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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미숙 사망사고, 10명 중 3명은 고령운전자
라이프| 2023-03-10 10:49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 지난 8일 오전 10시 30분 전북 순창군 구림농협 공판장에 설치된 조합장선거 투표소 앞에 A씨가 몰던 화물트럭이 덮쳤다. 이 사고로 4명이 사망하고 중상자 4명, 경상자 12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올해 74세인 A씨는 경찰소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려다 액셀을 잘못 밟았다”고 진술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최근 5년간(2017~2021년)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운전미숙으로 판단할 수 있는 차량단독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중 30%는 65세 이상 고령운전자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공단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고령운전자로 인한 사망자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2년 고령운전자로 인한 사망자 비율이 13.3%였으나 2017년 20.3%로 20%를 돌파하더니 2021년엔 24.3%까지 높아졌다.

이는 같은 기간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 비율 증가(2012년 11.7%→2021년 17.1%)와 비교해도 두 배 이상 빠른 증가율이다.

공단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고령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걸 고려해도 고령자들의 운전미숙으로 인한 사고가 더 빠르게 늘고 있다”며 “고령 운전자의 특성을 고려한 안전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5년간 운전자 연령별 운전미숙으로 인한 ‘차량단독사고’(다른 차나 사람과 충돌하지 않고 ‘전복’, ‘추락’ 등으로 인한 사고) 사망자수 비율은 20대부터 40대까지는 평균 12% 수준이나, 65세 이상은 3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에 따르면 고령운전자와 비고령자가 발생시키는 위험운전행동에 차이가 있다. 고령운전자들은 비고령자와 비교해 더 빈번하게 정지 상태에서 ‘급출발’하거나, 조향장치를 조작하면서 급좌·우회전, 급유턴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공단은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를 감소시키기 위해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운전자 운전면허증 반납제도’가 대표적이다.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는 고령운전자에게 교통카드나 지역화폐로 10만~50만원 수준(지자체별로 다름)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다.

공단도 대중교통이 부족한 지역의 고령자들이 운전면허증을 반납 후, 발생할 수 있는 이동 제약을 최소화하기 위해 100원 택시 등 수요응답형 대중교통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밖에 경찰청에서는 ‘고령자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통해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감소를 위한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운전자 조작오류 감소를 위해 기존 버스나 중대형 트럭에만 장착이 의무화 되던 비상자동제동장치(AEBS)를 초소형자동차를 제외한 모든 차량으로 의무대상을 확대한 것도 고령운전자 안전 대책의 일환이다.

공단은 일본에서 지난해 5월 도입한 ‘한정 면허’ 제도 도입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운전자 특성을 고려해 비상자동제동장치가 장착된 차량에 한해서만 운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가속페달의 조작 오류가 많은 고령운전자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권용복 공단 이사장은 “우리나라도 2025년 초고령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고령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예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고령자의 특성을 고려한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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