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다른 캐릭터를 맡아 연기하는 박기웅은 탄탄한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작품마다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박기웅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박기웅(35)은 연기를 참 잘한다. 항상 다른 캐릭터를 맡는데도 잘 소화해낸다. 최근 종영한 갑을체인지 코믹 오피스물인 MBC 수목극 ‘꼰대인턴’에서는 준수그룹 회장의 외아들이자 준수식품 대표이사인 ‘오피스 빌런’ 남궁준수를 맡아 박기웅만의 준수를 만들어냈다. 남궁준수는 그룹 오너의 아들이지만 주식을 하나도 물러받지 못한 그룹 2세다. 박기웅은 준수의 외적, 내적 모습을 잘 표현해냈다.

“준수가 캐릭터가 세고, 눈에 띄는 성향이다. 큰 줄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선을 타는 걸 고민했다. 짜장면 먹을 때 단무지가 당기거나, 피자를 먹을때 사이다가 필요한데 준수는 딱 그런 캐릭터다.”

박기웅의 준수 캐릭터에 대한 설명은 이어진다. “악의는 없지만, 저로 인해 사건이 유발되는 장치들이 있다. 마음 먹고 악당 짓을 해야지 라기 보다는 좀 더 복합적이어서 밉지 않게 표현하려고 했다.”

똘기 충만한 준수의 비주얼에 대해서도 신경을 썼다. 바지사장 남궁준수는 반바지와 샌들, 추리닝을 입고 출근한다. 수트를 입을 때는 컬러풀하다. 그는 “시각적인 요소를 믿는다. 의상과 분장을 두려워하면 안된다. 더욱 설득력 있게 그려주는 장치다”고 했다.

준수는 빌런임에도 사랑을 받았다. 박기웅이 연기를 잘 해서다. 캐릭터 덕도 봤다.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없는 만화적인 캐릭터인 준수는 개념도 없지만, 악의도 없는데, 당당하게 말하는 게 매력이다. 박기웅은 “준수가 상식적이지는 않지만, 경찰한테 ‘너네 뭐냐’라고 하는 게 매력 포인트”라고 했다.

박기웅은 후배 한지은(이태리 역)와 대화를 많이 해 연기 포인트들을 살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제작 환경이 좋아졌다. 밤샘이 없다. 작년부터 체감한다.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넉넉해졌다. 서로 얘기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연기에도 담을 수 있다”고 한다.

박기웅은 ‘각시탈’, ‘리턴’ 등 악역 성공률은 100%다. 그가 악역을 맡은 작품은 모두 성공했다. 박기웅은 “이번에는 악역이라 하기에는 애매하지만, 결을 다르게 했다. 지금까지 ‘각시탈’의 일본 헌병 기무라 슌지가 가장 센 악역이었는데, 그 때의 모습이 안나오도록 했다”고 전했다.

박기웅은 2003년 CF 모델로 데뷔해 어느덧 데뷔한지 17년이 됐다. 세월이 가면서 그의 연기에는 연륜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형이나 누나라고 불렀지만, 이제 하나둘씩 나를 선배라고 불러준다. PD님의 연출 디렉션이 점점 줄어든다. 감사하게도 나를 인정해준다는 것인데, 나는 좀 더 듣고 싶다. 후배들과도 대화를 즐긴다. 나는 선배가 그런 얘기를 해주면 좋다. 경험을 전달해주니까. ‘나때는 이렇게 했는데, 너희는 이렇게 해보면 어때’라고 하는 건 꼰대가 아니지 않나.”

어느덧 현장에서 선배 입장이 돼가고 있는 박기웅은 드라마가 전하는 ‘꼰대’에 대한 단어에 대한 대화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꼰대가 되지 않게 후배들에게 원치 않는 관심을 안가지려고 한다. 그리고 그들 입장에서도 생각하려 한다.”

박기웅은 이번 드라마에서 고향(경북 안동) 선배 영탁을 만났다. 박기웅은 “영탁 형은 안동에서 고등학교 다닐때부터 알았다. 명절에 고향에 가 만나기도 했다. 부침도 있었고 장르도 전환해 크게 성공했다. 영탁 형이 그 시간에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는 나는 안다. 반가웠다”고 전했다.

박기웅은 영탁의 연기를 보고 또 한번 놀랐다. “진짜 연기를 해도 될 것 같다. 전문적으로 하면 잘 할 타입이다. 소리가 너무 좋다. 기본기와 눈치가 좋으니 나머지는 경험으로 가능하다.”

박기웅은 배우로서 꾸준히 성장해가고 있다. 여유가 생긴 것 같았다. “처음에는 거창한 목표가 많았다. 배역 크기를 따진 적도 있다. 이제 그런 게 없어졌다.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고 싶다. 축구는 박지성 선수한테 가면 믿음이 확 생기듯이. 자연스럽게 건강하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싶다.”

자칫 중심을 잃기 쉬운 연예계에서, 점점 자신을 찾아가는 것 같았다. 여유라기보다는 자신이 하고싶은 것을 확실하게 찾은 것 같은 느낌이다.

“돈을 많이 주는 작품도 대본이 재미없으면 안한다. 작품과 캐릭터가 좋으면 작은 역할도 할 수 있다. 이렇게 바뀌면서 연기가 재미있어졌다. 준수 역도 흥미를 가지고 연기했다.”

박기웅은 작품을 하지 않을 때는 농구와 한 편의 영화같은 콘솔게임을 즐긴다. 인명구조 리얼리티 프로그램 SBS ‘심장이 뛴다’(2013~2014) 멤버들과는 지금도 연락하는 사이다.

“결말이 열려있고 짧은 드라마여서인지 아직 안끝난 것 같다. 김응수 선배님은 단톡방에 꽃사진을 올린다. 각각의 캐릭터가 어디선가 잘 살 것 같은 기분이다.”

서병기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