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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사태로 억울한(?) 김익래…키움 관련주 거래이력 보니 [홍길용의 화식열전]
뉴스종합| 2023-05-02 16:19

“말이 선하면 반향도 선하고 말이 악하면 반향도 악하다. 키가 크면 그림자도 길고 키가 작으면 그림자도 짧다. 명성은 소리고 몸은 그림자다. 말과 행동을 삼가해서 하면 반향과 그림자도 그에 따른다” (言美則響美 言惡則響惡. 身長則影長 身短則影短. 名也者響也 身也者影也. 愼爾言將有和之 愼爾行將有隨之)

열자(列子) 설부(說符) 편에 나오는 얘기다. 영어 ‘consequence’의 어원과 통한다. ‘중대한 결과’라는 뜻의 이 단어는 ‘con(together : 함께) + sequ(follow : 따라오는) + ence(접미사 : ~것)’으로 분석된다. 직역하면 ‘어떤 행위를 한 후 함께 따라오는 결과’다.

다우키움그룹 김익래 회장이 다우데이타 주가 폭락 직전 보유지분을 대규모로 매도한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한 작전 세력을 이끈 것으로 알려진 투자자문사 대표가 김 회장 책임론을 제기하면서다.

김 회장은 지난 20일 시간외거래로 다우데이타 지분 3.65%를 매각해 605억원을 챙겼다. 매도창구는 키움증권, 매수창구는 모건스탠리였다. 김 회장의 매매 직후 2거래일이 지난 24일부터 다우데이타 주가는 폭락한다. 키움 측은 증여세 납부 재원 마련을 위한 거래였다고 설명한다.

시세조종은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금융회사 대주주가 금융관련 법령을 위반하면 10% 이상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금융회사 임원도 될 수 없다. 김 회장이 이같은 위험을 감수하고 위법을 저질렀을 가능성은 상식적으로 높지 않다. 그럼에도 그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대주주가 대규모로 차익을 실현했으니 좋게 보면 김 회장이 시세조종 세력을 ‘응징’한 모양이 된다. 나쁘게 보면 대주주가 시세조종을 의심하고도 이를 방조하다 결정적 순간에 제 이익만 챙긴 것일 수도 있다. 세상의 눈에 비친 김 회장의 ‘그림자’는 결국 그 동안 그가 걸어온 주식 관련 행보의 결과다.

2020년 3월23일 김 회장은 이머니에 다우데이타 주식 94만주를 매각한다. 이머니는 김 회장의 자녀 3남매가 지배하는 개인회사로 사실상 다움키움그룹의 지주회사 격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세계 주식시장이 최저점을 경신하던 때다. 거래가격은 주당 5290원에 불과했다. 김 회장은 한 달 뒤인 4월20일에도 130만주를 주당 7650원에 이머니에 넘긴다. 2021년에도 2월 24일 80만주, 3월 12일 30만주를 추가로 판다. 이해 10월에는 김동준 대표 등 세 자녀에게 200만주를 증여한다. 이해 주가가 가장 낮았던 때에 정확히 거래를 실행해 기회비용을 최소화했다고 할 만하다.

지난해에도 김 회장의 투자 타이밍은 정확했다. 2022년 6월부터 9월 사이 김 회장은 다우데이타 주식 3만4855주를 주당평균 1만513원에 매입한다. 김 회장 매입 직후인 10월부터 주가가 폭등한다.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은 주가 움직임에 대해 “지주사 역할이 평가받는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황 사장의 설명은 설득력이 있을까? 아니면 견강부회(牽強附會)일까? 당시 시장 상황을 살펴보자.

이해 3분기까지 다우데이타 실적(별도기준)은 매출액과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각각 10.5%, 61% 줄었다. 다우데이터는 다우기술을 통해 키움증권을 지배한다. 같은 기간 다우기술은 매출액은 9% 순이익은 13% 늘었지만 최대 주력사인 키움증권 순이익은 44% 급감했다. 두 회사 실적까지 반영한 이 기간 다우데이터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4534억원으로 전년동기(7460억원) 보다 40%나 적었다. 2022년 동안 주가흐름도 다우기술 -14.9%, 키움증권 -19.5%로 부진했다. 자회사와 손자회사 실적과 주가가 하락하는데 지주회사 격인 회사의 주가만 폭등했던 셈이다.

