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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년 만의 US오픈, 9년만의 세렌디피티 챔피언
뉴스| 2022-06-2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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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만에 두 개의 트로피 안은 챔피언 매트 피츠패트릭. [사진=선수 인스타그램]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인근 브루클라인의 더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122회 US오픈이 매트 피츠패트릭(잉글랜드)의 한 타차 우승으로 끝났다.

미국 골프에서 1913년 US오픈은 불변의 전설이다. 20세 약관 나이의 아마추어 프랜시스 위맷이 당대의 최고 선수인 영국의 해리 바든과 장타자 테드 레이를 이긴 것이다. 당시 17번 홀 근처에 살던 캐디 출신 선수 위멧은 10살의 어린 캐디 에디 로워리와 함께 연장전까지 가서 우승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오늘날 전세계 골프장의 절반이 미국에 있다.

당시의 우승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이후 50년을 기념하는 1963년과 75주년을 기념하는 1988년에도 이곳에서 US오픈을 열었다. 1999년 라이더컵에서는 벤 크랜쇼가 이끄는 미국 팀이 영국-유럽 연합팀을 만나 마지막날 극적인 역전극을 이뤄냈다.

하지만 2006년에 미국골프협회(USGA)는 이곳을 US오픈을 개최할 만한 코스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너무 무미건조하고 올드하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로는 특정 설계가 없이 자연스럽게 홀이 추가되면서 27홀로 늘어난 이 코스에 대해 어떻게 조합하건 매력이 없다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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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의 18번 홀과 109년 뒤의 18번 홀 그린. [사진=PGA투어]


당연히 100주년인 2013년에 이곳에서 US오픈을 개최할 거라 여겼던 회원들은 USGA가 메리온을 개최 코스로 정하자 크게 반발하고 실망했다. 그러자 USGA는 대신 US아마추어선수권을 개최하는 것으로 그들의 불만을 간신히 잠재웠다.

그때 이곳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한 아마추어 선수가 피츠패트릭이다. 그는 동생 알렉스를 캐디 삼아 부모와 함께 이곳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그는 우승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확실히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코스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좋아하고 홈 코스처럼 내 게임에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습관의 힘이었을지 모른다. 피츠패트릭은 스위스에서 열린 오메가 마스터스에서 두 번, 두바이에서 열린 DP월드투어 챔피언십에서 두 번 우승했고 보스턴 외곽의 이 코스에서도 두 번 우승했다.

피츠패트릭은 9년 전과 같은 코스 인근 집을 빌렸고, 9년 전과 마찬가지로 부모 수잔과 러셀 그리고 동생 알렉스까지 한 가족이 다시 뭉쳤다. 9년 전과 같은 침실을 나눠 썼다고 한다. 노스캐롤라이나 웨이크포레스트 대학 골프팀에 있는 동생은 토요일에 형이 잘라토리스와 공동 선두라는 뉴스를 접하고는 일요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비행기를 타고 코스로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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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만의 피츠패트릭 챔피언 가족의 더컨트리클럽에서의 재회. [사진=PGA투어]


2013년에 더컨트리클럽은 이후 코스를 개선하겠다고 USGA에 약속했고 2019년에 최고의 설계가인 길 한스를 초빙해 코스 리노베이션을 맡겼다. 올해 코스는 선수들과 USGA 모두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작은 그린, 몇몇 홀은 초창기의 코스 컨셉트로 되돌아갔다. 띄워서 홀을 공략하는 홀이나 작은 그린은 비거리로 승부하던 최고의 선수들을 애먹였다. 109년 전에 장타자 레이와 세계 1위 바든은 정교한 플레이를 해야 하는 이 코스에서 애송이로 여기던 위멧에게 잡히고 자존심을 구겼다.

이곳에서 캐디를 하면서 수많은 라운드를 해본 아마추어 위멧이 쟁쟁한 프로를 제치고 우승한 것처럼 9년 전에 동생과 함께 이 코스를 누볐던 피츠패트릭이 다시 돌아와 우연히 재회한 운명 즉 ‘세렌디피티’처럼 우승했다. 이번 우승은 그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거둔 유일한 우승이기도 했다.

1913년의 100주년 기념 코스로는 외면받았던 이 코스는 프란시스 위멧과 피츠패트릭을 배출했고, 앞으로는 더 자주 US오픈 코스로 사용될 것 같다. 지난해 <골프매거진>에서는 이 코스를 세계 100대 코스 40위로 높게 평가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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