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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투어냐 LIV골프냐 DP월드투어의 고심
뉴스| 2022-06-1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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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펠리 DP월드투어 최고경영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 DP월드투어]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미국이 주도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냐, 사우디의 신생 리브(LIV)골프냐를 놓고 키스 펠리 유럽 DP월드투어 CEO(최고경영자)가 고민에 빠졌다.

지금까지 PGA투어와의 우호적인 관계 속에 2인자로 머물던 DP월드는 엄청난 오일달러를 살포하면서 등장한 리브골프와의 관계 설정이 애매하다. 명분을 챙기고 현상을 유지하는 구도라면 PGA투어와의 연대가 유럽투어로서는 필요한 선택지다.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등 6대 투어 대회, 메이저에서의 출전 선수 할당, 라이더컵 교대 개최, 올해 처음 공동 개최하는 스코티시 제네시스오픈 등 협력 거리가 많다. 지난해 제이 모나한 커미셔너가 유럽 투어의 이사로도 선임됐다.

하지만 유럽투어는 중앙집권적으로 모나한의 리더십이 중요한 PGA투어와는 달리 선수들의 입김이 강한 조직이다. 특정 국가의 배경이 없는 탓에 주요 선수들의 주장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에서 현재 리브골프에 가입해 있는 선수들인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파블로 라라자발, 세르히오 가르시아(이상 스페인), 마틴 카이머(독일), 션 노리스(남아공) 등 12명이나 되는 베테랑들을 배제시키는 것도 어렵다. 선수들이 리브골프와 유럽투어의 병행을 강하게 요구한다.

또한 향후 PGA투어에서 자격이 정지된 스타급 선수들이 유럽 투어로 둥지를 옮길 수도 있다. 더스틴 존슨(미국)은 DP월드투어로 옮겨서 세계 랭킹 포인트를 계속 받아 메이저에 나가고 싶어한다. 이미 유럽은 중동에서 수많은 대회를 열고 최종전까지 개최하는 마당에 사우디를 완전 배격할 명분이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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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골프투어는 지난 주 잉글랜드에서 첫 대회를 치렀다. [사진=리브골프]


모나한이 큰 소리를 내고 리브골프와의 사생 결단을 주장할 때도 펠리는 뒷짐을 지고 있거나 숙고하지만 별도의 튀는 성명이 없는 건 그 이유다. 결정적으로 DP월드투어가 리브골프에 나가는 선수들을 방출한다는 얘기는 아직까지 없다.

지난해 PGA투어 편을 들어 사우디인터내셔널을 포기했더니 총상금 500만 달러의 꿀같은 대회를 아시안투어가 낼름 받아먹었다. 시장을 선도하던 PGA투어 옆에서 미국에 보조를 맞추던 유럽투어로서 돈 많은 사우디의 출현을 바라보는 입장은 미국과 다를 수밖에 없다.

골프다이제스트는 주변 소식통의 말에 의거해 현재 펠리가 큰 파장을 불러올 결정을 숙고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펠리는 지난주 잉글랜드 센추리온 클럽에서 열린 리브골프 첫 대회에서도 모습을 보였다.

결정은 두 가지다. 유럽 투어가 PGA투어의 편을 확실히 든다면 사우디가 후원하는 리브골프는 좋은 선수 수급에서 어려움에 처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DP월드투어의 운영에 득이 되는 건 많지 않을뿐더러 주요 선수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반면 리브골프와 공생관계를 택한다면 미국에서 좋은 선수들이 넘어오면서 새로운 투어의 힘의 구도가 열리지만 PGA투어와 가졌던 관계는 소원해진다.

펠리의 고민은 실리를 택하되 명분을 잃지 않고, 자신의 영향력은 지키되 선수들에게만 쏠리지 않는 절묘한 수를 필요로 한다. DP월드투어에서 아직까지 리브골프에 출전한 선수들에 대한 대응책을 내지 않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한 버티기에 신공을 쓰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로서는 모호함을 유지하는 것도 전략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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