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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집 팔아 건물 샀나?…작년 ‘꼬마빌딩’ 거래 늘고 가격도 뛰었다
부동산| 2021-02-09 11:03
정부의 고강도 주택시장 규제로 빌딩시장에 대한 자산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 일대 빌딩 전경. [헤럴드경제DB]

지난해 매맷값 50억원 미만 꼬마빌딩의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로 자산가들이 빌딩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특히 세금 폭탄을 피해 주택을 처분하고 건물로 갈아타려는 다주택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집값이 급등하면서 50억~100억원대 빌딩으로도 주택 대체 수요가 상당 부분 유입되는 모양새다.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 밸류맵 등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업무상업시설 거래는 3458건으로 전년(2905건) 대비 19.0% 증가했다. 거래건수가 3000건을 넘어선 건 3년 만에 처음이다. 총 거래금액은 27조2941억원으로 2019년(21조1355억원)보다 29.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중소형 빌딩을 중심으로 거래량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거래가격 10억~50억원 규모의 이른바 ‘꼬마빌딩’ 거래는 2019년 1391건에서 2020년 1677건으로 20.6% 증가했다. 50억~100억 규모의 빌딩 거래는 같은 기간 469건에서 636건으로 35.6% 늘었다.

업계는 주택시장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피하려는 자산가들의 꼬마빌딩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보유세·양도세 인상을 피해 집을 처분하고 빌딩을 사들였다는 얘기다.

집값이 대폭 오르면서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은 10억원을 넘어섰다. 전용 135㎡를 넘는 대형 아파트의 경우 21억원을 돌파했다. 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아파트값도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으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가 아파트 한 채를 팔면 작은 빌딩을 살 여력이 생기는 셈이다. 여기에 빌딩의 경우 대출규제가 비교적 덜해 종잣돈만 있다면 진입이 어렵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주거용 부동산 규제가 강해지면서 대안투자로 상업용 부동산에 접근하는 이들이 늘었다”며 “현장에선 거래할 수 있는 물건이 적어 대기수요도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수요가 많다 보니 가격도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해 서울의 업무상업시설 연면적 3.3㎡당 평균가격은 4003만원으로 전년(3628만원)보다 10.3% 상승하며 4000만원 선을 돌파했다. 꼬마빌딩의 경우 2019년 3450만원에서 2020년 3859만원으로 11.9% 증가했으며 10억원 미만의 건물은 연면적 3.3㎡당 평균 4132만원으로 전년(3678만원) 대비 12.4%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그보다 규모가 큰 50억~100억원대 빌딩의 3.3㎡당 평균값은 2019년 3872만원에서 지난해 4032만원으로 소폭 올랐으나 4000만원대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보다 공급이 적어 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자산시장 전반의 분위기가 달아오른 상황에서 정부가 올해도 주택시장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이어갈 방침을 분명히 한 만큼 빌딩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상가 공실이 늘고 임대수익률이 떨어지는 등 실질 운영에는 어려움이 큰 만큼 투자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거래가격이 이미 많이 올랐다는 점, 시중은행의 대출 폭이 줄어들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전언이다.

여기에 최근 당정이 오피스 빌딩의 투자가 과열됐다는 판단하에 빌딩 관련 대출의 리스크 관리 등을 금융권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빌딩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매각차익에 대한 수익률은 높아지는 추세지만 임대 수익률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며 “꼬마빌딩에 대한 세금 이슈도 강화되는 만큼 면밀한 투자 전략을 세워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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