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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두려운 지하철역…냉방시설 설치는 ‘언감생심’
뉴스종합| 2024-06-20 09:00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한 시민이 더위를 달래러 부채질을 하고 있다.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본격적인 여름 폭염이 시작된 가운데 여전히 적지 않은 지하철역에 냉방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공사가 관리하는 1~8호선 275곳(1호선은 서울역 지하와 청량리역 구간 10개역) 가운데 냉방설비가 갖춰지지 않은 곳은 모두 50개에 달한다.

5~8호선은 건설 당시 냉방시설을 설치해 모든 역사에서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공사는 1~4호선 지하역사 100곳에 지속적으로 냉방시설을 구비하고 있지만 여전히 냉방설비가 없는 지하역사는 26개에 달한다.

노선별로는 구파발역, 녹번역, 도곡역, 대치역 등 3호선이 18개로 가장 많다. 이어 2호선과 4호선이 각각 4곳이다.

지난 2021년 남위례역과 잠실새내역에 에어컨을 설치한데 이어 2022년엔 미아역과 쌍문역에도 각 2대씩 에어컨을 설치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추가 설치를 하지 않았으며 올해도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공간이 개방돼 전체 냉방이 어려운 지상 역사는 냉방설비가 갖춰진 고객대기실 등을 통해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자양역에 2개의 고객대기실을 만든데 이어 올해도 옥수역에 2곳을 추가해 폭염을 피할 공간을 마련했다.

다만 뚝섬역, 성수역, 잠실나루역 등 2호선 13곳을 비롯해 모두 24개의 지상역사는 더위를 피할 공간이 없는 상황이다.

지하철역은 규모가 크고 구조가 복잡한 탓에 냉방시설을 설치하기가 쉽지 않다. 냉방시스템을 갖추려면 열기 배출 배관과 환기시설 등 관련 구조를 재정비해야 하고 고객 이동 동선 등도 두루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대대적인 환경개선 공사가 필요하다.

사실상 역 전체를 뜯어고쳐야 하는 수준으로, 이 과정에서 역 한 곳당 6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고 공사는 설명했다.

공사는 국비와 시비 등 사업비를 확보해 시민들이 더위 때문에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또 임시방편으로 냉방시설이 없는 지하철역에 다음달 중순부터 이동형 냉풍기를 보급할 계획이다.

공사는 지난해 이동형 냉풍기 500대를 긴급 설치했다. 이동형 냉풍기는 비록 공간 전체의 온도를 낮추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동형 냉풍기 주변은 시원함을 느낄 수 있어 재난 수준의 폭염에서 안전지대 역할을 한다.

지난해 이동형 냉풍기 설치 이후 더위 관련 지하철 민원이 절반 가량 뚝 떨어질 만큼 만족도가 높았다고 공사는 설명했다.

한편 공사는 지하철 열차 내 냉방과 관련해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며, 자신의 체감 온도에 따라 열차를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열차 안은 냉기 흐름으로 인해 객실 양쪽 끝이 가장 시원하다. 반면 객실 중앙부의 온도는 이보다 섭씨 2~4도, 최대 6도까지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위를 많이 느낀다면 약냉방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일반칸보다 1도 가량 높이 운영하는 약냉방칸은 1, 3, 4호선은 4번째와 7번째 칸이다. 5, 6, 7호선은 3, 4번째 칸이다. 2호선은 혼잡도가 높아 약냉방칸을 별도로 운영하지 않는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냉방 성능이 개선된 새 전동차를 도입하는 등 쾌적한 지하철 이용환경 조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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