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통신시장 장악…자국시장 방어 한국이 유일
시장 잠식되면 회복 불가…불공정행위 막아야
“미국이 글로벌 통신산업을 석권하게 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콘텐츠’다. K-콘텐츠가 지금처럼 전 세계적인 인기를 이어간다면 이를 기반으로 국내 통신산업도 해외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OTT(Over The Top)’ 서비스의 대명사로 자리를 굳힌 넷플릭스. 글로벌 누적 유료 가입자수는 2억1300만명, 190개 이상 국가에서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넷플릭스의 승승장구에는 ‘K-콘텐츠’도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 제작한 ‘오징어게임’의 대성공으로 지난 3분기에만 유료 가입자 수가 400만명을 넘었다. 4분기에는 전기대비 2배에 달하는 800만명 이상이 늘어날 것으로도 예상되고 있다.
K-콘텐츠가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며 한국 문화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무형의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이에 반해 미국의 통신 산업은 글로벌 장악력을 높이는 막대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구글이나 유튜브, 넷플릭스 등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미국 거대 플랫폼들은 대부분 자체 혹은 현지 ‘CDN(Content Delivery Network)’을 활용하고 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의 통신망 인프라를 이용할 뿐 서비스에 필요한 CDN기술을 현지 업체에 맡기는 케이스는 사실상 전무하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거대 플랫폼이 막대한 자본과 콘텐츠의 힘을 앞세워 지구촌 각국의 통신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한국의 경우처럼 자국내 CDN업체와 통신업체가 연합해 국내 시장을 방어하고 있는 국가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진단했다.
국내 통신업계는 해외 업체의 국내 CDN시장 진출이 가속화되고, 규모의 경제에 따라 경쟁에 뒤쳐저 국내 통신산업 생태계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외국계 업체가 국내 CDN서비스를 100% 잠식하게 되면 관련 기술을 가진 업체들이 고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해외업체에 시장이 종속되면 기술 발전을 따라잡지 못해 이후 유사한 산업이나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업계에선 정부가 CDN 시장의 불공정행위에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단적으로 해외 클라우드업체들의 경우 업체별 원가 차이가 크지 않은 CDN서비스를 저가로 덤핑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경쟁당국 등에서 CDN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시그널만 보여줘도 시장 질서를 최소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태하 솔박스 대표는 “CDN같은 통신 인프라운영 기술은 공기와 같아서 없어져야 그 존재를 알수 있다. 글로벌 업체들과 기술로 승부해야 하는 업체 입장에서 비즈니스 측면에서 평평한 그라운드만 만들어져도 경쟁을 해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훈 기자