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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 신입사원, 실화냐?” 직원들 화나게 하더니…결국 찬밥 신세
뉴스종합| 2023-09-28 18:50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인 완커그룹 ‘최우수 사원상’을 수상한 가상인간 ‘추이샤오판’. [사진, sixth tone]

[헤럴드경제= 박영훈 기자] “10개월간 그녀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함께 일했지만, 사람이 아니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직장 동료들)

중국 대기업에서 ‘올해의 최우수 신입사원상’을 받아 논란이 된 여성(추이샤오판). 해당 여성이 다름 아닌 가상 인간(버추얼 휴먼) 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회사 직원들은 이 여성의 정체를 밝히기 전까지 가상 인간이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한 직원은 “예전에 메일을 받았을 때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가상 인간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직원들은 무엇보다 가상 인간에게 우수사원상을 준 것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직원은 “연말에 우수사원상을 하나 덜 줘도 되겠다”고 조롱했고, 또 다른 사원은 “진정한 동료를 소중히 여겨라. 그들은 여전히 인간”이라고 비판했다.

직원들까지 화나게 했던 가상 인간이 이젠 찬밥신세가 됐다. 가상 인간에 관심이 쏠린 지난해와 비교해 확실히 거품이 꺼졌다. 이는 전세계적 현상이다. 지난해 중국 유명 기업들이 속속 가상인간을 광고모델로 내세우거나 심지어 직원으로 채용하는 일이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예 자취를 감추고 있다. 경기침체와 함께 가상 인간에 대한 투자도 크게 줄였다.

한국 최초의 가상인간 ‘로지’는 배우 이정재에 이어 2030부산세계박람회 2호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사진 각 인스타그램]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불과 얼마전까지 모델, 쇼핑 호스트, 가수 등 종횡무진 활약하며 인기를 끌었던 가상 인간의 열풍이 순식간에 시들었다. 국내 첫 가상 인간 로지의 소셜미디어(SNS) 팔로워 수는 15만명에 달한다. 로지는 100건이 넘는 협찬과 광고로 한 해 동안 15억원 이상의 돈을 벌어들었다. 하지만 가상 인간 열풍을 몰고 온 ‘로지’의 영광을 잇는 주인공은 나오지 않는다.

지금까지 국내에 등장한 가상 인간 수가 200여명이나 되지만 더 이상 아무도 가상 인간을 찾지 않는다. 실제 사람과 달리 시간이 지나도 유대감이 없고, 자주 보니 호기심이 줄었다는 점이 한계로 평가된다.

등장 당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디지털 시대 ‘신인류’라는 평가까지 받았지만 우후죽순 쏟아진 가상 인간은 일시적인 화제 끌기에 그쳤다.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과 같은 하나의 콘텐츠로 전락했다.

롯데홈쇼핑 가상 인간 ‘루시’

그나마 게임 및 홈쇼핑 업체들이 가상 인간에 대한 투자와 마케팅에 아직 적극적이다. 롯데홈쇼핑 루시가 대표적이다. 롯데홈쇼핑은 인기 쇼호스트 정윤정이 방송 도중 욕설로 무기한 출연 정지를 받으면서 돌파구로 자체 개발한 가상인간 '루시'를 쇼호스트로 적극 활용 중이다.

전문가들은 가상 인간 열풍이 크게 시들해 졌지만, 아직은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가상 인간 산업도 점차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 우세하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가상 인간 시장 규모가 2025년에는 1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인간 인플루언서 매출 규모인 13조원을 추월하는 수치다.

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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