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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화영의 골프장 인문학 43] US오픈@더컨트리클럽
뉴스| 2022-06-1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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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컨트리클럽 18번 홀 [사진=US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세계 최대 메이저인 US오픈이 올해로 122회를 맞아 역사적인 더컨트리클럽으로 돌아왔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중심부에서 남서쪽으로 약 12㎞의 한적한 저택지 부르클라인에 있는 이 코스는 이번에 US오픈을 네 번째 개최한다. 이곳은 1894년에 미국골프협회(USGA)가 창립되었을 때의 5개 골프장의 하나다.

이 땅에 클럽이 들어선 건 1882년이니 140년 전으로 골프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 1860년대에 제임스 머레이 포드라는 보스턴의 젊은 사업가가 땅을 사서 이곳에 골프장을 조성했다. 원래 경마장이던 땅은 3홀에서 시작해 조금씩 홀 수가 늘어났다. 그래서 코스 설계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1893년에는 6홀이 완성되었고, 이듬해 윌리엄 캠벨이 첫 프로 골퍼가 되어 9홀을 증설하면서 1899년에 가서야 비로소 18홀이 완성되었다.

현재 클라이드, 스쿼럴, 그리고 1920년대 추가된 프라임로즈까지 9홀의 3개 코스 27홀로 운영된다. 다람쥐가 많아서인지 코스 이름(스쿼럴)과 골프장 로고에도 들어 있다. 올해는 메인 코스인 클라이드 스쿼럴에서 15홀, 프라임로즈에서 3홀을 섞은 컴포지트 코스로 경기되며 2019년에는 길 한스가 리노베이션을 해서 오리지널 코스에 가깝게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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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위멧의 우승 이후 대서특필된 US오픈 대회 왼쪽이 해리 바든, 오른쪽이 테드 레이.


USGA를 만든 미국의 대표 5대 코스라는 상징성에 더해 이 코스가 유명해진 건 2013년의 US오픈 덕이다. 오늘날, 미국 아마추어 골퍼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프랜시스 위멧이 스무살 나이에 아마추어로 당시 영국의 쟁쟁한 프로를 제치고 우승했기 때문이다.

4살 때 가족이 이 컨트리클럽(정확하게는 17번 홀 근처) 인근으로 이사한 위멧은 부유하지 않은 형편에 어린 시절부터 골프에 흥미를 가졌다. 11세에 클럽의 캐디를 시작한 뒤 독학으로 골프를 배웠다. 1913년엔 매사추세츠주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우승하면서 같은 해 9월 US오픈에 출전 자격을 얻었을 때만 해도 그냥 햇병아리에 불과했다.

당시 골프는 부유층의 것이며 영국인이 세계 톱 플레이어를 독점하고 있었다. 이해에도 테드 레이와 디오픈을 6번 우승한 해리 바든이라는 걸출한 스타 2명이 미국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리려 건너왔다.

그런데 정규 4라운드 대회를 동점으로 마치고나자 거기에 햇병아리 아마추어 위멧이 끼어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12살의 어린 캐디 에디 로워리를 대동하고서 말이다. 미국 골퍼들은 놀라움 끝에 다음날 18홀 연장전을 지켜보다가 결국 거짓말처럼 미국에서 나고 자란 어린 선수의 우승 스토리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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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컨트리클럽은 올해 코스맵. [사진=USGA]


위멧의 우승 이후로 미국 전역에 골프 열풍이 불었다. 골프장이 곳곳에 생겨났고, 부유하지 않더라도 골프를 자신의 레저로 스포츠로 여기게 됐다. 위멧의 이 대회를 기록한 영화도 2005년 ‘이 세상 최고의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나와 있을 정도다. 오늘날 미국이 골프의 왕국이 된 기원을 109년 전의 이 대회에서 꼽는 이들이 많다.

이후 수백 수천개의 골프장들이 이 코스를 따라 만들어졌지만 컨트리클럽 앞에 더(The)를 붙이는 골프장은 이곳 뿐이다. 브리티시오픈을 영국과 유럽에서 디오픈(The Open)이라 부르는 것과 같다.
이후 US오픈은 위멧 우승 이후 50주년을 기념하는 1963년, 위멧 우승후 75주년인 88년에 개최되었다. 또한 1999년에는 라이더컵의 무대가 되어 미국팀의 놀라운 역전승을 일궈냈다.

놀라운 특징은 63년은 줄리어스 보로스가 우승할 때 재키 쿠핏, 아놀드 파머와의 18홀 연장전 끝에 우승했다. 88년의 대회에서도 커티스 스트레인지가 우승할 때 닉 팔도와의 연장전을 벌였다. 따라서 올해 대회도 연장 승부가 나올지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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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스는 그린 주변에도 러프가 깊어서 공을 띄워 핀 가까이 붙여야 한다. [사진=USGA]


길 한스가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코스의 오리지널로 돌아갔다. 파3홀은 그린 영역을 제외하면 온통 러프가 더부룩하게 자라 있다. 유럽의 링크스에서는 바람이 많이 불어 굴리는 게임이 가능하지만 이곳은 철저하게 띄워서 홀에 붙이는 플라이게임 전략을 써야 한다. 베테랑 바든과 레이가 고생한 것도 이같은 코스의 특징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기도 하다.

이 코스는 또한 에드워드 스팀슨이란 회원이 골프장의 그린 스피드를 측정하는 스팀프미터를 고안해낸 데 기여한 골프장이기도 했다. 한 마디로 미국식 골프를 드높인 상징적인 곳이다.

올해는 PGA투어와 사우디 자본을 바탕으로 한 리브(LIV) 골프 소속 선수들이 대결을 벌이는 양상이다. 아마추어는 15명 출전하고 PGA투어를 위시한 127명과 리브골프 소속 14명이 대결을 벌인다.

세계 골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 저스틴 토마스, 패트릭 캔틀레이 등 미국 선수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PGA투어의 최고 가치를 확인하려 한다. 필 미켈슨, 더스틴 존슨, 세르히오 가르시아 등 리브골프 선수들은 이에 맞선다. 한국에서는 이경훈, 임성재, 김시우, 김주형 4명이 출전한다.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올해도 연장전으로 승부가 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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