자녀들이 증여세를 낼 돈을 마련해주려 했다는 설명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2021년 3남매는 277억원 가량인 다우데이타 주식 200만주를 증여 받는다. 약 140억원의 증여세가 부과된 것으로 추정된다. 증여세 납부를 위해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는 133만주를 담보로 105억원(이자율 5.27%)을 빌렸다. 1년에 이자로만 5억원 이상이니 결코 적은 부담이 아니다.

김 회장이 주식을 판 돈 605억원에서 양도세(25%)를 낸 후 450억원을 증여하면 3남매는 이 현금을 증여 받기 위해 250억원 가량의 세금을 또 내야 한다. 결국 277억원어치 지분을 물려주려면서 550억원의 세 부담을 안기는 셈이 된다. 그 동안의 ‘절세’ 행보와는 또다른 모습이다.

사실 김 회장 부자의 소득은 상당한 편이다. 김 대표가 최대주주인 이머니는 지난 해 18억원의 현금배당을 했다. 김 대표가 근무하는 키움인베스트먼트의 지난 해 경영진(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1명, 감사 1명) 보상액은 약 16억원이다. 김 대표 몫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식담보대출 이자 정도는 감당할 정도다.

김 회장도 키움증권의 비상근 회장이지만 매달 7750만원 씩 연 9억3000만원의 급여는 물론 매년 수 억원대 상여금도 받는다. 그룹 내 최고 연봉이다. 금융사 최대주주가 비상근 임원으로 고액연봉을 다 받는 사례는 김 회장이 유일하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증권과 보험사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은 상근 이사다.

김 회장이 고액 연봉을 받는 명분은 이사회 의장이라는 이유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원칙적으로 사외이사로 하여금 이사회 의장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선임 사외이사를 별도로 두면 된다는 예외조항을 활용, 김 회장은 이사회 소집권을 갖는 의장 직을 유지하고 있다. 김 회장이 비상근을 택한 이유는 겸임제한 때문이다. 금융사 상근임원은 다른 회사 상근 임원을 겸임할 수 없다. 다른 계열사에서도 임원을 겸임하려고 법의 예외조항을 활용했다. 김 회장은 2021년까지 다우데이타 대표이사로 상근하다 지난 해 비상근 기타상무이사로 신분을 바꿨다.

김 회장이 다우데이타에서 받는 배당금도 연간 30억원이 넘는다. 특히 2020년과 2021년 다우데이타 지분을 이머니에 매각한 대금만 295억원에 달한다.

사실 김 회장은 본인이 대주주인 종목 투자에 꽤 열심이다. 김 회장은 지난 해 다우데이타 외에 다우기술 지분도 사들인다. 6월부터 9월까지 매입한 주식은 4만8291주로 평균매수단가는 현 주가보다 8% 가량 낮은 1만7513원이다. 코로나19 쇼크 때인 2020년 봄을 제외하면 최근 5년간 주가가 가장 낮은 시기에 정말 ‘귀신 같이’ 주식을 매입했다.

김 회장이 자신이 지배하는 회사의 주식 투자에 그렇게 열심이었으니 이번과 같은 사태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게다가 키움증권은 그냥 일반 기업이 아니다. 온라인주식거래 국내 1위 증권사로 다양한 시장 관련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런 회사 총수의 자기 회사 투자 성과가 너무 좋으면 이런 저런 논란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한편 만에 하나 김 회장이 위법 행위로 금융지배구조 법 상의 의결권 제한 조치를 당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룹 경영권에 악영향을 미칠까? 현재 다우데이타의 단일 최대주주는 김 회장(23.01%)이 아니라 아들인 김 대표가 과반 이상을 지배하는 이머니(31.56%)다. 김 회장의 지분이 10%로 제한되더라도 후계자인 김 대표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듯하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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