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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어린이날 ‘용산어린이정원’ 가볼까…미군 야구장 4곳 '잔디마당' 재탄생
뉴스종합| 2023-05-03 08:27
2일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의 사전 공개행사가 열렸다. 정부는 용산 미군기지 반환 완료 후 추진 예정인 90만평 규모의 '용산공원' 정식 조성에 앞서 대통령실 앞마당 반환 부지를 '용산어린이정원'으로 조성해 대통령 취임 1주년 앞둔 5월 4일부터 국민에 개방할 예정이다. 사진은 용산 어린이정원 이벤트하우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미래 세대의 주역인 어린이들이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용산 어린이정원’입니다.”

‘게이트 14’로 불리던 용산 미군기지 14번 출입구 앞 커다란 나무 한 그루 아래. 그곳에서 ‘용산어린이정원’ 안내를 맡은 해설사는 정원 이름의 뜻을 이같이 설명했다.

용산어린이정원 홍보관. [연합]
9만평 부지의 용산어린이정원 잔디마당. [연합]

정원 개방 이틀 전인 지난 2일 언론 사전 공개행사를 통해 굳게 닫혀 있던 철문을 지나 용산 미군기지 반환 부지에 들어서자 미국의 작은 마을을 연상케 하는 30만㎡(약 9만평)의 탁 트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전까지 용산 반환 부지는 120년 동안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는 ‘금단의 땅’이었다. 지난해 용산에 대통령실이 들어오면서 경기도 평택으로 떠난 옛 용산 미군기지 터의 공원화사업이 탄력받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해 반환된 58.4만㎡(약 18만평)의 용산기지 부지 중 대통령실과 인접한 30만㎡를 용산어린이정원으로 조성했다.

용산어린이정원 종합안내센터. [연합]

주 출입구인 게이트14에서 잔디마당으로 향하는 길에는 흰색 벽에 벽돌색 지붕과 문이 달린 단층 주택들이 곳곳에 있었다. 해설사는 이 건물들이 과거 1960~70년대 미군 장군숙소로 쓰였던 건물이라고 설명했다. 리모델링된 미군 장군숙소들은 저마다 ‘홍보관’ ‘용산서가’ ‘전시관’ ‘카페 어울림’ 등의 이름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용산어린이정원 어린이도서관. [연합]

이름이 용산 ‘어린이’ 정원인 만큼 어린이들을 위한 시설도 구비돼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 ‘어린이의 서가’다. 홍보관 건너편 ‘용산서가’와 함께 있는 ‘어린이의 서가’엔 초등학교 저학년 및 유아들을 위한 책들과 커다란 초록색 토끼 모형, 아이들 높이에 맞는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어린이의 서가’와 맞닿은 용산서가에는 바깥을 그대로 볼 수 있는 통창과 함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고른 ‘세종도서’ 선정작들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용산어린이정원 어린이도서관. [연합]

또한 용산서가 옆 전시관을 지나면 나타나는 ‘이벤트하우스’ 역시 어린이를 위한 문화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 등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특히 이벤트하우스 앞 작은 잔디정원에는 지난해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당시 어린이 100명이 ‘어린이가 꿈꾸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그린 벽화가 설치돼 있다. 아울러 용산어린이정원 동쪽 ‘스포츠필드’에는 스포츠 꿈나무를 위한 만 12세 이하 전용 야구장과 축구장이 마련됐다.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용산 어린이정원’ 전망언덕에서 바라본 대통령실 청사. 정부는 용산 미군기지 반환 완료 후 추진 예정인 90만평 규모의 ‘용산공원’ 정식 조성에 앞서 대통령실 앞마당 반환 부지를 ‘용산 어린이정원’으로 조성해 대통령 취임 1주년 앞둔 5월 4일부터 국민에 개방할 예정이다. [연합]

용산어린이정원에는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위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디자인도 곳곳에 녹아 있었다. 용산서가 옆에 마련된 ‘전시관’으로 가는 길목에는 휠체어용 리프트가 설치돼 있었다. 직접 걸어서 전시관까지 이동하기 위해선 리프트 옆에 설치된 12개의 계단을 이용해야 했다. 또한 모든 건물 입구엔 휠체어가 진입하기 편하도록 문턱 대신 경사면이 설치돼 있었다.

실제 용산어린이정원은 조성 당시부터 ‘배리어프리’와 ‘유니버설 디자인’ 적용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졌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연령, 성별, 국적, 장애 유무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게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것을 뜻한다.

6만6000㎡(2만평) 규모의 '잔디마당'. 잔디마당에서 바라본 대통령실 청사. [연합]
잔디마당에서 바라본 대통령실 청사. [연합]

정원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6만6000㎡(2만평) 규모의 ‘잔디마당’이다. 이는 과거 미군 야구장 4곳이 있던 곳을 새롭게 단장해 잔디로 채운 곳으로, 정원을 찾은 가족 단위 방문객의 휴식처이자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으로 쓰일 예정이다.

잔디마당과 ‘전망언덕’ 사이에 커다란 플라타너스 두 그루가 있다. 나무 아래 벤치는 ‘대통령실’과 ‘남산 타워’ 등을 마주 볼 수 있게 놓여 있다. 잔디마당 주변 산책로 끝으로 가면 ‘대통령실’ ‘남산타워’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언덕이 나타난다. 언덕 가장 높은 곳에선 철제 펜스 넘어 대통령실을 더욱 가깝게 볼 수 있다.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용산 어린이정원’ 사전 공개행사가 열렸다. 정부는 용산 미군기지 반환 완료 후 추진 예정인 90만평 규모의 ‘용산공원’ 정식 조성에 앞서 대통령실 앞마당 반환 부지를 ‘용산 어린이정원’으로 조성해 대통령 취임 1주년 앞둔 5월 4일부터 국민에 개방할 예정이다. 사진은 용산어린이정원의 카페어울림. [연합]

이러한 잔디마당을 바로 볼 수 있는 건너편 ‘카페 어울림’ 역시 과거 미군 숙소를 개조해 지어졌다. 큰 유리창 전체가 열려 외부와 연결되는 구조로, 야외 자리에서 잔디마당과 가로수길을 보며 음료를 마실 수도 있다. 카페어울림에선 탄소저감 원두를 사용한 커피나 발달장애인이 제작한 간식 등을 구매할 수도 있다.

용산어린이정원에선 5월 가족의달을 맞아 캐릭터 전시, 화분 만들기·페이스페이팅 등 체험 이벤트와 생활체육 행사, 클래식 음악공연 등이 열릴 예정이다. 아울러 직장인들을 위한 ‘수요 버스킹’과 어린이 및 가족을 위한 ‘주말 버스킹’ 등도 예정돼 있다.

대통령실은 “정부는 향후 용산어린이정원의 다양한 공간을 활용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진행해 국민과의 소통 접점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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