어놨는데, 차라리 따로 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는 식의 호된 말을 들었어요. 그게 첫 피드백이었어요. 머리를 세게 맞은 듯한 느낌이었어요. 저희는 이미 제품을 몇백 박스 찍어둔 상태였거든요. 스타트업의 입장에선 시작부터 피드백은 최대한 많이, 할 수 있는 한 다양하게 받을수록 좋다는 점을 절감한 때였어요.

멋쟁이사자처럼의 회의 모습[멋쟁이사자처럼]

-그렇다면요. 망하지 않는 일을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하기 위한 노하우는 어떤 게 있을까요.

초반부터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하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먼 미래에 대한 안목도 있어야 하지만, 일단은 회사가 땅에 뿌리를 내려야 해요. 특히 스타트업에서의 위기는 곧 생존의 위기예요. '믿는 구석' 없이 코너에 몰리면 잘못된 판단을 할 가능성이 대폭 커져요. 사실 스타트업은 무언가 남다르고, 반짝이는 영역 같은데요. 실제로 스타트업 중 상당수는 거창한 비전, 장기적 로드맵만 세우고 몰두해요. 어쩌다가 '한 방만 터뜨리자'는 마인드도 꽤 있어요. 그런데, 제 경험을 비춰봐도 안정적인 수익 모델 없이는 한 번에 대박 나기가 쉽지 않아요.

-멋쟁이사자처럼은 정부 보조금으로 지원도 받고, 이름만 대면 아는 대기업과 합작도 이뤘어요. 스타트업으로 제법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룬 것 같은데요. 그 과정이 궁금해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과 함께하는 사업은 입찰 공고를 통해 뽑힌 사례예요. 고용노동부와 함께하는 사업은 저희가 그들의 탐지망에 잡혀 선정된 케이스에요. 특정 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진정성 덕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일단 돈이 급하니 온갖 분야에 나서 문어발처럼 판부터 벌여보자는 식의 움직임을 자제했어요. 그 우직함이 높은 점수를 이끈 것 같아요. 멋쟁이사자처럼과 현대카드의 조인트벤처(JV) '모던라이언'도 비슷한 과정을 밟고 탄생했어요. 저희가 적어도 한 분야에서만큼은 국내 최고의 이해도와 기술력을 갖춘 상태였어요. 이런 가운데 때마침 현대카드가 이쪽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파트너사를 찾고 있었던 거예요. 그간 준비를 잘한 덕에 합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아, 모던라이언은 현대카드의 '모던'한 이미지와 멋쟁이사자처럼의 '사자'를 합한 말입니다.

“‘백수의 왕’은 사자니까!”…IT교육·NFT ‘두 축’ 뛴다
멋쟁이사자처럼 사무실 전경 [멋쟁이사자처럼]

나 COO가 있는 멋쟁이사자처럼은 크게 ▷정보통신(IT) 교육 ▷대체불가토큰(NFT)·블록체인 서비스를 두 축으로 두고 있다. 특히 대학생·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IT 교육은 누적 수강생만 12만명이다. 전국 단위의 네트워크가 있을 만큼 조직력도 탄탄하다. 이름만 대면 알법한 스타트업의 창업자·개발자 중 상당수가 '멋사'의 IT 교육 프로그램 출신이다.

멋쟁이사자처럼은 IT 교육 등을 통해 쌓은 노하우와 빅데이터를 들고 NFT·블록체인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NFT 활용 게임, NFT 전문 거래소 등 모델도 구현 중이다.

-회사 이름이 인상적인데요. 무슨 뜻이지요?

▶이두희 대표가 지었어요. 대표가 창업을 생각하며 (일과 공부를)잠깐 쉬고 있을 때 생각해둔 말이라고 해요. 그 당시는 백수였던 셈인데, '백수의 왕은 사자니까, (스타트업을 차릴 때)이 키워드를 살려보자'고 생각했었대요. 그냥 사자는 밋밋하니까 '멋쟁이'를 붙였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네이밍이라고 생각해요.

멋쟁이사자처럼의 IT 교육 모습 [멋쟁이사자처럼]

-IT 교육 사업은 어떻게 생각한 건가요. 실제 교육 분위기도 궁금하네요.

▶통통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분들, 커리어를 쌓고 싶은 분 중 단지 IT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일 벌이기를 망설이는 사례가 많아요. 이분들을 위한 IT 전문 교육을 한다면 분명히 수요가 있을 것으로 봤어요. 지금은 ▷대학생 ▷직무 전환용(직장인 등) ▷회사 등 분야로 나눠 교육을 진행합니다.

