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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보다 못한 처우”…軍 초급장교 조기 전역, 2년새 4배 늘었다 [MZ공무원 엑소더스]
뉴스종합| 2023-03-16 17:30
지난 3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2023 육사 79기 졸업 및 임관식’에서 신임 장교들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국가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겠다는 젊은 청년들을 어떻게 해서라도 군에 남게 만들어야지, 스스로 군을 떠나게 해서는 앞으로 우리나라 군의 미래가 어두워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상반기 전역 예정인 육군 군단 예하 부대 소속 현역 중위 A씨는 지난 11일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초급 간부 주거 지원이 열악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며 이같이 적었다.

A씨는 무너진 싱크대와 곰팡이가 가득한 벽 사진을 함께 올리며 “‘간부 숙소 리모델링이 끝나고 전역까지 남은 2개월 만이라도 거주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육군은 “해당 숙소는 올해 5월부터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일부 인원은 소통이 다소 부족해 이전 가능한 숙소가 없는 것으로 오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 복무를 포기한 20·30대 군 초급 간부 전역 지원자가 늘어나고 있다. 초급 간부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가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군은 국방부 장관과 초급 간부 간 간담회를 마련하거나 초급 간부 ‘처우 개선’에 나서는 등 젊은 장교들의 인력 이탈 현상을 막기 위해 분주한 상황이다.

16일 군에 따르면 육해공군 장기 복무 장교 중 지난해 전역을 신청한 5년차 장교는 184명으로, 2019년 이래 가장 많이 나타났다. 이 중 군의 승인을 받은 164명은 올해 전역할 예정이다.

특히 육군은 2021년 58명이던 초급 간부 5년차 전역 신청자가 올해 147명으로, 2년 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실제 전역 승인을 받고 전역한 육군 초급 간부는 2021년 34명에서 2023년 131명으로, 4배가량 늘었다.

이에 대해 육군 관계자는 “공군과 해군보다 군인 수가 많기 때문”이라면서도 “일반 병사에 대한 복무기간이 줄고, 그들의 월급이 오르는 등 그런 영향이 있다고 본다. 초급 장교들이 봤을 때 상대적 박탈감, ‘이럴 바에는 아예 짧게 갔다 오는 게 어떨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해, 영향이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흔히 하사부터 대위까지 계급을 일컫는 ‘초급 간부’들의 이탈 요인으로 ‘처우’가 가장 많이 꼽힌다. 2018년 육군 중위로 전역한 30대 김모 씨는 “솔직하게 말하면 더는 군에서 초급 간부들을 잡을 동기가 떨어진 것 같다”며 “예전엔 그래도 직업으로의 처우는 나쁘지 않은 편이었는데 요즘엔 너무 박하다는 생각에 다들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초급 간부들과 병장 간 월급 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국방부는 병장 기준 월급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병장 기준 월급은 2024년엔 125만원, 2025년엔 150만원으로 인상되며, 내일준비지원금도 2024년 40만원, 2025년 55만원으로 올릴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2025년 병장 월급은 실질적으로 205만원이 되는 셈이다.

민광기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병 급여(병장 기준)가 2025년까지 150만원으로 인상될 때는 초급 간부와 병의 급여 차이가 10~20%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어 초급 간부 급여의 비교 우위는 지금보다 더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현재 부사관 여건 개선을 위한 단기복무장려금 및 수당 상향과 하사 호봉 승급액 현실화 방안 등을 추진 중이다. 특히 하사 호봉은 1호봉과 2호봉 차이가 몇만 원 정도이므로 이를 인상해야만 실질적인 봉급 인상 효과가 있다는 게 군의 시각이다.

또한 병사들을 1차적으로 직접 지휘·통제하는 초급 간부 특성상 최근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병사 부모님’과 직접적인 소통 등 민원이나 대면 스트레스도 늘어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 이전까지는 없었던 병사 부모의 직접적인 민원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초급 간부들의 이탈 현상 심화에 군도 ‘처우 개선’을 약속하며 조치에 나섰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14일 육군회관에서 초급 간부와 간담회를 했다. 국방부와 각 군 관계자들이 함께한 이번 간담회는 초급 간부 복무여건 개선에 대한 의견수렴 및 공감대 형성을 위해 마련됐다.

한 초급 간부는 간담회에서 “전투형 강군을 위해 간부 복지도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당직근무비, 주거지원비 등을 현실성 있게 지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초급 간부 봉급 현실화를 위해 재정당국과 더 협조할 것”이라며 “국방부도 위기의식을 갖고 각 군의 의견을 수렴해 개선 방안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걸리겠지만 국방부가 중심이 돼서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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