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무역적자, 반도체 쇼크-중국 부진-보호주의 3각 파고에 1년째 지속 [적자 늪 한국경제]
뉴스종합| 2023-03-19 12:00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수출은 줄고 수입은 급증하면서 우리나라 무역적자가 1년째 이어지고 있다. 수출 부진은 품목 기준으로 전체의 20%인 반도체와 지역 기준으로 25%가량을 차지하는 중국 수출이 고전을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7개월 연속 감소세다. 대(對)중국 수출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9개월 연속 뒷걸음질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자유무역이 쇠퇴하고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이 확산하는 흐름 속에 핵심 업종인 반도체·배터리 업계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동시 압박’이 가해지면서 우리 경제의 핵심 축인 무역수지가 끝이 안 보이는 적자의 늪에 빠진 형국이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59억6000만달러. 전년 동월 대비 42.5%(44억달러) 감소한 실적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감소 폭을 월별로 보면 작년 8월 7.8%, 9월 5.6%, 10월 17.4%, 11월 29.9%, 12월 29.1%, 올해 1월 44.5%로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올해 들어선 두 달 연속 40% 넘게 줄었다. 수출 비중 60%가량을 점하는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제품 수요 약세로 가격이 하락하고 재고가 누적돼 수출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D램 고정가는 작년 초 3.41달러에서 올해 1∼2월 1.81달러까지 하락했고, 낸드 고정가는 4.81달러에서 4.14달러로 떨어진 상태다.

2월 대중국 수출은 98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9개월 연속 감소했다. 대중 무역수지는 마이너스 11억4000만달러를 기록해 5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역대 최대였던 1월(-39억7000만달러)보다는 적자 폭을 줄였다.

2월 전체 수입은 554억달러(73조4000억원)로 작년 동월보다 3.6% 증가했다.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액(153억달러)이 작년보다 19.7% 증가한 영향이 컸다.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원유 수입은 줄었지만, 동절기 에너지 수급에 대비해 가스 수입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에너지 수입액은 최근 10년간(2013∼2022년) 2월 에너지 평균 수입액(97억달러)을 56억달러 웃도는 수준이다. 에너지 외 수입은 작년보다 1.5% 줄어 감소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53억달러(7조225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작년 3월부터 12개월째 적자 행진이 이어졌다. 적자 폭은 역대 최대였던 올해 1월(127억달러)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지만, 올해 들어 두 달만에 작년 무역적자의 38%에 달하는 적자가 쌓이면서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무역적자가 12개월 이상 지속된 것은 1995년 1월∼1997년 5월 연속 적자를 낸 이후 25년여 만에 처음이다.

무역적자 기조를 바꿀 수 있는 주요 변수는 반도체 경기의 회복 시점이다. 또 봉쇄정책을 폐기한 중국이 시장 개방을 본격적으로 재개하면 무역수지 개선이 빨라질 수 있다. 정부가 올해 수출 목표를 지난해 12월 예상치보다 4.7%포인트 높인 6850억 달러로 설정한 것도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와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회복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중국 수출 비중 감소와 중국 시장의 구조 변화 때문이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2021년 25.3%에서 지난해에는 14년 만에 가장 낮은 22.8%로 하락했다. 품목별로는 여전히 반도체 수출이 1위를 차지했으나 전년 대비 수출 증가율은 2021년 22.9%에서 지난해 3.7%로 크게 둔화했다.

대중국 수출의 80%가량을 차지했던 중간재의 증가율도 낮아지고 있다.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중간재 수입은 금융위기 이전(2001~07년)엔 연평균 32.4% 증가하다가 금융위기 이후(2010~21년)엔 연평균 8.9% 증가에 불과했다.

아울러 미국이 반도체지원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선공에 나선 데 이어 EU도 IRA와 비슷한 핵심원자재법(CRMA) 공개하면서 K반도체·배터리 업체들은 사면초가에 처했다.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를 두고 벌이는 패권 경쟁에 낀 한국 반도체업계는 ‘눈치 게임’을 하느라 바쁘다.

oskymoo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