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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확대 막아라” 의사단체 내홍
뉴스종합| 2023-10-17 11:17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의사 내부에서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하면 대한의사협회 집행부가 총사퇴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공개적으로 나온 상태다.

특히 내년 초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까지 앞두고 의사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후보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강경 대응을 외치고 현 집행부와 각을 세우면서 더 상황은 복잡해질 조짐이다.

의료계가 최근 며칠새 들끓고 있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협회에 대한 의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대 정원 확대는 2020년 총파업의 도화선이 된 바 있다. 의료계에선 극히 민감한 사안이다. 의대 정원 확대가 논의될 때마다 전면에 나서서는 게 대한의사협회다. 13만명에 이르는 의사의 대표 단체 격이다.

현 회장인 이필수 회장은 의료계에서도 대표적인 대정부 ‘온건파’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의대 증원을 검토하기만 해도 의사의 반발에 직면하는 데에 있다. 이미 7월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가 의대 정원 확대를 확대하기로 논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엔 이 회장에 대한 탄핵안이 올라오기도 했다.

당시 의사협회는 “의사인력 확대의 전제조건이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파국으로 달을 것” “배신이다”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탄핵안은 부결됐지만 파장은 적지 않았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대정원 확대에 합의해주면 의사들로부터 이런 사달을 겪게 된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전했다.

최근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면서 의료계 내부에선 또 이 회장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기도의사회는 16일 “사상초유의 포퓰리즘 정책인 의대 정원 확대 발표가 기정사실화할 때까지 이필수 집행부의 무능은 통탄할 지경”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한 밀실 의정협의체를 강행하고, 의사들 몰래 합의를 해준 집행부의 ‘배신 회무’가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직격했다.

의료계 내부에선 의협을 향한 강도높은 비판이 내년 의협 회장 선거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내년 회장 재선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주력한 차기 출마자로 거론되는 후보들은 앞다퉈 의사 증원 문제에 뛰어들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와 토론을 제안하거나, 강경 대응에 나설 입장을 밝히거나, 나아가 총파업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식이다. 후보마다 경쟁적으로 의대 정원 반대 의지를 피력하는 모양새다. 의대 정원 확대의 불가피성이나 합리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의사 내부에서 나올 수 없는 구도가 된 셈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내년 의협 회장 선거와 맞물리면서 이번 의사 증원 문제는 더 복잡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재우 기자

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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