저희는 자체 학습보다 '케어'를 굉장히 중요하게 봅니다. 강사와 보조강사, 매니저까지 나서 수강생이 마주하는 (IT 교육에 대한)생소함과 두려움에 함께 맞서는 식입니다. 사실 IT 교육 서비스를 내세우는 회사는 저희 말고도 아주 많아요. 하지만 수강생들 사이에서 "난 여기 출신이야"라는 말이 나오는 곳은 멋쟁이사자처럼뿐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러면 "어? 나도 '멋사' 출신인데?"라는 말도 나오고요.

-IT 교육의 졸업생이라고 해야겠지요. 이분들 가운데 실제 IT분야 창업이나 관련 활동을 하는 사례도 들릴 듯하네요.

▶스포츠 영상 분석·데이터화 등 서비스를 하는 비프로일레븐의 창업자, 돈 관리 앱 뱅크샐러드 개발팀장도 멋쟁이사자처럼 출신이에요. 우리 교육을 수료한 뒤 굵직한 스타트업을 하는 분이 꽤 많습니다.

멋쟁이사자처럼이 서비스하는 NFT 활용 게임 플랫폼 '실타래' [멋쟁이사자처럼]

-멋쟁이사자처럼이 또 다른 축으로 밀고 있는 NFT·블록체인 사업의 경우는 어떻게 뛰어들게 된 건가요? 이와 관련해선 무슨 사업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해요.

▶저희 내부적으로는 국내 NFT 산업에서 (저희가)나름의 선구적인 역할을 많이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어요. 곧 NFT·블록체인 기술이 우리 삶에 널리 퍼지는 순간이 올 것으로 보는데요. 그리고 이 기술은 개인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데 굉장히 중요한 도구가 될 것으로 확신해요. NFT 생태계는 계속해서 주도적으로 만들어갈 방침입니다. 지금은 NFT를 활용한 게임 플랫폼 '실타래'를 운영하고 있어요. 동양 세계관을 기반으로 둔 카드 게임입니다. 게임 보상도 저희가 자체적으로 만든 토큰으로 배부하고 있어요. NFT의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서비스인데요. 현재 싱가포르 법인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선 법 등 규제에 묶여 거의 진행을 못 하고 있는 건이기는 합니다.

아울러 현대카드와의 조인트벤처 ‘모던라이언’을 통해 NFT 거래소를 만들고 있어요. (가상자산 거래소 같은?) 네. NFT의 장점 중 하나가 소유권이 명확하게 기록된다는 점인데요. NFT 또한 거래 플랫폼이 있다면 이를 주고받는 행위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해요.

메타콩즈 NFT 프로젝트 [메타콩즈 공식 홈페이지]

-최근 멋쟁이사자처럼이 NFT 프로젝트 기업 '메타콩즈'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이런 저런 말이 있었어요. 메타콩즈 직원들에 대한 임금 미지급 논란도 보도됐는데요.

▶(당시)저희는 메타콩즈 인수 의지를 밝히고, 이에 대한 합의한 사항을 지키는 중이었어요. 이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였기에 (메타콩즈 직원 임금 미지급 건은)저희가 책임지지 않아도 될 부분이었는데, (메타콩즈 측에서)저희 책임처럼 몰아가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저희 회사의 대표가 유명인이다 보니 그 부분을 악용했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다만 저희는 이번 일과 상관없이 여전히 메타콩즈 인수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법적 절차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고, 이후 정상 운영이 될 수 있도록 계속 진행할 방침입니다.

-멋쟁이사자처럼의 해외 진출 건도 고민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지금은 베트남과 미국에 법인을 각각 두고 있습니다. 특히 베트남은 한국에 대한 애정도 높고, IT 교육 서비스의 고객이 될 수 있는 20~30대 인구 비중도 빠르게 늘고 있는 나라입니다. 잠재성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해 뛰어든 상태입니다.

-멋쟁이사자처럼의 장기 목표는요?

▶IT 교육 서비스의 경우 취업뿐 아니라 취미, 역량 개발을 목적으로 관심을 갖는 분이 많아요. 그런 측면으로 교육 영역을 더 넓히려고 합니다. NFT·블록체인 영역에선 '우리가 이 시장 자체를 만드는 중'이라는 마음으로 국내 NFT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이 큽니다. 당장 해외를 보면, 나이키도 최근 폴리곤 기반의 NFT를 출시했어요. 인스타그램은 아예 NFT를 (사용자의)인증 기능으로 넣었어요. NFT의 사용 영역이 무궁무진해지고 있어요. 국내에선 저희가 NFT 확산과 활성화를 위해 앞장서고, 이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유익함을 가져다주고자 합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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