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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용의 화식열전] 새해 경제, ‘죽어야 산다’…증시 2연 연속 하락은 안할듯
뉴스종합| 2022-12-30 11:01

전한(前漢) 무제(武帝)는 선대(先代)에서 축적한 국력 덕분에 흉노 정벌 등 상당한 대외 업적을 쌓았다. 하지만 그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졌다. 불로장생과 미신을 쫓다 후계도 어지럽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자치통감(資治通鑑)을 지은 사마광(司馬光)은 무제를 진(秦) 시황제(始皇帝)와 비교했다.

그런데 무제는 말년에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온 나라에 밝힌다. 중국 역사에서 처음으로 전하는 제왕의 공개 반성문 ‘죄기조(罪己詔)’다. 내용이 상당히 통렬하다. 이후 중국의 제왕들은 98차례나 ‘죄기조’를 짓는다. 절대권력자 조차도 반성이 있어야 개선도 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한 사례다.

투자를 하고 있거나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면 나름 새해 경제와 시장을 어떻게 볼 것인지 한번 생각해보기 마련이다. 연말연시는 자산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고민해볼 시점이기 때문이다. 꼭 1년 전인 2021년 12월23일, 나름의 관점으로 2022년을 내다봤었다. 당시 전망을 요약하면 이렇다.

“내년 증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인플레나 코로나 변이로 시장이 10~20% 이상 조정받는 상황이 나타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중간 대치는 날로 첨예해지고 있고, 패권을 잃은 러시아의 울분도 날로 커지는 모습이다. 고조된 갈등이 평화적으로 해소된 사례는 역사적으로 드물다. 내년 투자 전략에서 전쟁의 변수도 꼭 고려해야 할 이유다. 예상되는 파장 등을 사전에 고려해 만에 하나 충돌사태가 발발 했을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미국의 공격적 긴축으로 초래될 파장의 경로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부족했다. 우리 증시가 이렇게까지 부진할 지, 중국의 방역 봉쇄가 거의 2022년 연간으로 계속될 지도 미처 예상치 못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증시가 2년 연속 하락한 적은 없다. 회복 정도는 다르지만 하락한 다음 해에는 반등이 이뤄졌다. 실제 코스피는 2000년 이후 두 자릿수 하락율을 보인 다음 해에는 어김없이 낙폭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코스피는 2000년 인터넷 버블로 50.9% 폭락했지만 2001년 37.5% 반등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40.7% 폭락한 바로 다음 해 49.7%나 폭등했다. 유럽 재정위기로 2011년 11% 하락했지만 이듬해 9.4% 반등했다. 2018년 미국의 긴축 충격에 17.3% 미끄러졌지만 2019년에는 7.7% 올랐다. 2022년 25% 가까이 하락했지만 2023년 증권사 전망치인 2600까지 반등한다면 13% 가량 오르게 된다.

2023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손에 달린 글로벌 유동성과 중국의 행보에 좌우될 기업 실적에 따라 경제와 시장의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긴축을 언제 중단하고 통화정책 완화 신호를 줄 지, 방역봉쇄를 풀기 시작한 중국의 생산과 소비가 얼마나 기업들의 실적을 끌어올릴 지다.

미국의 통화정책은 결국 고용에 달렸다. 물가가 높다지만 그 보다 임금이 더 오르는 게 문제다. 원인은 다양한데 줄이면 △코로나19 때 정리해고 했던 빈자리를 채우면서 △정부 지원금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구직이 줄면서 △ 규제로 이민이 감소하면서 노동시장의 수요우위가 지속되면서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서 미국 기업들도 비용부담이 커지고 있고 정리해고에 나서는 곳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 지원금 등 저축이 바닥나고 집 값과 이자부담이 높아지면 가계 소비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증시 부진으로 401K 등 연금자산이 줄어든 것도 경제심리에는 부정적이다.

새해 2월까지 연준이 기준금리 상단을 5.25%(현재 4.5%)까지 올릴 수는 있겠지만 임금상승률과 고용증가율이 둔화되고 실업율은 높아진다면 추가적인 긴축에 나서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일단 긴축을 멈춘다면 다음은 인하로의 방향전환(Pivot)이다. 결국 그 신호가 언제 나올 지가 관건이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미국은 물론 유럽도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자 단기시장에 대한 직·간접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긴축은 계속되고 있지만 '양적긴축(QT)'에는 제동이 걸린 셈이다. 통화정책 방향이 바뀐다면 시장 유동성은 위험(risk)을 수익(return)의 기회로 인식할 수 있다.

연준의 ‘피봇’이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상승 에너지로 기능을 하려면 중국 경제의 도움이 필요하다. 2022년 우리 증시가 유독 어려웠던 이유가 중국으로의 수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중국 수요가 의미있는 수준으로 회복된다면 기저효과까지 겹치며 기업들의 실적개선을 견인할 수 있다.

우리 경제도 중국 의존도가 높지만,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물론 중동도 중국과의 무역이 경제에 상당히 중요하다. 중국 견제를 명분으로 한 미국의 배타적 경제정책이 전세계적으로 반발을 사고 있는 이유다. 미국이 외교적 지렛대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같은 반발에 귀기울이지 않기는 어렵다.

중국 관련 큰 변수는 두 가지다. 당장은 최근 ‘위드 코로나’로 늘어나는 감염자를 어떻게 통제할 지다. 이어 미국과의 관계 설정이다. 그간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을 위해 미국과의 대결 구도를 피하지 않았다. 시 주석의 권력기반은 이제 탄탄하다. 실리를 위해 미국과 타협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변수도 살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은행이다. 긴축의 가장 큰 명분이었던 물가는 달러강세 둔화와 원자재 가격 반락으로 동력이 약해졌다. 오히려 금리가 오르며 자산가격이 하락하며 가계부채 부담은 급증하고 있다. 미국 보다 먼저 긴축에 나섰던 만큼 피봇에 대한 고민도 깊을 듯하다.

정부가 경제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 내놓을 대책도 중요하다. 통화정책과 달리 정부 정책은 맞춤형으로 가능하다. 돈을 쓸 수도 있고 제도를 바꿔 돈의 흐름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야당이 과반인 국회의 입법지원이 필요하다. 결국 정치의 영역인데,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만만치 않아 보인다.

투자전략 차원에서 높은 수익(yield)을 주면서 재무적으로 안정적인 회사들의 채권을 노려보자. 주식 등 변동성이 높은 자산은 일단 관망하다 앞서 언급한 주요한 변수들의 방향성이 뚜렷해 질 때마다 자산배분을 조정해보자. 경제·자원전쟁에서 수혜를 볼 서남아시아, 남미에 대한 공부도 해볼 만하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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