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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상수지 적자에 가계수지도 악화…신용등급 하락 우려 [적자 늪 한국경제]
뉴스종합| 2023-03-19 12:00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우리경제가 동시다발적 적자의 늪으로 급속히 빨려들어가고 있다. 수출 감소로 무역 및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고, 재정 수지도 만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정·경상 쌍둥이 적자 속에 가계수지도 악화하며 하위계층을 중심으로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이른 시일 내에 경기 반등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국가채무 비율과 가계부채 상환 문제가 동시에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국가신용등급 하락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국가신용등급에 이상이 생길 경우 자금조달 비용 증가로 기업 경쟁력이 위축되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

19일 국가통계포털(KOSIS) 소득5분위별 가구당 가계수지(전국 1인 이상) 통계에 따르면 전체평균 가계수지는 전년동분기 기준으로 2분기 연속 감소했다. 가계에서 경기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 않은 셈이다. 지난해 4분기엔 2만8000원, 3분기엔 8만1000원이 줄었다.

저소득층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 1분위(소득 하위 20%) 가계수지는 지난해 4분기 35만원 적자를 나타냈다. 적자폭이 전년동분기 대비 4만5000원 더 늘었다. 지난해 3분기에도 적자폭이 7만6000원 증가한 -34만3000원을 나타냈다. 2분위도 2분기 연속 가계수지가 악화했다.

가계수지 악화는 곧 내수침체고, 계속 이어지면 부채상환 능력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특히 한계에 서있는 소상공인 등 저소득층이 문제다. 현금흐름이 마르면서 취약계층(취약차주) 채권부도가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 핵심인 수출은 반등하지 못하고 있고, 고용도 점차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경상수지는 한 달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수출 부진에 상품수지 적자가 70억달러를 넘어선 데다, 여행수지 등의 적자 규모도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경상수지는 45억2000만달러(약 5조9664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경상수지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무역수지는 글로벌 경제위축과 반도체 시장 침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글로벌 공급망 혼란 등의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1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적자 규모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경상수지 개선은 당분간 요원한 것으로 분석된다.

재정에서도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수다. 1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재정동향 3월호에 따르면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차감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월 7조3000억원 흑자를 나타냈다. 소폭 개선됐지만, 내용을 보면 안심하기 어렵다.

1월 국세 수입은 42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조8000억원 감소했다. 1월 총수입은 61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조9000억원 감소했다. 그럼에도 관리재정수지가 흑자를 나타낸 것은 총지출이 작년 동기 대비 5조2000억원 감소했기 때문이다. 1월 총지출은 5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재정수지 흑자가 세수 증가 때문이 아닌 지출 감소에 기인한 것이다. 앞으로 지출이 늘어나면 재정수지는 급격하게 악화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올해 재정수지가 58조원 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쌍둥이 적자로 외환보유고가 줄어드는 가운데 국가채무 비율과 가계부채 상환 문제가 불거지면 국가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피치도 지난 13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 향후 등급 하향 요인으로 국가채무 비율의 큰 폭 상승, 가계부채 상환 문제에 따른 경제 부문 전반의 위험 확대, 한반도의 지정학적 긴장 확대 등을 꼽았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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