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일주일 새 살인 3건…시민들 “기동순찰대, 막을 수 있나”
뉴스종합| 2024-08-05 10:25
새벽 시간대 서울 도심에서 청소를 하던 환경미화원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70대 남성 A씨가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집에서 파출소가 5분 거리지만 안전하다는 느낌은 안 들어요. 저번주만해도 살인사건이 3건이나 나서 새벽에 산책을 다닐 땐 으슥하거나 외진 곳은 피하게 되더라고요. 기동순찰대가 신설됐다 하지만 범죄가 일어나는 으슥한 시간에는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28세 남성 여모씨)

최근 서울 도심에서 일주일 사이 3건이나 흉기를 사용한 강력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시민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2일까지 일어난 흉기 사용 강력범죄는 7건에 달하기도 했다.

특히 범행 동기가 불분명한 이상동기 범죄인터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경찰청은 지난해 잇따른 흉기 난동 등 무차별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기동순찰대를 신설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는 게 시민들의 의견이다.

지난달 29일에는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이웃을 일본도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백모(37) 씨가 검거됐다. 지난 2일에는 숭례문 광장 앞 지하보도에서 환경미화원인 60대 여성을 20㎝ 길이의 가위를 사용해 살해한 리모(71) 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이웃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된 백모(37)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

이들의 범행 동기는 불분명했다. 백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나라를 팔아먹은 김건희와 중국 스파이를 처단하기 위해서”, 리씨는 경찰 조사에서 “물을 달라고 했는데 피해자가 주지 않아 나를 무시한다고 느꼈다”고 진술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지난해 연속적으로 발생한 이상동기 범죄가 지금까지도 진행 중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주일 새 3건의 흉기 살인 범죄를 접한 시민들의 불안함은 커지고 있다. 앞선 31일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50대 남성이 결혼을 앞둔 지인을 살해한 뒤 피해자의 예비 남편에게 사진을 전송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노원구에 거주하는 김모(28·여) 씨는 “사회가 각박해지고, 집밖에서 범죄가 만연해지면서 두려움이 커진다”며 “기동순찰대로 예방은 할 수 있지만, ‘묻지마’ 살인을 무슨 수로 막겠냐”며 회의적인 답변을 했다.

은평구에 거주하는 안모(60·남) 씨는 “이상동기 범죄의 경우 시민들은 대비하기도 어렵고 경찰력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며 “은평구 살인사건처럼 흉기를 들고 급습하는 흉기 난동을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 있는 것도 아니라 답답하다는 생각만 든다”고 토로했다.

순찰하고 있는 기동순찰대 모습. [헤럴드DB]

경찰은 지난해 일어난 서현역 흉기난동, 신림역 흉기난동 등 이상동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2월 기동순찰대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전국 28개대 2668명으로 이뤄진 기동순찰대는 지역경찰관서 경계 등 치안 사각지대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순찰을 돌며 노후 교통시설, 위험 시설물 발견·복구, 불법 주정차 단속, 불법체류자 검거 등을 맡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기동순찰대 신설 이후 전국의 살인·강도·강간·방화 등 강력범죄 발생건수는 소폭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전국에서 발생한 강력사건 건수는 5665건으로 지난해 1분기(6007건)에 비해 약 5.7% 감소, 올해 2분기에는 5780건 발생해 지난해 2분기(6364건)에 비해 약 9.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살인기수(旣遂) 건수는 올해 1분기에만 73건으로, 지난해 1분기(56건)에 비해선 30.4% 증가, 올해 2분기에는 72건으로 지난해 2분기(72건)와 같았다.

전문가들은 이상동기 범죄의 원인을 다시 진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기동순찰대 등이 신설됐지만 이상동기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순찰을 하게 되면 범죄가 줄어들 것이라는 논리인데, 효과가 미미한 셈”이라며 “미국의 경우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을 경우 대통령 위원회를 만들어 범정부적으로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 바뀐 치안환경에 대한 신(新)치안 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기동순찰대가 신설되면서 경찰이 순찰하는 모습을 보여줘 시민들에게 경찰의 가시성을 높이기 때문에 범죄에 대한 두려움 수준이 낮아진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라면서도 “다만 기동순찰대 신설로 강력사건 발생이 줄어든다고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에 이상동기 범죄 원인 등을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해 해결방법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첨언했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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