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남산사색] 특급신인 쏟아지는 골프계
엔터테인먼트| 2023-06-07 11:06

춘추전국 시대였던 미국 PGA투어는 1996년 타이거 우즈라는 골프천재가 등장하면서 평정됐다. 우즈는 마지막 우승을 차지한 2019년까지 23년간 메이저대회 15승 등 통산 82승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남겼다. 이제 지천명을 바라보는 우즈가 과거처럼 우승 횟수를 늘려갈 가능성은 매우 작아졌지만 그가 필드를 지배하던 시절 골프는 인기와 투어 규모 면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골프업계에서 변방이었던 나이키가 천문학적인 성장을 이룬 것도 우즈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모든 스포츠의 성장동력 중 가장 큰 지분은 스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찬호가 뛰던 당시 메이저리그도 비록 약물에 찌든 선수들이었지만 배리 본즈,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의 홈런레이스가 큰 역할을 했고, 세계 축구계는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는 레전드의 라이벌대결이 축구팬들을 그라운드와 TV 앞으로 불러모았다.

최근 한국과 미국 골프계에도 스타들이 잇따라 등장해 골프팬들이 많은 관심을 보인다. 국내에서는 괴력의 장타를 앞세운 ‘한국의 존람’ 정찬민과 ‘슈퍼루키’ 방신실이 등장했고, LPGA투어는 로즈 장이라는 아마추어 최강자가 프로데뷔전에서 우승하며 이슈가 되고 있다. 조용하던(?) 국내외 골프계는 언제든 우승을 노릴 만한 이들의 등장으로 잔뜩 고무된 모습이다. 주니어 시절부터 무시무시한 장타로 정평이 나 있던 정찬민은 지난해 KPGA코리안투어에 데뷔해 19번째 출전한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첫 우승을 맛봤다. 2부인 스릭슨투어 장타왕에 이어 지난해 KPGA코리안투어에서도 장타 1위에 올랐던 정찬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비거리에 비해 정교함에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 대회를 통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정찬민은 올가을 이후 미 PGA투어 Q스쿨에도 도전장을 던질 계획이다.

KLPGA투어 역시 방신실이라는 슈퍼루키의 등장으로 뜨겁다. 이미 아마 시절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방신실은 수차례 프로대회에 초청 출전하며 가능성을 보였고, 프로 전향할 경우 기존 선배들을 위협할 선수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2020년 갑상샘항진증 판정으로 컨디션이 떨어지면서 정규시드전에서 부진해 출전대회가 제한됐다. 그러나 나가는 대회마다 잠재력을 보여줬고, 지난달 E1채리티오픈에서 고대하던 우승을 차지하며 풀시드를 따냈다. 방신실의 가장 큰 장점은 비거리다. 어지간한 남자선수들에 버금가는 300야드 가까운 장타는 다른 선수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다. 또 신예선수답지 않게 쇼트게임과 퍼트도 완성도가 높다. 5년 안에 미국에 진출하고 세계랭킹 1위에 오르고 싶다는 방신실의 꿈은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을 정도다.

미국의 LPGA투어는 로즈 장이라는 중국계 미국선수의 등장에 열광하고 있다. 장은 지난주 열린 미즈호 아메리카스오픈에서 프로에 데뷔해 연장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아마추어 선수가 프로데뷔전에서 우승한 것은 1951년 비버리 핸슨 이후 72년 만이라고 한다. 장은 우즈가 나온 골프명문 스탠퍼드대 출신으로,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를 무려 141주간이나 지킨 1인자였다. 대학에서 통산 12승을 거둬 우즈(11승)를 능가했다. 170㎝가 되지 않는 작은 체구지만 260야드가 넘는 드라이버샷을 날릴 만큼 비거리도 뛰어나고 아이언도 정교하다. 이번 미즈호대회 우승으로 세계랭킹이 420위에서 62위로 급상승했다.

기존 선수들에게 도전장을 던진 특급 신인들이 골프 생태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길 기대해본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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