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아시아 아트허브 수성’ 홍콩의 전략은 통했다
라이프| 2023-03-27 11:24
4년만에 해외 관람객을 맞이한 아트바젤 홍콩 2023 전시전경 [헤럴드 DB]

“(코로나19가 끝나고 4년만에 와 보니) 이제는 홍콩 로컬 페어가 된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홍콩·중국 베이스 컬렉터들이 큰 작품도 턱턱 사갔다. 세일즈만 본다면 최고다”

4년만에 전면적 대면행사로 전환한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아트바젤 홍콩 2023’이 25일 성료했다. 아트바젤 홍콩 시작 이후 수 년간 참여해 온 한국의 한 갤러리 대표는 올해 행사에 대해 이같이 정리했다. 차분하게, 그러나 강하게. 아시아 아트허브 수성을 위한 홍콩의 전략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78억 작품도 솔드아웃=21일 시작해 23일 오후 2시까지 이어진 VIP프리뷰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입장을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서는 진풍경도, 멀리 유럽에서 장거리 비행을 마다않고 찾아온 컬렉터 군단도 없었지만 세일즈는 화려했다.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 조각이 350만달러(46억원)에 첫 날 팔린 것을 시작으로 수십억대 작품이 족족 팔려나갔다. 빅토리아 미로 갤러리가 선보인 초록 호박조각은 이튿날 600만달러(77억원)에 팔렸다. 페르거스 맥카프레이 갤러리는 일본 구타이 미술 1세대로 꼽히는 카주오 시라가의 붉은 회화를 500만 달러(64억원)에, 하우저앤워스갤러리는 조지콘도의 보라색 회화를 475만달러(61억원)에 판매했다. 이외에도 마크 브래드포드, 이우환, 알렉스 카츠, 게오르그 바젤리츠, 엘리자베스 페이튼의 작업이 80만달러에서 350만달러 사이에 모두 완판됐다. 신진작가의 작품보다 이미 시장에 잘 알려진 블루칩 작가의 수작이 쏟아져나오며 컬렉터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풀이된다.

3월 말 열리는 필립스 경매에 출품되는 나라 요시토모의 페인팅. 시작가 130억원이다. [헤럴드 DB]

▶페어의 열기 2차시장으로=페어의 열기는 옥션으로도 이어진다. 슈퍼 컬렉터들의 방문에 맞춰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 등 3대 글로벌 옥션회사는 앞다퉈 명작들의 프리뷰를 준비했다. 크리스티는 5월 뉴욕 메이저 경매의 프리뷰를 20일부터 22일까지 홍콩 알렉산드라 하우스에서 열었다. 미국의 근현대미술의 알짜배기 작업들을 모은 것으로 유명한 S.I.뉴하우스의 컬렉션과 지난해 단일 컬렉션 경매로는 사상 최대규모(1조 4000억원)를 기록한 폴 앨런 컬렉션을 나란히 선보였다.

뉴하우스는 조지 콘도의 초기작,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연작회화 등을 출품했고, 폴 앨런은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형 유화, 조지아 오키프의 화이트 시리즈 등을 내놓았다. 뉴하우스는 지난 2019년 제프쿤스의 1996년 조각 ‘토끼(Rabbit)’를 크리스티 경매에 내 놓아 9017만 5000달러(1158억원)에 낙찰시켜 제프쿤스를 생존작가 중 가장 비싼 경매기록 보유 작가로 등극시킨 이력이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앨런과 뉴하우스 컬렉션 중 어떤 것이 더 비싼 가격에 낙찰 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필립스는 서구룡지구 M+뮤지엄 바로 앞에 신사옥을 마련하고 3월 말 메이저경매를 진행한다. 나라 요시토모의 황금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 페인팅이 시작가 130억원에 출품되는 등 컬렉터의 구미를 당기는 작업들이 다수 나왔다. 청나라 마지막 황제인 선통제가 사용했던 파텍 필립 시계 등 역사적 가치가 있는 아이템도 이번 경매에 함께 출품된다.

대형 설치작업을 선보인 아트바젤 홍콩의 엔카운터 섹션에 출품된 자파 람의 ‘‘트롤리 파티’ [헤럴드 DB]

▶문화중심지 홍콩의 야심=지난달 방역 제한을 사실상 해제하고 4년만에 외국인 관객을 맞이하며 제대로 된 행사를 치르게 된 홍콩은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 뿐만 아니라 미술계에서도 그 지위를 공고히 하기위해 다양한 기관들과 협력했다. 2021년 서구룡문화지구에 개관한 M+뮤지엄은 20일 뮤지엄나잇을 개최하고 전세계에서 온 미술계 관계자들 2000여명에 미술관을 선보였다. 사실상의 개관행사였다.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는 24일 김창열 작가의 다큐멘터리를 상영했다. 이외 다수의 공립·사립 기관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등 홍콩 행정당국에서 4년만의 아트바젤 홍콩을 제대로 프로모션 하기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정도련 M+뮤지엄 부관장은 “홍콩을 중국의 문화중심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중앙정부의 정책 기조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콩=이한빛 기자

vicky@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