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이성계 능에만 억새가 덮힌 이유..함흥차사와 연관?
라이프| 2023-03-27 10:07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함흥차사는 조선 태조 이성계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태조는 두 차례 왕자의 난을 겪으면서 살아생전 왕위를 물려준뒤 상왕으로서 한양에 머물지 않고 고향인 함경도에 기거했다.

이성계는 다들 왕자들 간 피비린내 나는 권력다툼에 진저리를 냈을 것이다. 분노는 사그러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왕이 된 이성계의 아들들이 상왕이자 아버지인 이성계에게 안부 차 사람을 보내면 어찌된 영문인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요즘도 어디 심부름을 보냈는데 오지 않으면 “함흥 차사”라고 한다.

그가 함흥에 머문 것은 고향에서 어린시절 뛰어놀고, 한민족의 일파로 분류되는 여진족과 때론 친하게, 때론 갈등하며 지낸 때가 몹시 그리웠던 모양이다. 신라의 반쪽 통일 이후 형성된 남북국시대의 한 축, 해동성국 발해는 진국이라 불리기도 했고, 여진은 남은 진국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성계는 늘 “내가 죽으면 능에 내 고향 함경도의 멋진 억새를 심어달라”고 유언했다고 한다. 그의 유지 대로, 조선왕릉 중 태조의 왕릉에만 억새로 덮혀 있다. 무덤의 억새는 봄에 잘라주는데, 이는 600여년 이어진 하나의 왕실 의례가 되었다.

청완예초의 Before
청완예초의 After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조선왕릉동부지구관리소는 오는 4월 6일 한식(寒食)을 맞아, 오전 9시 30분부터 구리 동구릉 내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健元陵) 봉분을 덮고 있는 억새(靑薍, 청완)를 자르는 ‘청완 예초의’(靑薍 刈草儀)를 한다.

예로부터 건원릉 억새는 1년에 한번 한식날 예초(刈草, 풀베기)를 하였는데, 문화재청은 이러한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조선왕릉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듬해인 2010년부터 매년 한식날에 억새를 베는 ‘청완 예초의’를 거행하고 있다.

‘청완 예초의’는 봉분의 억새를 베는 ‘예초의(刈草儀)’와 1년간 자란 억새를 제거했음을 알리는 ‘고유제(告由祭, 중대한 일의 이전이나 이후에, 일에 대한 사유를 고하는 제사)’로 진행한다. 제사 후에는 조선왕릉 제향(祭享)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음복(飮福) 행사도 함께 열린다.

최근 몇년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일반 관람객들의 참여를 제한하고 의식을 최소화하여 자체적으로 진행하였으나 올해부터는 다시 관람객이 참여하는 가운데 진행된다.

‘청완 예초의’는 관람객 누구나 참관 할 수 있으며, 고유제에 직접 참여(체험)하고자 할 경우 3월 28일(화)부터 4월 4일(화)까지 조선왕릉 누리집(참여마당-문화행사)에서 성인 6명까지 선착순으로 1인씩 신청 받을 예정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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