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개업 학원가 규모 축소
입시 메카 대치동 위상 ‘흔들’
예체능 학원 많은 청담·논현동
무대잃은 예능인 진출 탓 ‘착시’
코로나19로 강남 학원가 상권마저 쇠퇴하고 있다. 대학 입시의 메카로 불리는 대치동 학원가에선 학원 폐업률이 개업률을 압도했다. 청담·논현·삼성동 일대에 속속 늘어난 예체능 학원들은 예술업 종사자들이 택한 최후의 보루라는 얘기도 나온다.
22일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대치4동 학원가의 지난해 3분기 폐업률은 개업률을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분기 새롭게 문을 연 학원의 비율은 0.7%에 불과한 반면, 문 닫는 학원의 비율은 이보다 3배 이상 높은 2.5%다. 대치동이 ‘학원 나간 자리에 학원 들어오는’ 주요 학원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개업률을 앞지른 폐업률은 대치동 학원가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는 신호탄을 의미한다.
업계 안팎에선 국내 판데믹과 강화된 방역지침의 영향으로 지난해 대치동 상권이 크게 위축됐다고 입을 모은다. 불과 재작년까지만 해도 대치 4동은 개폐업률은 전년 동기대비 양호한 흐름을 보여왔다. 개업률은 2.1%포인트 오르고, 폐업률은 1.1%포인트 떨어지는 확장추세였다.
강남권 안에서 그나마 개폐업률 상황이 양호한 청담·논현·삼성동의 상황은 어떨까. 해당 지역 일대는 지난해 3분기 강남권 일반교습학원 가운데 개업률은 최고, 폐업률은 최저 수준인 구역이다. 논현2동 개업률은 9.1%로 강남에서 가장 높은 반면 폐업률은 0%로 가장 낮았다. 삼성1동 개폐업률도 각각 7.4%와 0%다. 청담동의 경우 개업률(5.4%)이 폐업률(2.7%)를 앞질렀다.
통계상으론 비교적 상황이 나아보이지만, 현장에선 이조차 통계적 착시에 불과하다고 얘기한다. 청담·논현·삼성동은 대치동 학원가와 비교해 음악·미술·연기·무용 등 예체능 학원의 비율이 높다. 업계는 공연 예술이 올스톱되면서 실직한 예술계 종사자들이 학원가로 내몰려 개업률이 상승했고, 학원업 불경기 속에서도 더 밀려날 곳이 없어 ‘버티기’ 장세로 돌입하며 폐업률을 낮춘 것이라 말한다.
강남의 한 음악학원장은 “예체능계 사람을 뽑는 자리가 없으니 학원을 열고 자영업자가 되는 방법밖에 더 있겠냐”며 “인문계 입시학원과 비교해 각종 음향장비 등 막대한 창업비용이 들기 때문에 폐업도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벼랑 끝에서 선 예술업계 종사자들이 무권리 인계라도 해보려고 울며겨자 먹기로 학원가에서 버티는 경우가 많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버티기’조차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학원 업계의 재정상태는 작년 3분기 역대 최악으로 악화됐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국내 교육서비스업체가 해당 분기 예금취급기관에서 받은 대출금은 10조7873억원이다. 이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8년 이래 최대 대출 규모이자, 직전 2분기 대출금 10조4865억원보다도 불어난 수치다.
학원업계의 몰락에 관련 단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최근 정부가 ‘동시간대 교습인원 9명 제한’을 ‘8㎡당 1명’으로 변경했지만 현장에선 무용지물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상무 함께하는사교육연합 대표는 “강의실이 10평(약33㎡) 안팎인 소규모 학원들더러 수강생 4명만 앉혀놓고 수업하라는 이야기냐”며 “오프라인 학원의 본질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