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대학생 이준영(25ㆍ가명) 씨는 2년 전 약 1년 동안 거주하던 옥탑방 생각을 하면 아직도 이가 갈린다.

지방에서 상경해 대학을 다니던 이 씨는 학비를 내는 것도 빠듯한 형편이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서울 신촌의 한 옥탑방을 계약했다.

그러나 이 씨는 그 해 여름과 겨울, 참을 수 없는 더위와 추위로 고생해야만 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엔 옥탑망 자체가 열이 받아 지글지글 끓는 듯 했고, 겨울에는 보일러를 아무리 틀어도 방 안이 따뜻해지지 않았다.

외려 방바닥은 뜨거운데 침대 위에서는 입김이 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씨는 “방안이야 장판 깔고 이불 속에 들어가면 된다지만 씻는 건 정말 괴로웠다”면서 “겨우내 샤워 횟수를 최대한 줄여야만 했다”고 털어놨다.

옥탑방ㆍ반지하ㆍ고시원…‘주거 푸어’ 청년층 늘어난다

청년들이 옥탑방과 반지하, 고시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애ㆍ결혼ㆍ출산 포기를 뜻하는 조어 ‘삼포세대’를 넘어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한다는 ‘오포세대’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는 등 청년 주거 빈곤이 심각한 사회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세값도 청년 주거난을 부추기지만, 치솟는 생활물가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은 최저임금 수준과 사상최악의 취업난 등도 이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짓밟고 있다는 지적이 적잖다.

직장인 박모(30) 씨도 2년 전까지 친구 2명과 함께 반지하 생활을 했다. 방 2개에 화장실 1개인 집의 월세는 불과 25만원. 저렴한 이유가 있었다. 주변 치안이 좋지 않은 것은 물론, 살고 있는 집에서도 범죄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당시 박 씨의 한 달 생활비는 50만원이었고, 친구들과 월세 및 각종 전기ㆍ수도요금, 식비 등을 위해 20만원씩 갹출해 내는 것도 큰 부담이었다.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부모님께 그마저도 손을 벌리기 힘들어 결국 본가로 들어갔다. 박 씨는 “혼자 살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아직 비정규직 신세라 한달에 30만~40만원을 내는 것도 버겁다”고 말했다.

옥탑방ㆍ반지하ㆍ고시원…‘주거 푸어’ 청년층 늘어난다

전주서 상경한 김모(24) 씨도 상경과 동시에 고시원을 전전했다. 수백만원 상당의 보증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1평 남짓한 고시원에는 밖을 내다 볼 창문이 없었다. 창문이 딸린 방을 구하려면 3만~5만원을 더 내야 했지만, 아르바이트로 한 달에 80만원을 버는 입장에선 지금 살고 있는 25만원짜리 방도 사치였다.

김 씨는 “호주에서 3년간 생활했을 땐 월세를 40만원이나 냈지만, 최저시급이 높아 외려 여유롭게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월세가 싸도 벌이가 적어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시가 2월부터 두 달간 민달팽이유니온 등 청년단체들에 조사를 의뢰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서울의 주거빈곤 청년(만 19∼34세)은 2010년 기준 52만3869명이었다. 이는 전체 청년 229만4494명의 22.9%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청년 주거빈곤율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2000년 31.2%이던 서울 1인 청년가구의 주거빈곤율은 2010년 36.3%로 올랐다. 2010년 전국 가구의 주거빈곤율 14.8%의 두 배가 넘는 수치이다.

김 씨는 “혼자 살기 전까지는 주거 빈곤이 나에게 직접적인 문제가 될 것이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면서 “학교가 끝나면 눈치 보지 않고 편히 쉬다 일을 나갈 수 있는 그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